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클래스를 향해]홍순겸 동양피스톤 회장 “‘엔진피스톤’ 도면받던 회사, 이젠 외국 기술인력 직접 채용”

입력 2015-05-29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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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 창업이후 한길 ‘뿌리기업’…‘사람중심 경영’ 직원 복지도 신경

▲홍순겸 동양피스톤 회장이 안산시 단원구 신길동 동양피스톤 본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엔진 피스톤분야 전문화, 글로벌화, 모듈화에 사활을 걸었기 때문에 국내시장 1위, 세계 4위권에 들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노진환 기자 myfixer@

지난해 세월호 참사 당시 ‘참된 리더십’으로 언론의 조명을 받은 인물이 있다. 사고 희생자 아버지인 회사 직원에게 7개월 동안 월급을 계속 지급해왔던 홍순겸 동양피스톤 회장이다. 7개월간 출근하지 못했음에도 직원의 아픔을 함께 느꼈던 홍 회장의 모습에 많은 이들은 감동을 받았다.

최근 경기도 안산시 소재 동양피스톤 본사에서 만난 홍 회장은 이 같은 세간의 관심을 부담스러워했다. “직원이 그런 사고에 휘말렸는데 당연한 것 아니냐”는 홍 회장의 반문에 그의 경영철학이 엿보였다. 무엇보다 사람이 우선되는 경영. 홍 회장이 추구하는 방향이자 철학이다.

최근에도 홍 회장은 경기도 동두천시의 한 아이에게서 장문의 편지와 시집을 받았다. 이 같이 홍 회장에게 아직까지 편지와 선물을 보내는 일이 꽤 많다고 했다. 그는 “당연한 일을 했던 것뿐인데 사람들이 감동을 받더라”며 “현재 해당 직원은 회사에 잘 다니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홍 회장은 결심한 것을 흔들리지 않고 그대로 실행하는 성격이다. 사람을 중심으로 한 경영철학뿐만 아니라, 사업적인 측면에서도 한길을 고수하고 있다. 자동차 엔진용 피스톤 사업이다. 동양피스톤은 1967년 창업 때부터 현재까지 엔진 피스톤 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는 국내 대표 뿌리기업이다.

홍 회장은 “자동차 부품을 직수출하는 곳이 별로 없다”며 “엔진 피스톤 시장에서 국내 1위, 세계 4위권에 들어갈 수 있었던 건 전문화, 글로벌화, 모듈화 등에 사활을 걸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또 한 가지는 그동안 해외 선진기업들을 벤치마킹했던 것도 많은 경험을 쌓게 해줬다”며 “아직까지 직원들에게 해외 나가서 경험을 많이 쌓으라고 강조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동양피스톤은 국내 엔진 피스톤시장 1위 업체로, 현대·기아자동차, GMK, 두산인프라코어, 르노삼성, 쌍용차 등에 납품하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인 GM, 포드, 크라이슬러, 피아트, 이스즈, 구보다, 미쓰비시 등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납품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올해 아우디, BMW 등 프리미엄 자동차 업체들에도 제품을 공급할 예정이다.

지난해엔 중소기업청의 ‘월드클래스300 프로젝트’ 기업에 선정되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뽐냈다. 엔진 피스톤 시장의 ‘히든챔피언’으로 손꼽히는 이유다.

홍 회장은 “현재 수출 비중이 36% 정도인데 올해 4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며 “주요 수출시장은 북미시장으로 약 40%이고, 프리미엄 브랜드인 BMW와 아우디엔 다음달부터 본격적인 공급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내년에는 독일 폭스바겐에도 제품을 공급한다. 완성차 시장의 성장이 제한돼 있는 만큼, 기존 거래선의 신뢰도와 점유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수출을 늘리겠다는 복안이다. 이에 따른 동양피스톤의 장기 비전은 오는 2023년 글로벌 3위, 매출 1조3000억원, 세계시장 점유율 16% 달성이다.

