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빛낸 펀드] 유럽·中·공모주 ‘클린업 트리오’시장 달궜다

입력 2015-05-1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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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펀드, 양적완화·기업 실적개선 호재… 中펀드, 후강퉁 개방 수혜… 공모주, 펀드환매 러시 속 국내펀드 자존심 지켜

올 상반기 펀드시장에서 두드러진 특징은 해외주식형 펀드의 귀환이다.그간 애물단지로 투자자들의 속을 끓였던 해외주식형 펀드들이 저성장저금리 시대를 맞아 짭짤한 재테크 효자로 부각된 모습이 뚜렷했다는 평가다.

2009년 7월부터 꾸준히 순유출 행진을 벌여온 해외주식형 펀드는 올 들어서만 1조4000억원이 넘는 뭉칫돈을 유치했다. 올 상반기 해외펀드 중에서도 두드러진 특징은 그간 해외펀드의 대표주자로 꼽혔던 중국 펀드와 더불어 유럽펀드가 쌍두마차로 떠오른 점이다.

국내 주식형펀드는 박스권을 돌파한 코스피의 상승 질주로 수익률이 크게 개선, 대부분 환매 몸살을 앓아야 했다. 하지만 이 중에서도 매머드급 기업들의 기업공개(IPO) 봇물로 수혜가 예상되는 공모주하이일드펀드, 배당주펀드 등은 차별화된 성과 등으로 자금몰이에 성공했다.

◇해외펀드 흥행 속 중국유럽펀드 자금몰이 성공 = 2015년 상반기 해외펀드 다크호스는 단연 유럽펀드와 중국펀드가 꼽힌다.

유럽펀드의 경우 2008년 금융위기 여파로 한동안 주춤하다가 유럽연합을 중심으로 대규모 양적완화가 이루어진 이후 주요 경제지표가 호전되면서 투자자들의 투심을 돌리는 데 성공했다.

올 초 EU의 대규모 양적완화 정책이 발표되자 지난 3월과 4월 유럽주식형 펀드로 최근 2년간 최대 유입액이 5000억원과 4000억원을 뛰어넘었다.

전문가들은 향후에도 유로화 약세, 유럽 수출기업들의 호실적 등이 펀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투자자들의 투심도 그만큼 적극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올 초 기준 1000억원 이상 자금이 몰린 해외펀드들을 살펴본 결과, 슈로더유로자A(주식)종류A(4910억원), 알리안츠유럽배당자[주식_재간접](H) ClassA(1665억원), JP모간유럽대표자(H)(주식-재간접)C1(1001억원) 등이 이름을 올렸다. (기준일:2015.5.14)

대형 운용사들도 이 같은 흐름에 발맞춰 올해 유럽펀드 신규 출시에 나서 주목된다. 삼성자산운용은 ‘삼성파이어니어 유럽중소형주’, KB자산운용은 ‘KB롬바드오디에 유럽셀렉션펀드’, 신한BNP파리바운용은 ‘신한BNPP유럽멀티에셋인컴펀드’를 선보이며 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삼성운용 리테일영업본부 여정환 상무는 “기업 실적, 현금 흐름의 지속적 성장이 가능한 유망 중소형주에 대한 투자는 세계적인 추세”라며 “이번에 출시하는 삼성파이어니어 유럽 중소형주펀드는 유럽지역에 상장된 시가총액 3억~30억 유로 규모의 약 1300개 종목에 대한 철저한 리서치를 통해 투자한다”고 밝혔다.

유럽펀드와 더불어 중국펀드도 올 상반기 가장 관심 높은 투자처로 급부상했다.

중국 본토는 최근 1년간 후강퉁(홍콩상하이 교차매매) 등 중국 자본시장 개방 수혜 효과로 지난 1년간 100%를 넘는 성과를 달성했다. 연초 이후 우수 성과 주요 중국 펀드들로는 삼성중국본토중소형FOCUS자H[주식]_A(51.40%), 동부차이나본토자(H)[주식]ClassC-F(43.84%), 한국투자그레이터차이나 1(주식)(A)(37.25%), KB중국본토A주자(주식)A(36.71%) 등이 꼽힌다. (기준일:2015.5.14 제로인)

여기에 올 하반기 선강퉁(선전-홍콩 증시 교차거래)까지 시행을 앞둬 그야말로 해외 시장 중 가장 뜨거운 감자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독차지하고 있다.

