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경제정책방향]추경효과 빼면 2%대 성장률…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

입력 2015-06-25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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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기 저하·엔低에 고전하다 메르스 쇼크로 체력 바닥나…추경 경기진작 효과도 의문시

정부가 고심 끝에 ‘15조원+α’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 카드를 내밀면서 3%대 경제성장률 사수에 나섰다. 하지만 15조~17조원 안팎으로 전망되는 추경 효과를 제외한 올해 성장률이 2%대로 주저앉으며 한국경제의 불안감은 더욱 가속될 전망이다.

한국경제의 사실상 2%대 성장률에 쐐기를 박은 것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여파가 컸다.

앞서 올해 3.8% 성장률을 내다봤던 정부는 세계 경기저하와 엔화약세 등으로 고전하는 가운데도 최근까지 내수의 회복세를 거론하며 하반기 경기 상승을 자신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도 최근까지 3.4%대의 성장률을 언급하며 재정건전성을 이유로 추경 편성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하지만 근 한 달간의 메르스 쇼크는 내수시장은 물론 중국인 관광객(유커)의 발길까지 끊어버리며 우리 경제를 유린했다.

이에 따라 한국경제연구소는 지난 11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메르스 사태가 6월 말까지 지속되면 국내총생산(GDP) 손실액은 4조425억원, 7월 말에 끝나면 9조3377억원에 달하고, 8월 말까지 갈 경우 20조922억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격리자·감염자 발생으로 말미암은 노동 손실액이 늘어나고 물류서비스, 음식숙박업, 오락 수요 등이 대폭 감소하며 투자와 소비, 수출도 크게 위축될 것으로 추정했다.

해외 투자은행(IB)들도 메르스 사태가 한 달 가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0.15%포인트 떨어지고 3개월간 지속되면 0.8%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한국금융연구원은 메르스 충격 등을 이유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8%, 산업연구원은 2.9%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행 또한 지난 11일 메르스 여파를 우려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연 1.5%로 인하하면서 지난 4월 3.1%로 내렸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다음 달에 다시 내릴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결국 정부의 긴급한 추경은 이 같은 위기 속에 마련됐다.

문제는 지난해 세월호 여파에 이어 올해 메르스 쇼크로 체력이 크게 저하된 내수시장의 회생 가능성이다.

실제로 정부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업 저축률에 비해 낮은 수치를 보였던 가계저축률이 크게 상승하면서 올 1분기 총저축률은 36.5%로 상승해 1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부채상환 부담 증가, 노후 대비 저축 증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에 따라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중국의 경기 위축, 지속하는 엔저, 세계 경기침체로 우리 경제의 한 축이었던 수출 또한 하락세를 면치 못할 전망이다.

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기준금리 인상 등 추경을 통한 경기부양책으로는 아우를 수 없는 대외변수가 여전히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추경의 경기진작 효과도 의문이다.

역대 추경 규모가 가장 컸던 것은 2009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편성된 28조4000억원이다. 그 다음으로는 지속되는 저성장으로 성장 모멘텀을 확보하기 위한 2013년 제1회 추경(17조3000억원)이다. 두 번 모두 경기대응 차원의 추경이었다.

한 전문가는 “비교적 추경 효과가 뚜렷했던 2009년의 경우 리먼 사태의 충격으로 추락했던 경기가 다시 빠르게 반등하던 시기였다”며 “하지만 현재 우리 경제는 대외 리스크는 물론 수출과 내수 부진이 오랜 기간 지속돼 경제의 활력이 떨어져 있는 상황이라 효과를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재정건전성을 헐어 내민 추경의 경기진작 효과는 결국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1년간 다양한 경기부양책을 내놓고도 결국 추경에 손을 빌릴 상황에 부닥친 최경환 경제팀의 입장에선 이래저래 곤혹스러워진 양상이다. 이에 대해 이날 당정협의를 마친 여당 관계자는 “회의에서 추경이 성장률 몇 퍼센트 맞추기 식으로 추진되는 것은 곤란하다는 견해가 제기됐다”며 향후 추경정책의 험로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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