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넥스시장 진입장벽 완화 투자시장 활성화 모색금감원과 현장점검반 운영 금융사 애로 청취해결‘안심전환대출’로 가계부채 구조개선 성공적 평가‘투자자 보호투자자 책임’ 패러다임 변화 긍정적
그는 한 마디로 ‘준비된 금융위원장’으로 불리고 있다. 그만큼 취임 이후 자본시장 참여자들이 갈망했던 문제를 쾌도난마처럼 풀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취임한지 어느덧 두 달이 가까워오고 있다. 임 위원장은 취임사를 통해 “내게 주어진 소명은 금융개혁”이라며 금융개혁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드러냈다. 임종룡식 자본시장 개혁은 금융회사 자율존중, 불필요한 규제 철폐, 모험자본 활성화로 요약할 수 있다. 저성장ㆍ저금리ㆍ저물가 3저(低)시대에서 성장판이 닫힌 금융투자업계는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을 입장’경험‥현장 목소리 귀 기울여 = 임 위원장에게 지난 두 달은 금융개혁을 추진하기 위한 체계를 마련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시간이었다. 우선 임 위원장은 취임 후 첫 방문지로 금융감독원을 찾아 ‘혼연일체’가 되자고 제안했다. 속도감 있는 금융개혁을 위해선 금융위와 금감원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 시장에 혼란을 주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전임 원장 시절 금융위와 묘한 신경전을 벌인 금감원을 향해 금융당국의 한목소리를 당부한 것이다.
임 위원장은 두 번째 행선지로 한국거래소를 선택했다. 사모펀드, 벤처캐피탈 등 모험자본 투자 활성화가 실물경제를 뒷받침하는 금융의 혈맥으로서 자본시장 특히 모험자본 활성화를 필수적이란 인식 때문이다. 임 위원장이 취임 후 코넥스 시장 활성화 방안을 가장 먼저 내놓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곧이어 임 위원장은 한국경제의 최대 뇌관으로 꼽히는 가계부채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안심전환대출을 내놓았다. 안심전환대출은 기존 주택담보대출을 낮은 고정금리의 장기 분할상환대출로 바꿔주는 상품이다. 3월 24일 출시된 지 4일 만에 전체 한도인 20조 원이 모두 소진되면서 흥행에 성공했다. 안심전환대출은 전체 주택담보대출에서 고정금리와 분할상환 비중을 높여 가계 부담을 줄였다는 분석과 함께 가계부채 첫 대처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 2차분을 합산한 신청 규모가 33조 9000억원에 달하는 안심전환대출로 금융위와 은행권이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는 사이 임 위원장은 금융개혁을 위해 4개 조직을 신설에 속도를 냈다. 금융개혁회의, 금융개혁추진단, 금융개혁자문단, 현장점검반으로 구성된 ‘3+1’ 체계를 만든 것이다. 특히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직원들이 직접 금융회사에 투입돼 직접 애로사항을 듣는 현장점검반이 호응을 얻고 있다. 금융현장에서 애로 사항을 발굴, 해소하는 등 금융당국과 금융회사 및 금융이용자간 ‘소통창구’ 역할에 대한 기대에서다.
이 뿐만 아니라 임 위원장은 퇴직연금시장발전 및 금융회사의 해외진출 여건 개선 등의 사안에 있어 직접 실무진을 만나기도 했다. 임 위원장이 부장급의 실무자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자 하는 것은 농협중앙회장을 역임하면서 업계의 성장의 발목을 잡는 규제와 장애를 ‘을의 입장’에서 겪어본 경험 때문이다. 또 기관장들을 만나면 정제되고 형식적인 이야기만 나온다는 생각에서 실무를 직접 다루는 부장급을 선택한 것이다. 실제로 지난 8일에 열린 금융회사 해외진출 여건개선 및 역량강화를 위한 간담회에서 NH투자증권 실무자가 해외채권 투자에 있어 공모규제가 적용돼 국내투자자가 해외투자를 하는 데 있어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건의를 했다. 이를 들은 임 위원장은 “내가 농협에 있을 때 (실무자가) 같이 일했던 분이다. 국제화 전략도 같이 짜고 했는데 저도 잘못했나 싶어서 가슴이 아프다”며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이 밖에도 임 위원장은 업계관계자와 금요일 아침에 조찬모임을 하는 금요회를 조직했고 2주에 한 번 진웅섭 금감원장이 만나 ‘투 톱’ 정례 회의를 갖는다.
◇자본시장 활성화 위해 내놓은 정책은 = 임 위원장이 지난 4월 발표한 자본시장 활성화 방안은 모험투자 활성화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우선 코넥스시장 개인투자자 예탁금 기준을 현행 3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춰 개인투자자의 시장접근을 용이하게 했다. 랩어카운트(종합자산관리)를 통한 기관투자가의 코넥스 투자의 경우 예탁금 규제가 완전히 폐지되며, 특히 코넥스 소액투자전용계좌를 도입해 연간 3000만원까지는 예탁금 수준에 관계없이 투자를 허용하기로 했다. 코넥스시장 활성화 방안은 창업기업, 중소벤처기업에 대하 모험 자본 투자 및 회수기반 강화를 위해 개인투자자의 코넥스 시장 진입 장벽완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신규투자자 유입을 위한 파생상품 시장 활성화 방안도 내놓았다. 파생상품 시장에 소액투자자의 시장참여를 확대하고 정밀한 투자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거래단위를 1/5로 축소한 코스피200 미니선물ㆍ옵션이 도입된다.
