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동호회를 찾아서] 수출입은행 ‘수사동’, 사진으로 소통·사랑 배워요

입력 2015-06-03 10:44수정 2015-06-03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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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어울리며 다른 조직 업무 이해… ‘장수사진’ 봉사 사회공헌 활동 뿌듯

▲지난 2010년 수사동 회원들은 서울 은평구 엘림요양원에서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위해 영정사진 촬영 봉사활동을 했다.

“사진을 사랑하되, 사진에 목매지 않는다.”

수사동(수출입은행 사진동호회) 회원들의 사진에 대한 기본 지론이다. 이는 수사동이 수출입은행에 깊게 뿌리 내려 30년 이상 유지될 수 있었던 가장 큰 비결이기도 하다.

보통 사진동호회라 하면 전문가용 카메라에 기다란 렌즈 여러 개와 플래시, 삼각대 등 각종 카메라 관련 용품들을 어깨에 주렁주렁 멘 사람들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수사동에는 소형 미러리스 카메라(일반 디지털 카메라와 DSLR 카메라의 중간 단계)만 갖고 다니는 사람도 적잖다. 수사동은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경계 없이 정말 ‘사진을 사랑하고 즐기는’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진 모임이다.

그렇기 때문에 출사 스팟도 다채롭다. 수사동의 공식 회원수는 120여명이지만, 출사 한 건에 참여하는 인원은 주로 15명 내외다. 지방 각지의 유명 출사 장소를 찾아다니는 동호회 특성 때문이다.

이런 점을 감안해 수사동은 매번 1박2일의 장거리 출사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사진 마니아 입장에서는 출사 때마다 지방을 1박2일로 다녀오는 게 별 부담이 없지만, 일반인으로서는 장거리 출사로 지칠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해 근교로 출사지역을 선택하기도 한다.

최근 수사동 회원들은 경남 우포늪과 황매산, 전남 광양의 청매실농원과 구례의 산수유마을까지 장거리를 뛰기도 했지만, 근교인 경기 양평의 두물머리도 찾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달 초에는 서울 북촌의 한옥마을로 야간 촬영을 나갈 예정이다. 주말에 시간을 내기 힘든 동호회원을 배려한 처사다.

오랜 기간 수사동에 몸 담아온 유승욱 정보시스템부 팀장은 “일찍 퇴근하는 날에는 같이 야간 촬영을 나가기도 하고, 출사를 나가지 않을 때에는 사진전 등을 찾아 같이 저녁을 먹으며 품평을 하기도 한다. 어쩔 때는 점심시간에 여의도 인근에서 스냅을 찍는 경우도 있다”며 “다양한 상황을 가진 각양각색의 회원들이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유 팀장은 “사진동호회는 사진작가의 모임이 아니다”라면서 “사진은 소통이다. 사람과 소통하기 위한 방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직장생활에서 가장 필요한 능력은 소통이다. 그런 면에서 수사동 활동은 누구에게나 권할 만하다”라고 자랑했다.

수출입은행은 은행 특성상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남북경제협력기금, 수출금융 등의 조직으로 크게 나뉘는데 업무마다 특징이 상이하다보니 행내 직원 간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유 팀장은 “본점만 봐도 서로 다른 업무조직이 나눠져 있어 상하 수직적인 직급의 관계를 떠나 좌우의 ‘횡적’으로도 의사소통이 중요한 구조”라면서 “동호회는 자연스럽게 직원 간 의사소통을 돕는 역할을 한다. 각 업무 영역 간 이해도가 높아지고 협조도 부드러워진다”고 말했다.

수사동 회원들의 사진을 이용한 의사소통은 행내 직원을 넘어 은행 외 외부인에게까지 퍼졌다. 지난 2010년 수사동 회원들이 강원 홍천의 한 마을을 찾아 어르신들의 장수사진(영정사진)을 찍은 것이 그 예다.

수사동 회원들은 당시 홍천에서 영정사진을 찍는 프로젝트가 호응을 얻자, 서울에 사는 어르신에게도 영정사진을 찍어드렸다. 그렇게 찍어드린 어르신의 수만 300명을 훌쩍 넘는다. 유 팀장은 “우리의 재능과 능력이 새로운 차원의 사회공헌과 봉사활동으로 빛을 발해 뿌듯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수사동은 완성도가 높은 사진을 찍기 위한 모임이 아니다.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한 소통의 장(場)이다. 수사동의 기준으로 봤을 때 ‘좋은 사진’이란 사람 냄새가 물씬 나는 사진이다. 유 팀장은 “아마추어와 전문가를 떠나 사람 냄새가 나야 진정한 사진”이라며 “우린 앞으로도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사진을 계속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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