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의 독서산책] 로버트 포즌 ‘그는 어떻게 그 모든 일을 해내는가’

입력 2015-06-29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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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성 극대화 비법을 전하는 실용서

좋은 실용서를 고르는 일은 쉽지 않다.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인 로버트 포즌의 ‘그는 어떻게 그 모든 일을 해내는가’(김영사)도 독자의 선택을 받기 쉽지 않은 책처럼 보인다. 일단은 분량이 만만치 않고 내용이 좀 어려운 것처럼 배열되어 있다. 하지만 독자들은 저자가 교수로서 경력을 쌓아온 사람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고위 변호사, 투자회사의 부회장, 행정부와 주정부의 공직자, 수백 편의 글과 자선활동, 40여년간의 성공적인 가정생활 등 효율적이고 현명한 커리어를 쌓아온 사람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지금도 그는 두 개의 뮤추얼 펀드를 경영하는 동시에 변호사, 공무원, 법대 교수, 경영대학원 교수, 작가라는 다양한 일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슈퍼맨으로 불린다. 우리는 그가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방법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데, 이 책의 원제목은 ‘극단적인 생산성(Extreme Productivity)’이다.

이 책은 한 개인이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대단히 생산적이고 구체적인 방법을 제공한다. 모든 방법이 도움이 될 수는 없지만 단 몇 가지를 취하는 것만으로 이 책은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 모두 5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생산력의 3대 핵심 아이디어(1장), 일상에서 활용하는 최강의 생산력 기술(2장), 개인 생산력을 극대화하는 3가지 방법(3장), 생산력을 끌어올리는 인간관계의 기술(4장), 그리고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 최강의 생산력 기술(5장)이다.

이 책의 백미(白眉)는 성공적인 경력을 관리해 온 사람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체험담이다. 예를 들어 생산적인 독서와 글쓰기에 대한 저자의 조언을 보자. 그는 “효과적인 읽기의 핵심은 글의 목적 파악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데, 글을 읽는 목적을 확고히 한 다음 글을 읽는 내내 이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매일 1시간 동안 보스턴 글로브,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파이낸셜타임스에서 무엇을 어떻게 읽는가는 생생한 체험에서 우러나오는 지식이다. 신문 읽는 방식은 일반적인 독서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핵심 아이디어를 파악하기 위한 독서, 자세한 근거를 찾기 위한 독서, 새로운 정보의 출처를 발견하기 위한 독서, 분석 내용을 검토하기 위한 독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독서를 조금씩 다른 방법으로 실천할 수 있는 실용적인 방법들이 제시된다.

저자는 적극적인 읽기의 3단계를 소개한다. 첫째, 글의 구조부터 파악하는 일 둘째, 서론과 결론부터 읽는 일 셋째, 문단의 첫 문장만을 빠르게 훑어보는 일 등은 효과적인 방법이다. 적극적인 독서와 속독을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내가 설명하는 적극적 읽기의 핵심 기법 중 하나는 특정한 단어나 문장을 읽지 않고 넘어가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기억하기 원하는 내용에만 더욱 집중할 수 있다.”

글쓰기의 효과적인 방법은 생각을 빠르게 정리한 다음에 글쓰기에 들어가는 것이다. 그가 체계적인 방식으로 아웃라인을 잡는 방법은 누구든지 참조할 만하다. 종이에 주제와 관련된 모든 아이디어를 떠오르는 대로 정리한 후 이를 분류해 다양한 방식으로 조합한다. “계획 없이 글을 쓰면 반드시 나중에 큰 대가를 치르게 마련”이라는 지적은 글쓰기의 철칙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웃라인이 없으면 자신의 의도와 전혀 다른 글이 전개됨을 확인하는 것은 글을 전문적으로 쓰는 사람도 겪을 수 있다.

다양한 경력을 쌓으면서 높은 생산성을 만들어 온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방법을 낱낱이 공개하고 있기 때문에 독자들은 목차에서 필요한 부분만 참고하는 방식으로 이 책을 대하더라도 유익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실용서의 무용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꼭 권하고 싶다. 매사를 생산적으로 처리하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도전해 볼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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