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극에서 충청도 사투리를 썼기 때문에 승현군도 사투리를 써야했다. 그래서 촬영 외적으로도 사투리로 이야기하면서 대화를 나눴다. 제가 웃는 모습은 오히려 승현군의 구강구조를 보면서 따라 했다” “독특할 것 같았어요. 메시지와 형식, 캐릭터가 독창적이어서 도전했어요.”
9일 개봉된 영화‘손님’시사회와 인터뷰에서 한 말은 이 영화에서 피리부는 악사역을 맡은 주연 류승룡의 연기력이 어디서 나오고 그가 왜 단순한 흥행배우가 아닌 충무로의 의미 있는 연기자 인지를 알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다.
2011년 ‘최종병기 활’ 747만, 2012년 ‘내아내의 모든 것’459만,‘광해 왕이 된 남자’1232만, 2013년 ‘7번방의 선물’ 1281만, 2014년 ‘명량’ 1761만, ‘표적’ 284만. 지난 5년 류승룡의 성적표다. 흥행의 성과는 화려하다 못해 찬란하다. 그리고 그는 ‘손님’을 선택했다. ‘손님’ 선택 이유에 대해 류승룡은 “흥행을 고려하고 선택한 작품은 하나도 없다. 새롭게 도전할 수 있는 작품을 해왔다”고 말했다.
시사회와 시상식장에서, 기자간담회장에서, 인터뷰 자리에서, 방송에서 그리고 영화에서 직간접적으로 만난 류승룡은 어떤 배우일까.
대중매체와 대중, 그리고 전문가에게서 쏟아지는 ‘대세’라는 수식어에 대해 과찬이라며 한사코 손사래를 치는 류승룡은 “‘7번방의 선물’을 보고 아내가 처음으로 ‘존경 한다’고 말을 해줬다. 그동안 아내가 대부분 ‘수고했다’라고 말을 했는데 ‘존경한다’는 말을 해 정말 좋았다” 고 말했다. 류승룡은 아내가 건넨 “존경 한다”는 한마디를 대중매체의 찬사보다, 평론가의 극찬보다, 그리고 각종 영화상 수상보다 더 소중하게 여기는 그런 사람이다.
류승룡의 또 다른 면모를 살펴볼 수 있는 곳이 지난해 10월30일 열린 49회 대종상 시상식이었다.‘광해, 왕이 된 남자’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류승룡은 “‘광해’가 아닌 ‘내아내의 모든 것’으로 수상소감을 하겠다. ‘광해’가 앞에서 너무 많이 받았다. 특별히 노력하지 않아도 영원히 사랑할 수밖에 없는 임수정씨, 상대배우의 소중함 알려준 이선균씨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렇게 류승룡은 작은 것 하나도 배려를 할 줄 아는 사람이다.
류승룡이 6세 지능의 아빠, 용구역을 맡아 어린 딸에 대한 무조건적 사랑을 그려 관객들에게 무한감동을 선사하며 1200만 관객을 돌파한 ‘7번방의 선물’에 대해서도 “기분이 너무 좋다. 1000만이라는 관객수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관객과 네티즌의 관람평과 반응 등이 호의적이어서 너무 좋다”고 했다.
‘광해, 왕이 된 남자’‘7번방의 선물’로 연이은 10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영화의 주연으로 확고히 자리를 잡은 그였지만 영화 ‘명량’왜군 구르지마 역을 맡았다. 비중도 크지 않고 배우 이미지도 좋지 않을 수 있는 상황인데도 류승룡은 ‘명량’을 거침없이 선택했다. “제가 아니면 누가 할까 생각했어요. 선생님과 같은 최민식 선배와 팽팽한 긴장감을 줄 수 있는 역할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긴장되고 좋았어요.” 역시 류승룡이다.
그래서‘대세’라는 수식어에 어색해하고 자꾸 숨는다. 하지만 류승룡은 관객이 그리고 영화계 종사자들이 인정하는 명실상부한 충무로의 대세다.
