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희 대한항공 사장, "EU 지정항공사 수용 국익 위배"

입력 2007-01-19 18:56수정 2007-01-20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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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교부 심기 불편..."협상전 항공사 입장 청취할 것"

이종희 대한항공 사장은 지난 17일 한·불 항공협정과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불 항공협정에서 프랑스가 요구하는 'EU 지정항공사 조항'을 수용하는 경우 국익에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종희 사장의 이같은 발언은 현재 정부정책에 직접적으로 반대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관계부처와의 갈등이 우려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해 당사자인 대한항공 경영진 입장에서 충분히 가능한 발언이다"며 "하지만 실질적으로 시작도 되지 않은 협상과 관련해 발언을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대한항공은 원칙적으로 복수취항과 항공자유화를 지향하고 있다"며 "하지만 불평등한 조약을 받아들이면서까지 복수화를 서두르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정부는 이미 이번 항공회담에서 한-불 노선 복수화를 전제로 협상전략을 짜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 상황에서 복수화가 이뤄진다면 결국 'EU 지정항공사 조항'을 수용하겠다는 의미밖에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불 항공회담에서 프랑스는 연간 탑승객이 40만명 이상이 되는 경우 복수화를 허용하겠다는 기준을 세우고 있다.

이를 달성하지 못하는 경우 문제가 되고 있는 'EU 지정항공사 조항'을 수용하는 경우 복수화를 허용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현재 한-불 노선의 경우 2006년말 현재 37만5000여명(서울지방항공청)으로 추정돼 약 1∼2년 후에는 연간 탑승객 4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건설교통부 관계자는 "매번 항공협상 때마다 양 항공사별 입장은 있게 마련이다"며 "이번에도 양사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한 뒤 협상전략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협상이 종료된 후 협상결과에 대한 발표를 곧바로 할 예정이다"며 "국익과 소비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협상을 진행한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각 항공사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시작도 되지 않은 회담에 대해 공식적으로 입장을 표명하게 되면 협상주체로서 곤란한 것은 사실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종희 대한항공 사장이 기자간담회를 통해 정부 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한 것에 대해 건교부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 문제가 제기된 이후 건교부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양측에 소위 '언론플레이'를 자제해 줄 것으로 요청한 것으로 알고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건교부의 요청 이후 이 사장의 기자간담회가 열려 건교부가 이에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건교부로부터 어떤 입장을 들은 바는 없다"며 "대한항공은 국익 차원에서 기자간담회를 마련한 것일 뿐, 자사의 이익보호를 위해 마련한 자리는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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