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개발 논란을 불러왔던 지자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가 사실상 정부의 규제 망 안에 다시 들어오게 됐다. 설익은 규제개선안을 원점 회귀하면서 취임 두 달째를 앞둔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의 역할 부재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6일 국토부는 중앙도시계획위원회(중도위)를 통해 해제해온 그린벨트 중 30만㎡ 이하 중ㆍ소규모 그린벨트는 시·도지사가 해제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해 해제와 개발절차를 일원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2년 이상 소요되는 해제 기간이 1년으로 단축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하지만 이 같은 그린벨트 규제개선 방안은 선출직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선심성 그린벨트 해제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잇달았다.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선출직 공무원인 시·도지사가 선거용으로 그린벨트를 해제해 난개발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의식한 듯 유 장관은 다음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절차를 간소화했지만 국토부와 사전협의를 거쳐 난개발이 되지 않도록 하는 절차가 있다”며 “난개발 우려가 있다면 국토부가 중도위 심의에 부칠 수 있게 해 뒀다”고 해명했다.
실제 국토부는 14일 그린벨트 해제 권한 일부를 시·도지사에 넘기기로 한 것과 관련해 중도위 위원으로 구성된 전문가 자문위원회를 열었다. 중도위 직후 그 구성원 그대로 전문가자문회의를 개최해 사전협의의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했다. 단순히 관계 부처 사전협의로 언급된 방지책에 성문화된 요건이 만들어진 셈이다.
하지만 이 규제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말들이 많다. 한 관계자는 “지자체의 그린벨트 해제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중도위 심의 절차를 제외한 것인데 중도위 위원들이 다시 제약요건을 만든다면 결국 '도루묵'정책밖에 더 되겠느냐”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유 장관의 역할론도 도마에 올랐다. 한 관계자는 "지금껏 유 장관이 내놓은 정책은 서민 주거비 부담 완화를 위한 전ㆍ월세 대책을 미세 조정한 것밖에 없다”며 “부동산 경기를 살릴 수 있는 그린벨트 규제개혁안조차 혼선을 빚는다면 그는 역할 부재론에 휩싸일 수밖에 없고 내년 선거를 앞두고 퇴진론이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