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소련 붕괴 후 최대 규모 군사 퍼레이드 선보이며 군사적 위용 과시
러시아 모스크바의 붉은광장에서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 기념행사가 9일(현지시간) 열렸다. 이날 기념행사는 소련 붕괴 이후 최대 규모의 군사 퍼레이드를 장식해 러시아의 군사적 위용을 과시하려는 것으로 풀이됐다.
그러나 대부분의 서방 정상들은 행사에 불참했고 옛 소련권 국가들과 러시아의 우방국인 중국, 인도, 쿠바, 몽골 등 27개국의 지도자들만 군사 퍼레이드에 참석했다. 이는 지난 2005년 60주년 기념식 때의 절반에 불과한 것이다. 북한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대신 참석했다.
이날 오전 10시 의장대가 러시아 국기와 소련 적군의 승전기가 붉은광장에 들어서면서 퍼레이드는 시작됐다.
연단에 오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70년이 지난 지금 역사는 우리의 이성과 주의를 다시 요구하고 있다”며 “우리는 인종 우월주의와 배제주의가 최악의 유혈 전쟁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단극적 세계를 건설하려는 시도와 무력을 앞세운 사고가 기승을 부리는 것을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며 “이는 세계 발전을 저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러시아)의 과제는 블록 짓기를 배제한 세계적이고 균등한 안보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의 기념사 후 약 1만6000명 군인의 퍼레이드가 시작됐다. 퍼레이드에는 러시아의 각군 부대 외에 중국, 인도, 몽골 등 2차대전에 참전한 10개국 군대가 참여했다. 이어 190여대의 각종 군사 장비와 140여대 전투기 및 헬기 등이 등장했다.
한편, 이날 행사 내내 푸틴 대통령은 옆자리에 앉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대화를 나누며 양국의 밀월 관계를 자랑했다. 전날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의 전략적 협력 관계를 강화하는 것에 합의했다.
러시아는 70주년 승전행사를 러시아 전역 150개 도시에서 개최하고 TV방송으로 생중계하는 등 역사상 최대 규모로 준비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서방 국가 정상들이 대거 불참했다. 영국, 프랑스 등 2차대전 연합국들은 8일 자체적인 승전 기념식을 시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