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진행된 가운데 여야가 우여곡절 끝에 황 후보자의 변호사 시절 수임내역 119건 중 공개되지 않았던 19건, 소위 '19금 자료'를 열람했지만 여전히 '한방'은 없는 분위기다.
정치권에서는 자료 제출을 끝까지 늦춰 검증할 수 있는 시간을 주지 않은 황 후보자와 여당에 야당에 말려들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野, '사면 자문'에 '로비' 의혹 제기
청문회가 이틀째에 접어든 이날 야당은 자료 미제출을 강하게 질타하는 한편 '19금 자료' 중 '사면 자문'이 있었던 사실을 공개하면서 '로비' 의혹을 제기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은수미 의원은 "2012년 1월4일 사면 관련 법률 자문을 했는데 2012년 1월10일 신년 사면이 있었다"며 "2010년 감사원 최저가 낙찰자 감사 결과 31개 대형건설사가 무더기로 적발됐었는데 이때 사면 때 모두 사면됐다"고 지적했다.
정의당 박원석 의원은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사면은 대통령, 행정부 고유 권한인데 의뢰인이 사면 자문을 의뢰해 거기에 답했다면 그게 비정상 아니냐"며 "검사장을 막 마친 고위 전관 출신 변호사로서 사면을 자문한 것은 자문이 아니라 로비, 노정의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사기 충분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자료 미제출에 대해서도 계속 비판을 이어갔다. 새정치연합 우원식 의원은 "충분히 검증할 수 있도록 자료를 내야지 왜 이렇게 촉박해서 냈냐"며 "후보자께서 검증을 기피하기 위해 제대로 된 청문을 자르려고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 의원은 "후보자는 자신이 문제가 있다고 증명하지 않으면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보이면서 자료는 내지 않았다"며 "국민 앞에서 당당한 총리가 돼야 하는데 자료를 인색하게 하는 것, 이런 태도는 옳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與 "법률적 자문 가능" 옹호
반면 여당은 사면 자문과 관련된 야당 의원들의 법률적 지식이 부족하다며 '로비' 의혹을 방어하는 한편 과도하다 생각되는 부분에는 유감을 표명하는 등 적극적으로 황 후보자를 옹호했다.
새누리당 김제식 의원은 "변호사 직무 중에는 사면도 들어간다. 잘 아시다시피 사면은 일반사면과 특별사면이 있다"며 "제가 법무부에 근무할 때 사면 업무를 직접 담당해봐서 안다"고 나섰다.
김 의원은 "일반사면은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하고 그 개념에 대칭되는 사면이 특별사면이다. 특별사면은 종류가 많다"며 "정말로 자문해줄 게 너무나 많다. 무슨 자문을 했겠냐 (야당에서) 하시는데 잘 모르고 하시는 말씀"이라고 황 후보자를 두둔했다.
같은 당 권성동 의원 역시 "모든 법률 자문에 응할 수 있는 것 아니냐, 거기에 사면 업무도 포함되는 것"이라며 "변호사가 사면 업무를 담당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주장을 저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비공개로 열람했던 19건이 일부 언론에 공개된 사실을 제기하며 유감을 표명하기도 했다.
그는 "의원들과 질의 자료로만 공유하기로 약속했었는데 열람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일부 언론에 그대로 다 공개가 됐다"며 "우리 위원님들께서 관리를 잘못한 것이 아닌가, 유감을 표명한다"고 힐난했다.
◇黃, 논란에는 '사과'·의혹에는 '반박'
황 후보자는 사과할 것에 대해서는 사과하면서도 억울하거나 과도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명예훼손' 등의 단어를 써가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변호사 재직 시절 고등학교 동창인 김용덕 대법관이 주심을 맡은 청호나이스 횡령 사건을 수임하고,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는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오해의 소지가 생기지 않도록 변호 활동을 했지만 의원들께서 걱정하는 부분을 전체적으로 보면 제가 사려 깊지 못했다고 생각한다"고 잘못을 인정했다.
'부산 여성이 드세서 맞을 만했다'고 말했던 과거 발언에 대해서도 "오해의 소지가 있는 발언을 한 점에 대해서는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며 사과했다.