임 위원장은 “선물시장 거래단위 커지니까 선물 수요가 해외로 빠져나가는 상황”이라며 “상품이 많으면 그에 맞춘 다양한 수요가 등장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며 무엇보다 시장이 살려면 상품이 다양해야 수요자가 몰려 시장이 두터워진다”고 설명했다.
초기단계 비상장법인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호가ㆍ체결내역 게시판인 K-OTC 2부시장이 개설했다. K-OTCBB는 주식유통이 가능하기 위한 최소한의 형식적 요건만 갖추면 거래가 가능하며 현재 장외에서 주로 거래되는 75개의 종목으로 개설하고 투자자 주문 등으로 증권사가 요청하는 경우 즉시 추가되는 방식을 택하기로 했다.
임 위원장은 “코넥스와 장외, 파생시장 활성화 외에도 자본시장활성화를 위한 5대 분야 15개 계획과제를 연내 속도감있게 추진할 것”이라며 “거래소 구조개혁과 모험자본의 투자활성화, 연기금의 효율적 운용, 금융투자업 경쟁력강화 등 다양한 개혁과제에 대해 금융개혁회의를 통해 9월까지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종룡에 대한 업계의 반응ㆍ시장 참여자의 당부 = 임 위원장이 “내 관심은 자본시장에 있다”며 자본시장 개혁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만큼 금융투자업계는 임종룡식 개혁이 가져올 자본시장 활성화에 대한 기대를 감추지 않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임 위원장의 자본시장 개혁에 대한 의지가 매우 확고한 것으로 보여 기대하는 바가 크다”며 “다만 시장의 규모와 복잡성이 커진 만큼 정부 단독으로 개혁을 달성하기는 어려운 만큼 협회 및 업계 관계자들로 구성된 금융개혁자문단을 통해 정책을 조율하는 것은 그런 점에서 개혁의 성공을 앞당기는 고무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개인의 접근 자체를 원천 봉쇄하는 방식의 투자자 보호 철학은 금융개혁 차원에서 바꿔나가야 한다는 임종룡식 투자자 보호 패러다임 변화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이어졌다. 그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몇 차례의 시장 변동성을 겪으면서 투자자들도 투자 결과에 대한 책임이 무엇인지 아프게 체험하면서 자기책임하의 투자에 대해 점차 익숙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재 자본시장의 개혁을 이런 방향으로 설정하는 것은 적절한 방향이라고 보인다”고 평가했다.
불필요한 규제를 철폐하고 “그나마 있는 규제도 물 흐르듯이 하는 것을 목표로 금융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임 위원장의 금융개혁에 대해 규제 철폐와 자율규제가 가져오는 선순환 구조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컸다.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파생상품 시장을 북돋고 증권시장의 자율조정 기능 정립 등 순기능에 보다 강조를 두게 되면 자본시장이 보다 발전하는 순기능을 나타날 것”이라며 “공정하고 투명한 증권시장(파생상품시장 포함)이 제대로 작동하면 거래도 증가하고, 이에 따라 자연히 금융투자회사의 수입구조도 좋아져 증권업계의 재정 건전성이 호전되면 국가 차원의 세수 수입도 늘지 않을까 예상해본다”고 말했다.
한편 업계 관계자들은 금융당국이 전지전능한 기능을 수행하는 역할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선수들의 작전을 일일이 지시하는 ‘코치’가 아니라 경기를 관리하는 ‘심판’으로 금융당국의 역할을 바꿔 나가겠다는 임 위원장의 생각과 같은 맥락이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정부가 심판자의 입장을 고수하기 보다는 하나의 시장 참여자라는 관점을 수용해서 정책을 추진해 달라”며 “시장도 정부도 각각의 장점만큼의 단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어느 하나만의 입장을 고수하시기 보다는 서로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개혁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현재 투자 심리를 저해하고 있는, 시장의 위축된 심리를 안정화시키는 구체적인 정책에 대한 건의도 나왔다. 증권사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가 당분간 유지될 현 상황에서, 세제의 영향력이 커진 만큼 투자와 관련된 복잡한 세제들을 간소화하고 업종간 차별이 없도록 정리해 주시는 것도 시장의 쏠림 현상을 막고, 투자자가 현명한 투자를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준비된 금융위원장’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만큼 취임하자마자 자본시장의 가려운 곳을 긁고 있는 임 위원장이 앞으로 보여줄 행보에도 깊은 이목이 집중되는 까닭이다.
김희진기자 heejin0@e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