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클래스를 향해] 김희용 동양물산기업 회장 “농기계 틈새시장 공략…매년 수출 20% 성장 목표”

입력 2015-07-13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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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 축소로 중동·르완다 등 해외 공략…“기업도 철학 없으면 지속성장 못해”

▲김희용 동양물산기업 회장이 최근 서울 논현동 동양물산 본사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노진환 기자 myfixer@

첫인상부터 강렬했다. 만나자마자 대뜸 자신의 명함부터 자랑했다. 명함엔 한글 한 자 없이 한자로만 이름 석 자가 큼지막이 새겨져 있었다. 인사도 하기 전에 한자의 중요성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한글이 대단하긴 하지만 소리글인 만큼, 뜻이 없다면서 한자는 철학이 담겨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소 당황스러운 첫 만남, 동양물산기업을 이끄는 김희용 회장이다.

최근 서울 강남 동양물산기업 집무실에서 만난 김 회장은 한자 예찬론자다. 직접 종이에 한자를 적어가며 “한자는 뜻이 담겨 있는 글이어서 철학이 있다”며 “최근까지도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부모님 성함을 한자로 쓰는 테스트를 하는데 한 명도 만점을 받은 사람이 없어 씁쓸했다”고 말했다.

한자를 내세우는 성향처럼 김 회장은 기업을 경영하는 데 있어서도 사상과 철학을 중요시한다고 했다. 그는 “한자를 강조하는 것은 사상과 철학을 그만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라며 “같은 맥락에서 기업도 철학이 없으면 지속가능 성장을 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이 이끄는 동양물산기업은 트랙터, 콤바인 등 농기계를 생산하는 업체다. 지난해 3436억9500만원의 매출액을 기록한 중견기업이다. 전체 매출 가운데 약 41%가 수출로 발생하고 있다. 점차 수출 비중이 늘고 있는 추세인 데다, 우수한 농기계 기술력까지 더해지면서 지난해 중소기업청의 ‘월드클래스300 프로젝트’ 기업으로도 선정된 바 있다. ‘국가 대표 농기계업체’라는 타이틀인 셈이다.

김 회장은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농기계 업종 한 우물만 팠다. 벽산그룹 창업주인 고(故) 김인득 명예회장의 차남인 김 회장은 1997년 그룹에서 떨어져 동양물산기업을 이끌어왔다. 그룹의 모태가 된 동양물산기업의 기본을 지키겠다는 그만의 철학이다. 김 회장의 형인 김희철 회장은 현재 벽산그룹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아버님도 슬레이트 사업을 하다가 벽재, 바닥재, 페인트까지 확대하면서 벽산건설을 만들었다”면서 “마찬가지로 동양물산기업 역시 경운기로 시작해 트랙터ㆍ이양기ㆍ수확기ㆍ채소관리기 등으로 기본을 중심으로 연계사업까지 영역을 넓혀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핵심기술은 농기계에 있다. 주력사업에서 살짝 넓혀가는 것이지, 갑자기 확 틀지는 않을 것”이라며 “미련하게 한 길로 가야겠다는 게 내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 농기계업계는 동양물산기업, 대동공업, LS엠트론 등 소수 업체가 경쟁하고 있다. 대동공업이 업계 1위라고 하지만, 현재 국내 시장이 축소될 만큼 축소되고 있어 내수 점유율을 따지기는 애매하다는 게 김 회장의 설명이다. 대신 수출시장을 점차 확대해 나가고 있는 행보에 주목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김 회장은 “내수 시장보다 이젠 수출시장의 변화를 봐야 한다”면서 “세계시장에서 국내 업체들을 다 합해도 점유율이 3%도 되지 않은 만큼, 아직까지 글로벌 기업들과의 격차는 매우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니치마켓(niche market·틈새시장)’을 찾고 있다”며 “마력 수치가 큰 대형 농기계를 주력으로 하는 글로벌 기업들과 달리, 국내 기업들은 주로 50마력 이하 소기계를 내세우는 등 특화제품을 공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동양물산기업의 주요 수출시장은 미국ㆍ중국 등이다. 특히 미국은 전체 수출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큰 시장이다. 하지만 김 회장은 이미 다른 지역으로 눈길을 보내고 있다. 바로 중동이다.

김 회장은 “중동이 아직까지 척박하긴 하지만 엄청난 수요가 잠재돼 있다”며 “특히 지난 50여년간 새로운 농기계가 들어가지 못했던 이란을 ‘기회의 땅’으로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김 회장에 따르면 이란은 그동안 러시아 기계만 써왔기 때문에 기술력이 좋고 가격은 글로벌 기업보다 저렴한 동양물산기업의 진출 요인이 충분하다. 시장 규모도 연간 3억~4억 달러 규모로 보고 있다. 그는 “아직까지 이란은 위험한 곳으로 인식돼 있어 글로벌 기업보다 우리 같은 기업들이 한 발짝 먼저 나가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중동 외에도 르완다를 기점으로 한 아프리카 시장도 김 회장이 지켜보는 곳이다. 인터뷰 당일에도 르완다 대사가 김 회장을 찾아와 농기계 수출 건에 대해 논의하는 등 움직임도 활발했다.

김 회장은 “르완다로 수출하는 농기계의 규모도 꽤 크다”며 “르완다가 주변 아프리카 국가에 긍정적인 입소문을 내주고 있어 향후 관련 시장 확대도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동양물산기업은 지난해 인도 마힌드라&마힌드라와 역대 최대 규모의 트랙터 수출계약을 체결하는 등 최근 수출 확대에 고삐를 죄고 있다. 김 회장은 “마힌드라&마힌드라와의 계약을 통해 앞으로 기대를 많이 걸고 있다”며 “모든 건을 포함해 수출을 매년 20%씩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농기계사업뿐만 아니라 신사업으로 추진한 담배 필터 사업도 박차를 가하겠다는 계획이다. 김 회장은 “품질 측면에선 세계 시장 1위”라며 “글로벌 담배회사 P사가 우리 필터만 쓸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담배회사보다 글로벌 회사들은 이윤을 더 붙여주는 데다, 원가를 절감하면 오히려 인센티브를 주고 있어 이익 면에서 더 좋다”고 덧붙였다.

줄곧 평정심을 유지하던 김 회장이었지만 농협을 중심으로 한 국내 농기계 구매계약 방식 얘기가 나오자 얼굴이 금세 붉어졌다. 농협은 최근 농기계은행사업을 통해 총 2580대의 트랙터 구매계약을 완료했는데, 이 중 1290대가 최저가로 낙찰된 바 있다. LS엠트론, 대동공업, 국제종합기계 등 경쟁사들은 입찰 최저가를 수용하면서 배분받았지만, 동양물산기업은 업체 중 유일하게 참여를 포기했다.

김 회장은 “사실상 50% 수준으로 깎으라는 것인데, 말도 안 된다”며 “재료비 수준의 근처에도 못 미치는 가격인데, 그대로 진행하면 모든 대리점이 문을 닫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소리 높였다.

이어 “국내 농기계업체들이 세계로 뻗어나가려면 국내 베이스가 튼튼해야 하는데 농협이 오히려 기반을 흔들고 있다”며 “공정한 경쟁으로 나가야지 자금을 갖고 시장을 뒤흔들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 회장은 현재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통일경제위원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최근엔 세계상공회의소 총회에 한국대표단으로 참석하는 등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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