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엔 개헌론에 최고위원직 사퇴선언하며 “국회가 대통령에 염장뿌려”
새누리당 김태호 최고위원이 2일 유승민 원내대표를 향한 사퇴론을 다시 꺼내들어 당 최고위원회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일각에선 김태호 최고위원이 박근혜 대통령의 심기만을 살피며 ‘청와대 맞춤형 행보’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보내고 있다.
김태호 최고위원이 제기하는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는 청와대와 친박(박근혜계)의 요구사항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국무회의에서 유승민 원내대표를 사실상 ‘배신자’로 지목하면서 증폭됐다.
박 대통령의 ‘유승민 찍어내기’ 발언 이후 친박계를 중심으로 유승민 원내대표를 향해 사퇴 압박을 가했는데, 여기에 김태호 최고위원도 가세한 것이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경기도 평택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청 간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선 정말 가슴 아픈 얘기지만 가장 큰 원인을 제공한 유승민 (원내)대표가 용단을 내려야 한다”고 했고,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유 원내대표 스스로가 콩가루 집안이 아닌 찹쌀가루가 되겠다고 한 만큼 이제 이 말씀을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유승민 원내대표의 자진사퇴를 요구했다.
김태호 최고위원의 “오늘이 제가 유 원내대표에게 드리는 마지막 고언이 되길 바란다”는 말처럼, 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면서 박 대통령 ‘지시’를 따랐다.
김태호 최고위원이 당내에서 박 대통령이 원하는 정치행보를 보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해 10월엔 정부의 경제살리기 노력에 국회가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특히 개헌론을 거론, 최고위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당시 박 대통령은 정치권에서 지펴지고 있던 개헌논의가 ‘블랙홀’이 될 것이라면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상황이었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당시 “대통령도 기회 있을 때마다 국회를 향해 ‘경제 활성화 법안 좀 제발 통과시켜달라’, ‘지금이 바로 골든타임이다’라고 애절하게 말씀해왔다. 그런데 국회에서는 오히려 ‘개헌의 골든타임'이라며 대통령에게 염장을 뿌렸다’고 박 대통령을 앞세워 정치권을 질타했다. 그러면서 ”저 자신부터 반성하고 뉘우친다는 차원에서 최고위원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지만, 결국엔 어정쩡한 모습으로 다시 최고위원에 돌아와 현재 유승민 원내대표 저격수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