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쟁 당시 미군 포격으로 사망한 민간인 희생자에게 국가가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인정한 첫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30부(재판장 이진만 부장판사)는 방모씨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18일 밝혔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국가는 방씨 유족에게 4888만원을 지급해야 한다.
방씨는 한국전쟁 중이던 1950년 9월 경북 포항의 송골 해변에서 미 해군 '헤이븐호'가 쏜 포탄에 맞아 숨졌다. 2010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이 사건에 대해 '피란민 중 북한군이 섞여 있다'는 육군 정보에 따라 헤이븐호가 함포 사격을 했다는 보고서를 냈다. 하지만 사격 명령 주체가 미국 육군인지, 국군인지는 나와 있지 않았다. 방씨 유족은 이 보고서를 토대로 소송을 냈다.
1심은 사격 명령을 내리고 실제 사격을 한 주체가 미군인 것으로 보고 한국 정부가 배상할 책임이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당시 미 해군이 포격을 개시한 것은 국군이 '피란민 가운데 북한군이 섞여 있으므로 포격을 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또 "한국 정부는 이 포격을 요청함에 있어 중대한 과실로 숨진 방씨 등의 헌법상 기본권인 신체의 자유, 생명권 등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