국내에선 단기 과열 급등에 대한 조정 우려를 지적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중국 현지 증권사들은 상하이 증시가 올해 전고점에 이른다는 분석치를 내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중국 관심 반영에 힘입어 올 들어 한국, 신한BNP파리바, 삼성, 동부, 한화, IBK자산운용 등 운용사들이 중국 관련 신상품을 일제히 쏟아냈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관계자는 “지난 4분기 말부터 중국 본토가 급등세를 보이면서 당사도 국내 최초로 RQFII(위안화 적격 외국인 투자자)취득과 관련된 상품을 많이 출시했다”며 “이번 중국 시장의 강세는 과거 2007년 중국 투자붐과는 달리 중국 자본시장에 대한 접근 경로와 투자자들의 위험, 수익 프로필도 달라진 만큼 다양한 주제의 중국 투자 상품이 지속적으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신한BNPP운용 역시 최근 중국 전환사채 혼합형, 중국본토 단기 채권 등 다양한 중국 관련 상품을 출시해 투자자들과 판매사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대형 운용사 리테일 담당 관계자도 “상반기에 이어 중국 펀드에 대한 관심과 성장 전망은 대세로 판단된다”며 “상반기 각 운용사들이 중국 관련 중소형주, 중국 배당주 투자 등 새로운 상품을 많이 냈는데, 투자자나 판매사 성과 측면에서도 관심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저금리 수혜 채권혼합형 ‘훈풍’ 대어급 기업 IPO 공모주펀드 ‘씽씽’= 올 상반기 해외펀드의 대세 국면 속에 성과가 우수한 주식형펀드들은 대부분 환매 몸살을 앓아야 했다. 박스권을 돌파한 국내 증시가 저금리, 저성장 국면 수혜 효과로 급등하면서 대부분의 주식형 펀드들의 성과도 크게 개선된 것.

이에 차익실현 욕구가 커진 투자자들의 환매 러시가 줄을 이었다. 이 가운데서도 혼합형펀드와 공모주펀드들이 그나마 국내 주식형펀드의 자존심을 지켰다는 진단이다.

펀드를 직접 고객에게 선보이는 대형 증권사 판매 채널에 따르면, 금리보다 높은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제공하는 채권혼합형 펀드와 공모주 펀드의 인기가 올해 유난히 두드러졌다는 것.

대우증권 상품개발실 김희주 이사는 “제일모직, 삼성SDS 같은 대어급 종목들이 상장하면서 개인투자자들 입장에선 공모주 펀드에 투자해 수혜를 얻으려는 니즈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며 “당사 지점에서도 흥국하이일드 분리과세 펀드를 비롯해 KTB, LS운용 등이 선보인 공모주 관련 펀드들이 지속적으로 잘 판매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당분간 공모주 관련 펀드나 투자는 긍정적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유안타증권 최현재 연구원은 “수요예측 경쟁률, 공모가격 경쟁 비율 등 IPO 주요 지표로 공모주 시장 심리를 파악하는 유안타 IPO 심리지수가 작년 말 바닥을 확인하고 반등 중에 있다”며 “지난 5년간의 통계로 볼 때, IPO 심리지수가 강하게 반등하는 국면에서 공모주 투자 성과는 탁월했다”고 덧붙였다.

올해는 작년과 같은 삼성SDS, 제일모직 같은 초대어급 IPO는 없지만 하반기 이노션, 제주항공, LIG넥스원 등 시가총액 5000억원에서 2조원 규모의 중대형급 IPO가 10개 이상 기다리고 있다.

이 같은 전망에 힘입어 올 들어 공모주 펀드로 자금이 밀물처럼 들어왔다. 제로인에 따르면, 연초 기준 ‘동양뱅크플러스공모주10채권혼합형’ (1947억원), ‘KTB공모주분리과세하이일드채권혼합형’(1925억원), ‘LS공모주플러스1채권혼합형’(719억원) 등 주요 공모주펀드로 자금이 크게 몰렸다.

다만 일각에선 상반기 인기를 구가한 혼합형 펀드의 순항세에 대해선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대형 운용사 마케팅 고위 관계자는 “상반기엔 잘 나갔던 혼합형펀드가 하반기엔 다소 시들해질 수 있다는 당사 내부 컨센서스가 나온 상태”라며 “통상 채권형펀드는 70% 편입 비중을 채권, 나머지 30%는 주식으로 채우는 구조인데 최근 선진국들의 금리 인상으로 국내 채권시장도 불안한데다, 하반기 대세 상승장에 대한 기대가 높은데 차라리 주식형 펀드로 가입하는 게 나아 보인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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