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문희, 무대에 오르면 행복과 힘이 생긴다는 최고의 배우[배국남이 만난 스타]

입력 2015-07-09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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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문희 (사진=신태현 기자 holjjak@)
“행복이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야”자살 하려는 딸에게 어머니는 절규하듯 소리친다. 순간 소름이 끼친다. 그만큼 그녀의 연기는 객석에 있는 관객들의 마음에는 진정성으로, 몸으로 는 사실성으로 다가온다.

나문희(73)다. “무대에 오르면 너무 행복해요”라고 말하는 나문희는 50~70대 신중년 배우들의 연극무대 전성시대를 선도하고 있다.

마샤 노먼(Marsha Norman) 원작의 연극 ‘잘 자요, 엄마’는 7월 3일 개막한 이후 연일 객석을 다 채우는 등 관객 반응이 뜨겁다. 메르스 불안까지 불식시키며 연극 흥행 행진을 이어가는 일등공신은 여름보다 더 뜨거운 연기 열정을 무대에 쏟아내는 나문희다. 연기자로서는 항상 감동을, 인간으로서는 늘 설렘을 주는 그녀를 만났다.

‘잘 자요, 엄마’에서 생의 마지막 시간에서야 딸과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엄마, 델마역을 맡은 나문희는 그녀의 캐릭터에 살아온 인생을, 실제에서의 딸과의 관계를, 희곡속의 드러난 성격을, 그리고 땀과 시간을 투여해 생명을 불어넣었다. 그래서 ‘잘자요, 엄마’의 나문희는 나문희 아닌 델마로 관객과 정면으로 마주한다. 대단한 힘이다.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나문희의 연기를 접한 시청자와 관객들은 예외 없이 그녀의 연기에 감동하고 찬사를 보낸다. 연극무대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연극무대에 선 나문희의 연기에서 느끼는 감동은 더 생생하며 피부로 체감할 수 있다. 연극은 배우의 예술이기 때문이다. 배우의 역량과 연기가 연극의 완성도와 흥행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나문희는 객석에 앉아 있는 관객의 호흡과 소음마저 무대 위의 연기로 흡수하는 한차원이 다른 연기를 선보이는 우리시대 최고의 배우다.

나문희는 “연극은 발을 땅에 닿아야 할 수 있다. 오래시간 연습을 통해 캐릭터를 체현하고 연기와 동선을 온몸으로 익혀야하며 호흡도 조절해야 하고 상대 배우와의 조화도 이뤄야 비로소 연극 무대에 설수 있다”고 말한다. 한 차원 다른 연기로 관객에게 전율과 감동을 선사하는 왕도는 없었다. 오랜 시간 연습하며 흘린 땀만이 그녀의 놀라운 연기의 비결이었다.

지난해 연극 ‘황금연못’연습장에서 만났을 때에도 나문희는 “아직도 무대 위에서 많이 떨립니다. 연극이 시작되면 저는 전쟁에 돌입하는 기분입니다. 정말 연습을 많이 해도 떨립니다. 연습을 많이 해 내발이 땅에 잘 딛게 하는 수밖에 없는 거지요”라고 말했었다.

최근 들어 TV나 영화로 뜬 젊은 스타 중에는 연극무대에 서는 것을 꺼리는 연기자가 적지 않다. 무대에 오르는 땀의 양이 연극의 완성도를 결정하기에 많은 노력과 힘이 들고 관객들 앞에서 시시각각 평가를 받기 때문에 부담스럽게 여기거나 어려워해 외면하는 젊은 연기자들이 많다. 시간과 힘은 배로 들면서 영화나 드라마에 비해 수입은 낮고 관객의 환호는 한정적이고 대중매체마저 관심이 덜하니 연극무대를 외면하는 연기자가 적지 않은 것이다.

그런 힘든 연극을 나문희는 지속적으로 한다. 드라마와 영화의 출연을 하는 바쁜 상황에서도 연극무대에 오른다. 그이유가 뭘까. “연극을 하면 없던 힘도 생기고 무엇보다 행복해요”라고 말하는 나문희는 “ 드라마나 영화는 카메라와 사랑을 해야 하는데 연극은 관객과 같이 호흡한다는 게 너무 감사한 일이지요. 배우 연기에 대한 반응이 관객에게서 즉각적으로 나타나고 관객의 숨소리도 연기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연기입니다. 관객과 배우가 펼쳐내는 한편의 작품은 그 자체로 감동이지요. 이런 점 때문에 힘은 들어도 연극을 합니다”라며 소녀처럼 환한 웃음을 짓는다.

밝게 웃는 그녀를 보면서 드라마 작가 노희경의 나문희에 대한 언급이 가슴에 와 닿는다. 나문희를 만날 때마다 에 공감하고 절감하는 노희경의 표현이다. “누가 배우 나문희를 한마디로 답하라면 저는 세상에서 가장 욕심 많은 배우라고 말 할 겁니다. 그리고 또 누가 인간 나문희를 말하라면 이렇게 말 할 겁니다. 화면에 단 한 컷도 거짓이었던 적이 없었던 인간이라고요.”

감히 찬사를 보낸다. 나문희 연기의 진화와 발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고. 작년의 나문희 연기보다 올해의 나문희 연기가 좋아졌다고. 그리고 당부한다. 관객과 시청자 곁을 지키며 오래도록 삶과 인생이 묻어나는 진정성의 연기를 보여 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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