하지만 사면 자문 관련 로비 의혹 등 야당 의원들의 일부 발언에 대해서는 '명예훼손' 등을 언급하며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황 후보자는 "검사장을 막 마친 고위 전관 출신 변호사로서 사면을 자문한 것은 자문이 아니라 로비, 노정의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사기 충분하다"는 박원석 의원의 질의에 "추측으로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고 그럴 수 있는 부분이 걱정된다"고 반박했다.
그는 사면 자문에 대해 "황 후보자는 "2012년 초 있었던 사면과 당시 사면은 아무 관련이 없었다"며 "수임 일자가 2012년 1월4일로 돼 있는데 사면 자문으로 들어온 것이 아니라 그 뒤에 다른 사건들을 두루 자문했던 일이 있었는데 다른 법인에 다른 변호사가 맡았던 사건"이라고 해명했다.
아울러 "제 기억으로는 7~8월 정도나 돼서 제가 아마 처음 자문에 관해 얘기를 듣고 진행해줬기 때문에 (2012년 초) 사면하고는 전혀 관련이 없는 사면에 대한 자문이었다"며 "의뢰인이 다른 사건으로 형을 받은 것이 있었는데 자기가 앞으로 여러 가지 불편할 테니까 사면이라도 되면 좋겠다며 제게 사면이라는 게 어떻게 진행되고 어떤 경우에 되는 거냐 법률적 자문을 했다"고 강조했다.
해당 의뢰인은 결국 사면되지 못했다며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의뢰인은) 사면이 안 된 것으로 알고 있고 그 뒤에는 사면이 없었다"며 "민정수석이었던 정진영 변호사와는 동기라 잘 알지만 이와(사면) 관련해서는 아무런 논의한 바 없다"고 말했다.
의혹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다소 격앙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황 후보자는 "사면 관련 절차에 관련해서는 순수한 법률적 자문을 한 것"이라며 "전혀 알지도 못하는 분들을 얘기하며 마치 의혹이 있는 것처럼 말하는데 정말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서민들은 항의하면 불법이고 처벌하고, 가진 사람은 처벌 안 한다는 것은 굉장히 부적절한 말씀"이라며 "지금 가진 사람을 보호해주고 가지지 못한 분을 억울하게 처벌하는 이런 생각을 하는 법무검찰 공무원은 없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또 "잘해보려는 공무원들에게 그런 말이 얼마나 사기 저하가 되겠나"며 "저부터가 참담한 마음"이라고 토로했다.
◇與 "에스프레소 같은 총리 돼달라" 덕담
일부 여당 의원들은 마지막 질의를 하며 황 후보자가 총리가 됐다는 것을 전제한 채 당부를 하기도 했다.
새누리당 염동열 의원은 "지금 우리 한국이 어렵다. 망망대해를 가는 조각배 같은 심정이 저희 실정"이라며 "마치 운동경기에 밀리는 그런 경기에 교체 선수가 나와 팀 분위기를 바꾸고 사기를 진작시켜 역전하듯이 구원투수로 역전 투수가 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염 의원은 "에스프레소 아시죠, 진한 커피인데 실질적으로 카푸치노나 아메리카노, 카페라테 등에는 이 에스프레소가 들어가지 않으면 커피 맛을 못 낸다"며 "저는 황 후보자가 에스프레소 같은 총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덕담을 건넸다.
같은 당 김희국 의원도 "지금 컨트롤타워 때문에 난리인데 총리나 대통령이 아니면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없다"며 "부처 간 갈등을 누가 해결하겠나, 딱 한 사람뿐이다"고 황 후보자를 응원했다.
김 의원은 "빚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며 "빚 문제에 대해 소득과 함께 깊이 검토해서 그 문제가 나중에 폭발되지 않도록 부탁한다"고 조언했다.
김종학 의원 역시 "우리 후보자께서 총리직을 맡게 되면 그간 경험을 쌓아 횡적인 대화의 노력, 소통을 통한 국민통합 화합 이런 쪽에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는 말씀을 여러 번 하셨다"며 "초심을 잃지 마시고 계속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