대세가 되기 이전의 류승룡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존재감이 약간 드러나는 조연 배우라는 사실과 외모가 강렬하다는 정도. 그는 안재욱 황정민 신동엽 등과 같은 서울예술대학 연극학과 동기다. 대학 때부터 연극무대에 올랐고 그리고 지금은 세계적 공연 브랜드가 된 ‘난타’1기 멤버로 5년간 활동을 펼쳤다.
이후 2004년 영화 ‘아는 여자’의 출연 분량이 채 1분도 안 되는 강도1이라는 단역을 시작으로 충무로에 진출해 ‘박수칠 때 떠나라’‘7급공무원’‘퀴즈왕’ ‘평양성’ ‘고지전’ ‘드라마 ‘별순검 시즌1’ ‘바람의 화원’‘개인의 취향’등에서 코믹한 캐릭터 아니면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개성 강한 배역을 맡아 연극배우가 아닌 영화배우와 탤런트로서의 류승룡을 관객과 시청자에게 알리기 시작했다.
대학 때부터 무대에서 다진 연기력의 내공과 뛰어난 캐리턱 분석력과 그리고 작품에 대한애정과 열정은 자칫 부자연스럽게 튈 수 있는 캐릭터들에 자연스러운 생명력을 불어 넣으며 관객과 시청자에게 때로는 웃음을 때로는 눈물을 선사했다.
충무로 대세로 떠오른 류승룡은 어떤 연기자이고 싶을까. 그가 강의를 나가는 서울예술종합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것이 바로 목표의식과 재미다. 그는 두가지 키워드를 연기자의 화두로 내세우며 몸소 연기로 보여주고 있다.“연기를 왜 하려고 하느냐는 동기와 목표의식이 제일 중요하다고 봅니다. 항상 전 연기에 대한 목적의식을 갖고 있으라고 학생들에게 주문하지요. 연기가 좋아서 연기를 배우고 하는 것과 인기나 엄청난 수입, 화려한 것만을 보고 연기를 하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지요.”
류승룡은 또 한번 강조한다. “저는 CF를 많이 찍어 돈을 많이 벌려고 혹인 인기와 명성을 얻으려고 배우가 된 것이 아니고 연기가 재미있고 또한 재미있게 연기하다보니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그에게 롤 모델이 있을까. “10여년 전만 해도 40대 이상 배우들이 비중 있는 역을 맡지 못했습니다. 선구자 역할을 해주는 안성기, 최민식 선배님에게 감사합니다. 그리고 늘 꿈과 희망 그리고 연기의 열정을 주는 송강호, 설경구, 김윤석 선배님에게도 항상 고마움을 느낍니다.”그의 이 말에서 그가 닮고 싶어 하는 배우가 누구인지,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를 엿볼 수 있다.
충무로의 흥행 대세로 떠오르고 CF스타로도 각광 받으면서 자연인 류승룡에 대한 관심도 증폭됐다. 그는 두 아들을 둔 아버지다. 그리고 가정에 가장 큰 의미를 부여하는 가장이기도 하다. “가정과 가족은 활력을 주고 살아가는 이유이며 연기할 수 있는 힘을 주는 제 삶의 존재기반입니다.”
최근 들어 영화 촬영 등으로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없어 두 아들과 아내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류승룡은 ‘손님’시사회 때 극중 그의 아들 역을 맡은 구승현군과 호흡에 대해 “승현군은 제 실제 아들과 나이가 비슷하다. 그래서 아빠와 아들처럼 서로 의지했다”며 실제 아들이 떠오르는지 미소를 지었다.
예전에는 자기 자신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을 했는데 관객들이 ‘류승룡 때문에 본다’는 말하는 것을 들으면서 더 책임감이 느껴진다는 류승룡은 과정도, 결과도 모두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 그리고 어제보다 오늘이 더 나은 연기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단다. 그의 말을 들으면서 충무로의 대세로서의 지위는 더욱 굳건해질 것이라는 예감을 갖게 된다.(대법원 '법원사람들'기고한 글을 수정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