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철규의 적시타] 타협 않겠다더니… 위스키 1위 디아지오코리아의 이색 논리

입력 2015-05-08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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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철규 산업부 차장

스코틀랜드에서 스카치 위스키를 수입해 국내에 판매하는 위스키 대표기업 디아지오코리아가 광고 카피 하나로 주류업계에서 비아냥을 받고 있다.

최근 디아지오코리아는 지난 3월 출시한 35도 ‘윈저 더블유 아이스’의 광고를 일제히 개시했다. 윈저 특유의 병 모양에 검은색을 더한 제품 이미지 옆에는 ‘NEVER COMPROMISE’라는 캐치프레이즈가 큼지막하게 쓰여 있었다. 풀이하자면 ‘절대 타협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국내 위스키 시장 1위 브랜드 ‘윈저’의 명성을 그대로 옮겨놨다는 인상을 풍기기 위해 영문 제품명을 ‘W ICE by WINDSOR’로 표기하고 있다. 도수를 낮추긴 했지만 윈저가 만들었다는, 브랜드에 대한 신뢰를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알코올 도수 35도의 윈저 더블유 아이스는 엄밀히 말해 ‘스카치 위스키’가 아니다. 이는 위스키를 ‘생명의 물’이라고 부를 정도로 자부심이 강한 스카치위스키협회(SWA)의 규제 때문이다. SWA는 위스키에 다른 액체를 넣어 도수를 떨어뜨리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스카치 위스키의 고유 품질을 지키기 위해서는 40도 이상의 기준을 지켜야 한다는 것.

이 때문에 윈저 더블유 아이스는 병 전면에 ‘SPIRIT DRINKS’로 표기돼 있다. SWA 회원사로서 협회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위스키라 부르지 않고 기타주류란 표현을 사용한 것이다. 물론 국내 주세법에도 위스키에 향을 첨가하면 기타 주류에 해당한다.

디아지오는 SWA 회원사로서 협회의 규칙을 잘 지키면서 한국 시장에서 불고 있는 저도수 위스키 열풍에 동참했다.

그렇지만 그들의 논리대로 따지자면 ‘NEVER COMPROMISE’는 앞뒤가 안맞는다. SWA 회원사로서 스카치 위스키도 아닌 제품을 놓고 위스키인 척한다는 것이 너무 우습다는 게 광고를 본 사람들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한 주류업계 종사자는 “우리나라에는 40도 이하 위스키들이 많이 있지만 다국적 업체들은 그동안 족보도 없는 술이라며 비아냥거렸다”면서 “이제와서 35도 짜리 ‘기타주류’를 만들어놓고 ‘타협을 안했다’고 하면 누워서 침뱉기 하는 것밖에 더 되냐”면서 실소를 금치 못했다.

그간 스카치 위스키로 국내 승부해왔던 1위 업체가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뭘까? 그건 36.5도 ‘골든블루’의 약진 때문이다. 저도수 위스키 열풍을 타고 올해 1분기에 롯데주류를 제치고 3위에 오른 저돌적인 힘을 무시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디아지오는 35도짜리 기타주류 윈저 더블유 아이스를 들고 골든블루의 본거지인 부산부터 공략하고 있다. 타협의 결과가 시장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는지는 모르겠지만 출시 이후 거센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고 한다. 초반 출시효과인지 아니면 저도수 위스키 시장의 새로운 강자가 될지는 더 두고 볼 일이다. 그들이 자존심을 꺾고 동참한 만큼 지켜보는 관객으로서는 이보다 더 재밌는 구경거리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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