홍 회장은 “수출 비중도 오는 2018년엔 50%까지 올라갈 것”이라며 “2019년이 되면 수출이 내수를 넘어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경험을 바탕으로 감내할 만한 목표라고 본다”며 “자세가 새롭게 바뀌어야 하고, 세계시장에서 우위를 다질 수 있는 경쟁력을 더 확보하는 것이 숙제”라고 강조했다.

홍 회장은 사업을 ‘지혜의 집합’이라고 표현했다. 창업 초창기부터 홍 회장이 갖고 있던 생각이다. 그는 “과거 직장에서 근무하면서 스스로 해보고 싶다는 의욕이 있어 내가 현재 갖고 있는 것을 중심으로 도전해봤다”며 “사업을 지혜의 집합이라고 언급한 이유는 이론과 실제가 부합돼야 한다는 것의 표현으로, 모든 일을 이론을 바탕으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제도까진 했는데 설계를 못해 학원을 다니면서 관련 일을 배웠다”며 “근본적으로 물건을 잘 만들어야 한다는 것에 기초를 뒀다”고 설명했다.

창업 초창기엔 모든 사업가들이 그러하듯이 고비도 있었다. 맨주먹으로 시작한 홍 회장인 만큼 항상 자금난이 뒤따랐고, 기술력 문제도 고민이었다. 홍 회장은 이를 동종업계 많은 기업들을 찾아 벤치마킹을 하면서 간극을 줄여나갔다. 점차 기술력이 높아지자 독일기업에서 먼저 합작을 제의해오기도 했다.

홍 회장은 “초창기 도면을 선진국에서 받아왔을 정도로 기술력이 취약했는데, 1989년 독일 말레가 합작을 제의, 2000년까지 기술제휴를 했다”며 “2000년 이후 결별했지만, 이를 통해 우리도 많은 기술을 배웠다”고 밝혔다.

이같이 선진국 도움을 받았던 동양피스톤이 이젠 외국 기술자문가들을 직접 직원으로 채용하고 있다. 현재 유럽, 북미지역 전문가들 10명이 동양피스톤의 기술자문을 하고 있다. 홍 회장은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에선 해외 대응력에 있어 잘 준비돼 있는 회사로 꼽힌다”며 “기술을 잘 부각시켜서 손님이 찾게 하는 구조로 회사를 만들어나갈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동양피스톤은 자체 개발한 설비를 통해 제품을 생산한다. 이는 홍 회장의 자부심 중 하나다. 그는 “다른 전문기업들도 설비를 사다 쓰는데, 우리는 직접 만들어 경쟁력이 있다”며 “원가 절감은 물론 직원들의 기계 대응력, 효율성, 생산성이 모두 높아진다”고 밝혔다.

또 하나의 자부심은 직원들의 이직률이다. 현재 동양피스톤의 이직률은 0.4% 정도다. 사람 중심 경영의 결실이다. 과거 한때 기혼 직원들을 대상으로 회사가 나서 주택을 마련토록 지원해줬을 정도다. 동양피스톤의 지난 3월 상반기 공개채용 경쟁률은 300 대 1을 기록했다. 국내 중소·중견기업에서는 드문 수치다.

홍 회장은 “요즘엔 복지가 하(下)급에 속하면 회사를 다니지 않으려고 하는 만큼 신경을 많이 쓴다”며 “위에서는 현장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항상 들여다 봐야하고, 직원 부인들이 ‘우리 남편이 좋은 회사를 다닌다’고 말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동양피스톤은 올해 48년차를 맞는다. 많은 기업들이 풍파를 견디지 못하고 다른 신사업 진출로 변화를 모색하고 있지만, 동양피스톤은 꿋꿋이 한길을 걷고 있다.

그는 “그간 많은 유혹을 받았지만 앞으로도 한우물을 팔 것”이라며 “전환해야 할 시기가 오면 우리 기술과 연계된 것으로 할 수 있겠지만, 우선적으로 전문화에 더욱 집중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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