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가격제한폭 확대, 성숙한 투자문화 정착의 계기로

입력 2015-05-21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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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대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부이사장)

다음달 15일부터 주식시장의 가격제한폭이 17년 만에 15%에서 30%로 확대된다. 가격제한폭은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만 운영되는 제도로, 미국이나 유럽과 같은 선진 거래소에는 없다. 따라서 30%로 그 폭을 확대한 조치는 우리 시장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한층 더 다가섰음을 의미한다.

이와 더불어 우리 거래소에서는 주가의 과도한 일시적 가격 급변을 완화하기 위해 개별종목 및 시장 전체 차원에서의 가격안정화 장치를 대폭 정비했다. 그 결과 가격제한폭에 동적ㆍ정적 변동성완화장치(VI), 서킷브레이커스(CB) 등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가격안정화 장치를 운영하는 거래소가 됐다.

개별종목 차원에서는 지난해 9월에 도입한 동적 VI에 이어 정적 VI를 도입한다. 동적 VI가 직전 체결가격 대비 3%(코스피200종목)의 비교적 낮은 가격 급변에 대응하는 장치라면, 정적 VI는 직전 단일가격을 기준으로 10% 이상 큰 폭의 가격 급변을 완화하는 장치다.

이와 더불어 시가, 종가 등의 결정 시에만 발동되던 랜덤엔드 제도를 모든 단일가 매매로 확대 적용하고, 랜덤타임을 5분 이내에서 30초 이내로 단축한다. 해당 조치로 단일가 매매 종료시간의 임의성이 한층 강화돼 허수성 호가 제출 등 불공정거래의 효과적 예방책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시장 전체 차원에서는 시장의 급락 시 매매를 일시 중단시키는 CB제도를 개편한다. 가격제한폭이 없는 미국의 경우에는 1987년 10월 19일 주가 대폭락 사태인 블랙먼데이(Black Monday)가 발생한 이후에야 시장 붕괴에 대한 보완책으로 CB제도가 도입됐다. 우리나라는 1998년 KOSPI지수가 전일 대비 10% 이상 하락했을 때 1일 1회에 한해 시장을 20분간 중단하는 CB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10%라는 높은 발동 기준 등으로 인해 2008년 금융위기 상황에서도 유가증권시장에서 CB제도가 작동하지 않는 등 CB제도가 적절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10%보다 낮은 8%에 CB 1단계가 발동되고, 추가 하락에 대한 진정 수단으로 15% 이상 하락 시에는 2단계 CB, 20% 이상 하락 시에 3단계 CB가 발동돼 당일의 장이 종료되는 단계적 발동체계로 전환한다.

현행 가격제한폭 15%는 가격 급변을 제어하는 등 증시 안정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으나, 주가의 15%를 상ㆍ하회할 만한 기업의 이벤트가 발생했을 때 가격 반영이 지연되거나, 상ㆍ하한가를 이용한 불공정거래 기법에 손쉽게 활용되는 등 부작용도 있었다.

내츄럴엔도텍의 가짜 백수오 사태를 살펴보면, 사태가 발생한 후 내츄럴엔도텍의 주가는 무려 13거래일간 하한가를 기록했다. 가격제한폭이 15%보다 넓었다면 보다 빨리 적정주가를 발견해 시장에서 재평가받고 사태가 신속하게 진정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15%의 좁은 가격제한폭에 따른 가격 발견 지연으로 투자자 사이에 공포감이 확산됐고, 이로 인해 코스닥시장 전체가 출렁였다.

이번 가격제한폭 30% 확대에 따른 가격 발견 기능 제고로 시장의 효율성이 증대되며, 국내 증시의 활력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개인투자자에게는 급격한 가격변동 종목에 대한 비이성적인 뇌동매매를 기피하도록 하는 등 기업 가치에 기반을 둔 신중한 책임투자 및 건전투자 문화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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