[경제학자의 우리술 이야기] 과일농가 도움주는 증류주 산업화

입력 2015-07-16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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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영 송현경제연구소장

증류주는 곡물이나 과일 등으로 만든 여러 가지의 발효주를 증류시켜 만든 알코올 도수가 높은 술이다. 에틸알코올은 섭씨 78도에서 끓고, 물은 100도에서 끓기 때문에 발효주를 가열하면 알코올 성분이 먼저 나오게 되고 이를 찬물 등으로 식히면 증류주가 된다. 포도주나 청주 등의 발효주는 알코올 도수를 16~17도 이상 올리기 어렵지만, 증류주는 증류를 여러 번 하면 70~80도까지 도수를 높일 수 있다. 증류주는 도수가 높아 장기 보관이 가능하고 오래 숙성할수록 맛이 좋아 가격도 비싸진다. 증류주 산업은 계절 농산물을 가공해 고부가가치화할 수 있는 좋은 길이다.

증류주는 스카치위스키 등 위스키, 코냑 등 브랜디, 러시아의 보드카, 중국의 백주, 멕시코의 데킬라, 카리브해 지역의 럼주, 이탈리아의 그라빠, 한국과 일본의 소주 등 종류가 아주 많다. 증류주의 맛과 질은 어떤 발효주를 증류했느냐, 얼마나 숙성했느냐 등에 따라 달라지지만, 어떤 증류기로 어떻게 증류했느냐에 따라서도 크게 변한다. 즉, 좋은 증류주의 기본 조건은 좋은 밑술, 좋은 증류 방법, 제대로 된 숙성,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한국에서는 이러한 세 가지 조건을 갖춘 좋은 증류주를 찾기 어렵다.

한국 사람은 도수 높은 술을 좋아하는 편이다.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술은 희석식 소주이고, 수입 술도 위스키와 같은 도수가 높은 술의 비중이 크다. 한국산 고급 증류주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한국 과일은 바로 과일주로 만들어 마시기는 부족함이 있지만 증류주 원료로는 아주 좋다. 사과 포도 등 한국 과일은 당도가 12~15브릭스(Brix) 정도로 유럽 등의 양조용 포도(22~24브릭스)에 비해 크게 낮다. 한국 과일에 설탕 등을 넣지 않고 술을 담그면 알코올 도수 6~7% 정도의 과일주가 된다. 이러한 발효주는 시금털털하고 도수가 낮아 맛이 없다. 그러나 이러한 술을 증류하면 향이 풍부하고 맛있는 증류주가 된다. 세계적 증류주인 프랑스 코냑은 코냑 지방의 포도주가 보르도 지역의 포도주에 비해 시고 맛이 없어 증류주로 발전시킨 것이다. 그리고 사과술의 증류주로 유명한 칼바도스도 프랑스 노르망디 지역의 당도가 높지 않은 사과로 만든 술이다. 사과, 포도, 배, 자두, 키위, 멜론 등 달고 새콤한 과일은 거의 모두 증류주 원료가 될 수 있다.

한국 과일 농가들이 마을기업이나 협동조합 형태로 증류주 제조업체를 만들어 생산 과일의 일부를 증류주 원료로 사용할 수 있다. 또는 과일 농가들이 지역 특산주 제조업체와 협력관계를 통해 증류주 원료를 공급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과일 농가들은 과일의 판매처가 다양해진다. 너무 익었거나 약간 흠이 난 과일도 팔 수 있는 길이 열려 소득이 늘어난다.

질 좋은 한국산 증류주가 많이 팔리면 위스키나 코냑, 백주와 같은 수입 증류주 시장을 대체할 수 있다. 또한 도수 높은 증류주는 에너지 위기 시 바이오 연료로 사용할 수 있다. 증류주 산업은 증류기 제조 등 관련 산업에 대한 파급효과도 크다. 증류주 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규제를 대폭 줄여 보자. 아주 작은 분야이지만 우리 술이 더 다양해지고, 농민의 소득이 증가하고, 관련 산업도 활성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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