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가전 중소기업, 사업다각화 넘어 '업종 파괴'

입력 2015-07-13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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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쿠·대유위니아 등 영역 넓혀… 한경희생활과학 무리한 확장으로 작년 첫 적자

국내 중소기업들이 사업 다각화를 넘어 업종과 관련 없는 분야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선풍기 제조업체가 제습기를 만드는가 하면, 밥솥 업체가 안마의자를 유통시키는 등 업종 구분이 무의미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다각화 측면에서 일부 장점이 있을 수 있겠지만, 연계성 없이 과도하게 사업만 넓힐 경우 기업 정체성까지 잃어버릴 수 있다는 일부 지적도 나온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생활가전 중소·중견기업들의 사업 다각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오랜 기간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데다 날씨 등 외부 변화에 취약한 제품들이 많은 만큼, 주력 사업에 대한 비중을 다양하게 분산시키려는 기업들의 전략이다. 관련 업종의 선두기업들도 포화상태에 이른 주력시장 외에 다른 먹거리를 찾기 위해 다각화 움직임이 분주하다.

쿠쿠전자는 이달 기준으로 전기밥솥 누적판매량 3000만대를 돌파했을 정도로 국내 전기밥솥 시장의 강자다. 이 같은 쿠쿠전자도 최근 다양한 사업에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2010년 후발주자로 진입한 정수기 사업을 시작으로 공기청정기, 비데를 거쳐 올 상반기엔 안마의자까지 영역을 넓혔다. 전기밥솥을 만들던 회사가 헬스케어 제품까지 사업군을 확대한 셈이어서 더 이상 쿠쿠전자를 ‘밥솥회사’로만 부르기엔 힘든 구조가 됐다.

수십년간 선풍기를 생산하던 신일산업도 지난해 제습기 시장에 본격 진출하는 등 종합 생활가전 업체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주력인 선풍기와 제습기는 물론 믹서, 온풍기, 원액기, 공기청정기, 세라믹 히터 등 사업군도 다양하다. 이 회사는 이 같은 품목들로 올해 수출시장에서 1000만 달러 매출을 목표하고 있다. 또한 김치냉장고와 에어컨으로 유명한 대유위니아 역시 올해 종합주방 가전업체로의 변신을 꾀하면서, 최근 별도 주방가전 브랜드를 추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사업 다각화가 과도하게 진행될 경우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경희생활과학이다. 과거 스팀청소기로 두각을 나타냈던 한경희생활과학의 사업군은 구분을 짓기 어려울 정도로 방대하다. 스팀청소기부터 시작해 드라이어, 음식풀처리기, 식품건조기, 죽제조기, 자세교정 책상 등으로 우수죽순 제품을 출시했다. 분류가 되지 못할 정도로 사업군이 확장되다 보니 경쟁력 있던 주력사업이 다소 뒤처지며, 회사 실적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이 회사는 금융위기 이후 6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다.

또한 위험 요소를 줄이기 위해 새로 진출한 사업의 제품을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으로만 해결하면서 기존 시장에 혼란을 야기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규모가 있는 중견기업들은 우후죽순 OEM으로 사업을 벌리면서 기존 시장을 혼란시키는 역할을 한다”면서 “일부 업체는 저가 중국산 제품을 상표만 갈아 둔갑시키는 경우도 있어 소비자들의 혼란도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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