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저축률의 급등은 결국 '돈맥경화'의 문제로 귀결된다. 돈맥경화는 돈을 풀어도 실물경제로 돈이 흐르지 않고 자금이 기업 금고나 가계 장롱 속에만 머무르는 현상을 뜻한다.
특히 향후 경제여건에 대한 가계의 불안감이 지속되면서 저축률을 높이게 되고 내수와 경기불황의 악순환을 불러오는 구조다.
실제로 한국은행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 말 현재 단기 부동자금은 800조7천26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만기를 1년 이내로 가져가는 단기 금융상품에 돈이 몰린다는 것은 투자처를 찾지 못한 대기성 자금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저금리 기조로 시중에 돈은 풀렸는데 경기 전망이 어둡고, 장기간 돈을 투자할만한 곳도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올해 1월 통화승수 또한 18.5로, 지난 199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통화승수는 중앙은행에서 본원통화를 1원 공급했을 때 시중 통화량이 몇 원이 되는지를 나타낸 지표다. 통화승수가 하락했다는 것은 한은이 돈을 풀어도 시중에 돈이 제대로 돌지 않는다는 의미다.
통화승수는 지난 2008년 27배에 달한 적도 있었지만 2010년 이후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8월 18.9배로 떨어졌던 이 지표는 8월과 10월 기준금리 인하 이후 11월 19.5배까지 회복됐다가 두 달 만에 다시 바닥을 쳤다. 올해 3월 18.32까지 낮아진 뒤 4월에 18.56으로 소폭 개선됐으나 기준금리 이후 선례를 볼 때 추세적인 것으로 보기에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6월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돈맥경화 해소를 기대하고 있지만 금리·통화정책의 효과가 작동하지 않는 '유동성 함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사상 최초의 연 1%대 기준금리가 돈을 돌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란도 분분한 상태다.
특히, 풀린 돈이 경기 회복에 필요한 실물경제로 가지 않고 부동산시장에 몰리거나 단기성 자금으로 부동화하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준금리 인하는 반짝 효과에 그친만큼 결국 가계가 저축률 확보 대신 소비투자로 돌아서기 위해선 경기심리가 회복되야 한다고 제언하고 있다. 이를 위해선 추경을 비롯한 정부의 전폭적인 재정정책이 선행되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