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다이설피람’ 소아 대상 항암치료 입증
알코올 의존증 치료제인 다이설피람(disulfiram)이 소아 뇌종양 중 가장 악성인 ‘비정형 유기형·간상 종양(ATRT)’의 치료에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학교어린이병원 소아신경외과 김승기, 최승아 교수팀은 이 같은 결과를 국제 저명학술지인 미국신경종양학회지에 발표했다고 1일 밝혔다.
비정형 유기형·간상 종양은 소아 뇌종양 중 예후가 가장 나쁜 암으로, 수술 후 항암 및 방사선 치료를 해도 평균 생존 기간이 1년에 불과하다. 이 종양은 3세 이하의 소아에서 많이 발생하며, 방사선 치료나 고용량 항암치료에도 치료 효과가 좋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실험용 생쥐를 대상으로 비교군에는 다이설피람을, 대조군에는 위약을 투약한 후, 비정형 유기형·간상 종양의 크기를 관찰했다.
그 결과 비교군의 종양이 대조군에 비해 1/4로 감소했고, 비교군의 생존기간(105일)도 대조군(91일)에 비해 유의하게 길었다.
연구팀은 다이설피람이 알데히드탈수소효소 (ALDH, aldehyde dehydrogenase)를 선택적으로 억제하고, ALDH 억제가 뇌종양줄기세포의 활동과 대사를 억제하여 항암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ALDH는 뇌종양줄기세포 (brain tumor initiating cell)의 표지자다.
뇌종양줄기세포란 뇌종양 내에 소수로 존재하는 미분화 세포로, 뇌종양의 발생, 재발, 전이에 관여한다. 암줄기세포표지자를 이용하면 암세포 내의 줄기세포를 분리해 낼 수 있다.
특히 비정형 유기형·간상 종양은 다른 뇌종양에 비해 치료에 저항성이 있는 뇌종양줄기세포의 비율이 현저히 높아, 다이설피람의 치료 효과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승기 교수는 “비정형 기형종·간상 종양은 어린 나이에 발생해서 항암 방사선 치료에 많은 제약이 있는데 이번 연구로 이 약제를 실제 환자에게 투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며 “환자의 생존율 향상 뿐 아니라, 항암 방사선 치료의 강도와 기간을 조절하여 환자의 삶의 질 증가가 기대 된다”고 말했다.
다이설피람은 알코올 의존증 치료제로 ALDH를 선택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이 약제는 경구복용이 가능하며 미국식품의약국(FDA)에 승인된 약물로 부작용을 잘 모니터링하면 임상 적용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