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에 갇힌 증시…유커 수혜주 6조5000억 '증발'

입력 2015-06-18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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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0일 국내에 첫 상륙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날이 갈수록 확산하며 국내 증시도 지난 한달간 적지 않은 타격을 받았다.

백신주 등 이른바 '메르스 테마주'가 기승을 부리며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했고, 중국 수혜주로 주목받아 온 화장품과 여행·레저주 등은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 감소 우려로 상승세가 꺾였다.

전문가들은 가뜩이나 그리스 이슈 등 시장에 불확실성을 더하는 각종 이벤트가 즐비한 가운데 메르스 충격파까지 더해지며 당분간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테마주 기승…관련주 '롤러코스터'

메르스 감염 환자가 국내에서 처음 발생하자 백신 개발·생산 업체인 진원생명과학을 비롯해 20여 개 업체가 소위 '메르스 테마주'로 급부상했다.

1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진원생명과학의 주가는 메르스 발생 전인 지난달 19일 9천30원에서 지난 17일 1만5200원으로 한달 새 68.33% 급등했다.

마스크 생산업체 케이엠(48.53%)과 오공(43.65%), 손 세정제 업체 파루[(27.29%)의 주가도 메르스 발생 전보다 크게 올랐다.

반면 크린앤사이언스(-18.81%)를 비롯해 제일바이오(-5.46%), 이수앱지스(-4.03%), 이-글벳(-2.97%) 등은 한달 새 주가가 오히려 내려갔다.

이처럼 '메르스 테마주' 내에서도 주가 흐름이 엇갈린 것은 이들 종목이 메르스 발생 후 한달 간 수시로 냉·온탕을 오가며 '롤러코스터' 장세를 이어왔기 때문이다.

메르스 발생 후 막연한 수혜 기대감에 상한가 행진을 펼치다가도 메르스 백신이나 치료제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전문가의 지적에 하루 만에 하한가로 직행하는 식이다.

진원생명과학의 경우 20거래일 중 상한가 6번, 하한가 3번을 기록하는 등 주가가 널 뛰듯 출렁였다.

메르스 여파로 화장품과 여행·레저업종의 주가도 덩달아 요동을 쳤다.

유커 수혜주로 승승장구하던 화장품 업종의 시가총액은 한달 새 3조4000억원가량 허공으로 사라졌다.

액면 분할 후 고공 행진을 구가하던 아모레퍼시픽이 지난달 19일 42만8000원에서 지난 17일 39만원으로 8.88% 하락했다.

한국화장품(-18.60%), 한국화장품제조(-19.90%), 산성앨엔에스(-16.01%), 콜마비앤에이치(-10.20%) 등도 급락했다.

나은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화장품 업종은 내수 위축과 해외 관광객 소비에 모두 노출돼 있다"며 "해외 관광객 감소 영향은 3분기부터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유통업계의 '큰 손'인 유커의 소비가 줄며 타격을 입은 백화점 업종에서도 한달 간 시가총액이 2조3천억원 가량 실종됐다.

롯데쇼핑(-17.04%), 현대백화점(-14.11%), 신세계(-8.69%) 등이 줄줄이 하락세를 보였다.

여행·레저주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메르스 여파로 한국을 방문하는 유커가 급감하면서 하나투어(-15.27%), 모두투어(-10.31%), 세중(-7.74%), 레드캡투어(-5.96%) 등 여행주가 직격탄을 맞았다.

카지노 업체인 파라다이스가 한달새 14.34% 오르긴 했지만 강원랜드(-5.88%), GKL(-1.34%) 등 카지노 관련주도 하락했다.

여행·레저주에서 줄어든 시가총액 8천억원까지 포함하면 메르스 사태 발생 후 한달 동안 화장품과 백화점, 여행·레저주에서만 6조5천억원이 증발한 셈이다.

◇ '설상가상' 증시…"불안한 대외변수에 메르스까지"

메르스 사태는 개별 종목뿐 아니라 전반적인 투자 심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코스피는 미국 금리 인상과 그리스 우려 등 산적한 대외 변수에 시름하는 가운데 메르스 충격파까지 더해짐에 따라 변동성이 심화되고 있다.

이달 초만 해도 2,100선 위에서 움직이던 코스피지수는 지난 16일 장중 한때 2,008.46까지 밀리면서 2,000선 붕괴 우려마저 키웠다.

시장 전문가들은 메르스 여파로 내수 경기의 위축이 불가피하다며 당분간 소비재 업종 등을 중심으로 한 조정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메르스 확산이 작년 세월호 사태와 비교되지만, 경제에 미치는 실질적 파급력은 메르스가 더 클 수도 있다"며 "간신히 살아나던 내수 회복의 불씨가 다시 꺼질 수 있다는 점이 매우 큰 부담"이라고 우려했다.

곽 연구원은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대외 악재에 따른 지수 조정 시 내수주라는 대안을 제시할 수 있지만, 지금은 메르스 요인 때문에 대안 제시가 어렵다"며 "보수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나은채 연구원도 "작년 세월호 사태가 심리적인 요인이 컸다면 이번 이슈는 물리적인 외부 활동 자제로 인한 실질적인 소비 둔화로 이어지고 있다"며 "내수 산업은 단기적으로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중국인 관광객의 감소가 예상되기 때문에 관련 수혜주로 묶였던 업종들도 당분간 부정적 영향권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잇따르고 있다.

다만, 메르스 확산으로 추가경정예산 편성 기대감이 커지는 부분은 향후 반등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긍정적 전망도 나온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메르스 파장이 언제 누그러질지 누구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시장의 지뢰밭 여정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탈출구는 정책 모멘텀의 구체화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추경을 포함한 정부의 하반기 경기 활성화 대책 발표가 향후 증시 방향을 가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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