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에 밀어내기식 고용정책, 민간기업 확산은 ‘글쎄’

입력 2015-05-11 08:48수정 2015-05-11 10:32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정부가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연이어 ‘밀어내기’식 고용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고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섣부른 정책 추진 탓에 민간기업 전파 가능성조차 기대하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가장 직접적인 예는 정부가 공공기관부터 추진해 수년째 진행하고 있는 고졸채용이다. 특히 세자리 수에 머물던 공공기관 고졸 채용은 2013년까지 2122명으로 급증했지만 현 정부에선 지난해 1933명으로 급감했다. 이 같은 ‘반짝’정책의 후유증은 2011년부터 고졸 채용 확대에 앞장섰던 은행권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주요 시중은행 7곳의 고졸 행원은 1721명에 달하지만 고졸 행원을 가장 많이 채용한 기업은행(355명) 조차 최근 4년 동안 정규직으로 전환된 고졸 행원이 전혀 없다.

또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따르면 향후 5년 내 고졸 공채를 확대하겠다는 기업은 10.0%에 그쳤고 축소하겠다는 기업은 7.5%에 달하고 있다.

이 같은 배경 탓에 지난 3월 정부가 발표한 공공기관 국가직무능력표준(NCS) 도입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NCS는 산업현장에서 직무 수행을 위해 필요한 지식·기술·소양 등을 정부가 산업 부문별 및 수준별로 체계화한 표준이다. 정부는 한국전력공사와 도로공사 등 100개 공공기관을 통해 하반기에 NCS 기반 서류·면접전형을 진행할 계획이다. 특히 올해 전체 공공기관 채용 인원 1만7000명 가운데 3000명가량을 NCS를 통해 뽑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애초 ‘스펙쌓기’를 해소하고자 도입하는 NCS가 ‘제2의 스펙’이 될 공산이 커지고 있다. 직무관련성이 높은 경력과 업무역량 등을 위주로 평가가 이뤄지게 되면 취업준비생 처지에서는 해당 능력을 증명하고자 또 다른 노력을 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또 직무 경험을 우대하는 NCS의 특성상 신규 취업준비생에 불리하다는 점, 직종 등의 세분화로 선택의 폭이 좁아진다는 점에 대한 정부 대책도 전혀 없는 실정이다. 특히 대규모 일반공채를 진행하는 대기업에서는 직위·직무별 채용에 적합한 NCS를 도입하기 쉽지 않고, 직무중심 인력관리 경험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활용이 힘들어 민간기업으로의 확산 가능성도 회의적이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도입도 불협화음을 야기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7일 발표한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권고안’에 따르면 정부는 116개 공기업·준정부기관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아낀 재원으로 2년간 청년 일자리 6700개를 확보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권고안엔 경영평가 반영 항목이 있어 사실상 공공기관의 의무가 된 셈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은 총인건비 상승이 없는 임금피크제 도입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공공연맹 측은 성명을 통해 “총인건비를 증액하지 않으면 각 공공기관의 신규채용 여력은 극도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제시한 청년 일자리 창출은 할 수 없고, 애초 고령화 사회에 대비한 정년 연장의 취지까지 무력화시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공공기관의 임금피크제 도입이 민간기업에 뚜렷한 유인책이 되기에도 어렵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 전국 사업장의 임금피크제 도입률은 10%대에 그치고 있지만 노사간의 이견으로 도입여건은 크게 나아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한 전문가는 “정부가 뚜렷한 보안책 없이 노동시장 구조개선 성격의 고용정책을 공공기관에 도입한다면 단순히 ‘반짝’정책 홍보 효과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밀어내기식 공공기관 정책도입보다 민간기업 확산 가능성을 높이는 정책 방향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