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폐가

강규호 아리움 디자인 대표

깨진 경대에 온전치 못한 햇살들이 모여

빈 뜨락에 불안한 파종을 하기 시작하고

햇살이 비껴 선 곳에서는 금세, 웃자란 씨앗들이

무질서한 함성으로 자생하던 꽃과 잡초들로 만나

돌담에 무디어진 외로움을

서로 어깨에 동여매고 살갑게 춤추는 곳

불침번으로 내린 소나기가 툇마루를 넘고 넘어와

문설주에 생채기를 하면

퓨즈 나간 백열등 선을 따라 내달려온 개미들이

여린 손톱으로 헐겁게 굴 파는 곳

더 이상 여닫지 않은 문고리는 오랜 문패마냥 닳아져

떠난 자의 온기를 대신하며 겹겹 녹으로 피어나는 곳

이제 저 된기침에 늙은 기둥 씨옥수수로 울지 않아도

폐경 맞은 닭이, 온전치 못한 햇살따라 울며 도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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