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역공’ 삼성물산 합병 캐스팅보트 쥔 국민연금의 선택은?

입력 2015-06-09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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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삼성물산을 상대로 합병 저지에 대한 법적 절차에 착수한 가운데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엘리엇은 이미 지난 5일 국민연금에게 합병을 반대하는데 동참해 달라는 서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민연금은 오너 지분(13.98%)을 제외한 삼성물산 최대주주(9.98%)다.

여기에 9일 엘리엇이 공식 자료를 내고 "합병안이 명백히 공정하지 않고 삼성물산 주주들의 이익에 반하며 불법적이라고 믿는 데 변함이 없다"며 "합병안이 진행되는 것을 막기 위해 오늘 삼성물산과 이사진들에 대한 주주총회결의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는 법적 절차를 시작했다"고 적극적인 주주행동주의에 나선 것.

‘주주 이익 보호’ 라는 명분을 내세운 엘리엇의 공격적 행보에 그동안 주주이익에 반대가 될 경우 반대 표명과 기권이라는 강수를 둔 국민연금의 고민도 깊어 질 수 밖에 없다는 시각이다.

실제 국민연금은 지난해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합병시 주주 이익에 반하는 행동이라며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해 합병을 무산시킨 바 있다.

9일 국민연금 기금운용 본부 관계자는 “아직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안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결정 된 바 없다”며 “장기적으로 주주 가치 증대에 기여할 수 있는 신중한 검토를 거쳐 의결권 행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이 이번 사안에 대해 심정적으로는 주주 이익에 반하는 행동에 제동을 건 엘리엇을 지지하겠지만, 합병 반대 목소리를 내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국민의 돈을 운용하는 공적 기금이 먹튀 논란에 휩싸인 외국계 자본의 뜻에 선뜻 동조하는 건 여러모로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A운용사 대표는 “통상 이같은 중대 사안에 대해 국민연금이 자체 결정은 물론 제 3의 외부 의결권행사전문 기구를 선임해 관련 사안에 대한 모니터링에 착수할 가능성이 높다”며 “국민연금의 결정이 워낙 시장에 미치는 입김이 크기 때문에 막판까지 극비리에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기관 투자자 역시 “웬만한 국내외 기관 투자자들은 합병 비율의 불합리한 부문에 대해 목소리를 내 준 엘리엇에 대해 심정적으로 응원하는 마음을 누구나 갖고 있다”며 “그러나 국민연금이 그간 선례 등을 비춰 볼때 엘리엇 편을 들어주기도 쉽지 만은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다만 일각에선 지난해 삼성엔지니어링 합병 무산 강공을 둔 국민연금이 이번에도 다시 반대 의사를 표명할 수 있다고도 관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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