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파만파 메르스] 유커 발돌릴까? … 유통업계, 메르스 악재에 ‘발 동동’

입력 2015-06-03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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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행상품 취소율 10% 육박…예약율도 둔화

“메르스 발생 이후에도 명동에 돌아다니는 중국인 관광객들의 수는 예전과 비슷해 보이지만 마스크를 착용하는 중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좀 불안한 것이 사실이예요.”(명동 화장품 매장 직원)

“메르스 여파로 한국에 오려는 관광객들의 움직임이 둔화되긴 했습니다. 오늘은 상해와 북경에서 예약했던 단체팀이 깨졌고, 기존에 예약을 해놓은 분들은 취소하기가 쉽지 않은데 취소율이 5~10% 정도 늘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예약율이 낮아졌다는 겁니다.”(하나투어 관계자)

메르스 감염에 따른 첫 사망자가 나온 다음날인 2일. 한산했던 명동 거리는 점심시간이 다가오면서 여느 때와 다름없이 중국인 관광객(遊客·유커)들로 북적였다. ‘메르스’를 의식한 듯 마스크를 쓰고 돌아다니는 중국인 관광객들의 모습이 간혹 눈에 띄었지만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얼굴을 그대로 내놓은 채 쇼핑을 즐겼다.

전날 중국 광저우에서 한국에 도착했다는 장양(가명· 61세) 씨는 지도를 들고 명동 거리를 돌아다니느라 바쁜 모습이었다. 장씨는 “한국에서 메르스가 확산되고 있다는 소식은 알고 있다. 하지만 크게 염려하지는 않는다. 중국에서 마스크를 잘 착용하고 손과 몸을 깨끗이 씻으라는 등 간단한 위생교육을 받고 왔다”고 무덤덤하게 말했다.

메르스 여파가 유통·여행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유커의 주요 관광코스인 명동 거리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한국 여행 취소율이 높아지고 추가 예약율이 둔해지면서 업계는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특히 유커 덕분에 호황을 누렸던 면세점ㆍ화장품ㆍ패션업체 등은 당장의 매출 하락은 없지만, 메르스 확산 속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유커 방한 감소시 직격탄이 불가피한 국내 면세점의 한 관계자는 “국내 매출의 일등공신인 큰 손 유커의 발길이 뜸해지면 매출 하락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커가 가장 많이 찾는 상권인 명동에 명동월드점을 운영하고 있는 네이처리퍼블릭 관계자는 “아직까지 관광객 방문자수와 매출에는 큰 변동이 없지만, 계속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 역시 “아직 영향을 논할 단계는 아니다”면서 “정부 및 보건 당국이 국민들의 불안감 해소를 위해 더 많이 노력을 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백화점 등 유통가도 본격적인 매출 하락을 우려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메르스 이슈가 불거진 이후 지난 주말 매출 신장률이 전년대비 1%로 5월 기존점 신장율 6%보다 확실히 떨어졌다”며 “상황이 심각해질 경우를 대비한 대책마련을 고심중”이라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도 상황을 예의 주시하면서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4월 이후 살아날 조짐을 보인 소비심리가 메르스 사태로 다시 움츠러들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유통가의 우려는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1일 기준 한국관광 예약상품을 취소한 유커는 2000여명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대만 관광객 500여명도 한국여행을 포기하면서 중국계 외국인 총 2500여명이 취소했다.

여행사별로 보면 오는 4일부터 11일까지 국내 여행사 1위 업체인 하나투어의 패키지여행 상품을 이용해 베이징(北京)과 상하이(上海)에서 출발, 우리나라에 입국할 예정이었던 중국인 300여명이 예약을 취소했다. 지역별로 보면 상하이가 200명, 베이징이 100명이었다. 2위업체인 모두투어에서도 6월 한국여행상품의 유커 예약 취소율이 9%에 이르고 있다.

메르스 확산에 따른 경제적 피해가 예상되면서 정부도 관광 등 내수에 미치는 영향 분석에 들어갔다. 삼성증권은 중국 관광객의 10% 감소는 1조5000억원에 달하는 국내 소비 위축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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