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화’·‘인정주의’ 중시한 범LG가 가풍 무시한 경영스타일이 화 불렀나?
하지만 구 회장은 막내딸을 부사장으로 승진시킨지 5개월만에 보직해임시켰다. 그동안 집중적으로 추진했던 외식사업 부문에 대한 권한도 박탈했다.
아워홈 관계자는 7일 “구 부사장에 대한 인사조치가 지난 2일 단행됐다”며 “현재 회장실로 발령이 난 상태”라고 말했다.
구 회장이 후계자로 낙점했던 막내딸을 갑작스럽게 내친 이유에 대해 아워홈 주변에서는 ‘터질 일이 발생했다’는 반응이다. 경영자로서 구 부사장의 능력이 출중했지만 범LG가의 가풍에 반하는 무리한 행보가 화를 불렀다는 것이다.
구 부사장은 부사장으로 승진하기 직전, 임기가 2년이나 남은 이승우 전 사장이 갑작스럽게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 전 사장은 1983년 LG화학에 입사해 2010년 아워홈 사장 자리에 올랐던 전형적인 LG맨이다. 구 회장의 오른팔로 통했던 이 전 사장의 퇴진 배경에는 자기 사람을 곁에 두려는 구 부사장의 의도가 깔려있었다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었다.
이후 구 부사장은 CJ제일제당 출신의 식품 전문가 김태준 전 사장을 선임했다. 하지만 김 전 사장도 지난 6월 취임 4개월만에 사표를 던졌다. 6개월 만에 두명의 전문경영인이 교체되면서 아워홈 직원들은 동요했다. 구 부사장이 주도해온 외식사업에서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 않자 기존 경영진과의 마찰이 심했다는 얘기가 파다했다. 일각에서는 구 부사장의 다혈질적이고 독단적인 경영스타일이 문제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서로에 대한 배려와 ‘인정주의’, 그리고 ‘인화’를 기업문화의 바탕에 깔고 있는 범LG가의 리더십과 구 부사장의 행보는 완전히 상반됐다는 평가가 많았다. 결국 구 부사장과 기존 경영진과의 마찰이 계속되자 구 회장이 막내딸을 내치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는 설이 설득력있게 들리는 이유다.
아워홈에 정통한 한 인사는 “구 부사장이 경영 일선에 나서자마자 아버지의 최측근을 배제하고 자기 사람으로 채워넣는 과정에서 혼란이 발생한 상황을 구 회장이 좌시하지 않은 것”이라며 “이 때문에 향후 후계자 승계 구도도 불투명해졌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구 부사장은 보직 해임 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평소에 일을 모략질만큼 긴장하고 열심히 했다면, 아워홈이 7년은 앞서 있었을 거다”며 “또다시 12년 퇴보, 경쟁사와의 갭은 상상하기도 싫다”는 글을 올렸다. 자신의 보직 해임에 대한 불만을 직접 토로한 이 글은 자신을 음해한 내부 세력에게 직접적인 경고장을 날린 의미로도 해석돼 향후 구 부사장의 행보가 주목된다.
구 회장은 이미 아워홈의 지분을 모두 자식들에게 넘긴 상태다. 1남3녀가 아워홈 100% 지분을 갖고 있다. 장남 본성 씨가 40.00%, 막내딸 지은 씨가 20.01%, 장녀 미현씨가 20.00%, 차녀 명진 씨가 19.99% 등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