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가 아닌, 나 자신을 위한 공부는 어디에도 없는 건가?
▲ '지금 학교에서 배우고 있는 과목들이 나중에 내 인생을 살아가는데 얼마나 도움이 될까?'
▲ '이렇게 배우고도 백수가 된다면 그동안 십수년을 해왔던 공부는 대체 뭐가 되는 거지?'
▲ '정말 대학에 가야만 제대로 된 인간으로 살 수 있는 걸까? 그 외의 길은 없는 건가?'
▲ '지금같은 입시용 과목말고, 내가 배우고 싶고 잘 할 수 있는 과목을 마음대로 선택해 배울 수는 없는 건가?'
과거와 현재를 막론하고 학생이라면 한 번쯤 해 보았을 법한 의문이다.
그러나 이런 생각들은 선생님과 부모님의 공부하라는 잔소리와 인정사정없는 시험공부의 압박, 그리고 뒤쳐지면 안 된다는 강박때문에 머릿속에 자리잡지 못하고 금방금방 튕겨져나간다.
현재 대한민국 학생에게 금지된 '쓸데없는' 생각. 누구도 들어주지 않고 설령 들어줬다 해도 절대 해답을 들을 수 없는 막혀버린 생각.
그러나 입시기계가 아닌 진정한 학생(學生)이라면 잠시 멈춰서 한번쯤은 진지하게 생각해 볼 문제다.
누구도 답해주지 않는 이런 문제에 대해 학생의 입장에서 공감하고 함께 고민하며 방향제시와 함께 생각의 폭을 넓혀주는 유익한 소설이 출간 돼 청소년들 사이에서 많은 화제를 불러모으고 있다.
상ㆍ중ㆍ하 3권으로 이루어진 청소년 성장소설 <나의 교육개혁안>. 현재 청소년들이 고민하고 있는 학업과 입시개혁, 교육개혁은 물론이고 더 나아가 스스로의 인생을 어떤 자세로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까지 다룬다.
소설은 어느날 문득 현재의 교육제도에 의문을 가지게 된 고교생 주인공이 '일'을 저지르며 시작된다.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가출한 주인공은 자신의 일생을 걸고 집안의 반대와 사회적 편견은 물론 기존 입시 시스템 전체와 대결한다.
당연히 따라오는 집안의 완강한 반대, 세상의 수군거림, 경제적 어려움, 고독, 그리고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짓누르는 자기 정체성에 대한 의문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 주인공은 이 모든 어려움과 부정적 감정을 광야의 악마 아자젤로 비유하며 사막을 홀로 횡단하듯 처해진 상황을 감내해 나간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어른들의 고정관념처럼 나약하지 않다. 심지가 굳고 강인하다. 여타 청소년 성장소설의 등장인물처럼 자신의 주장을 알리기 위해 유서를 쓰거나 외마디 소리를 지르며 건물옥상에서 투신하는 등 청소년자살로 이야기를 끝맺지 않는다. 대신 교육개혁에 대한 연구결과와 교육시장의 주고객으로서의 주장이 실린 장문의 원고를 완성시킨다. 그리고 세상에 내놓는다. 그것이 <나의 교육개혁안>, 바로 이 소설의 제목이다.
소설 <나의 교육개혁안>은 허구의 이야기이지만 학교폭력과 입시지옥이란 지긋지긋한 족쇄에 묶여있을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먹먹한 현실을 실감나게 반영한다. 그리고 이를 어물쩡 위로하며 끝내는 식의 기존 청소년 성장소설과 전혀 다른 이야기로 흘러간다.
소설답게 내용 일부엔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판타지적 요소도 들어있다. 하지만 주인공이 초능력따위가 아닌 현실의 고교생 범주에서 이야기를 진행해 나간다는 점에선 판타지 소설이 아닌 청소년 성장소설로 봐야 한다.
많은 청소년들이 공감하는 이 소설의 주제는 놀라울 정도로 명확하며, 현행 교육체계에 대한 비판이 터무니없을 만큼 공격적이다. 기존의 입시 시스템은 물론 학생의 개성을 말살해 교실붕괴를 일으킬 수밖에 없는 현 교육환경 전체에 시퍼런 칼을 겨누고 있다. 청소년 성장소설 <나의 교육개혁안>은 소설 속 주인공을 통해 200년 넘게 전 세계적으로 이어져 내려온 의무교육 시스템 전반에 대한 역사적 분석과 비판, 거기에 더해 전 인류적 대안까지도 제시하고 있다.
실제에서는 보기 어려운 소설 속 고교생 한 명의 터무니없을 정도로 당찬 정면 승부가 어찌 보면 너무 현실성이 떨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게 만든다. 하지만 내용전개를 떠나 현실의 모든 교육주체들이 가슴을 치며 외치는 '교육개혁'에 대한 공감과 지금껏 보지 못한 전혀 색다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 많은 청소년들의 선택을 받는 이유다.
소설<나의 교육개혁안>은 결말 또한 기존의 틀에 박힌 투신이나 알맹이 없는 위안따위가 아니다. 이전엔 보지 못했던 고교생 주인공의 파워풀하면서도 엉뚱한 행보가 독자들로 하여금 읽는 재미도 선사한다. 또한 단순히 읽는 재미뿐 아니라 수능/입시/취업을 넘어 진정한 배움의 의미에 대해 고찰하고 사회 전체가 만들어 나가야할 새로운 교육모델까지도 제시하고 있다.
독자는 소설을 읽으며 결말에 가까워 질수록 기존의 청소년 성장소설과 확연히 틀린 이야기 전개와 명확한 대안제시를 접하게 될 것이다.
청소년에겐 공감을, 어른에겐 청소년의 힘든 속내를 밝혀주는 소설. 그에 더해 현행 교육제도의 역사 및 개혁에 대한 고찰까지……. 현 대한민국의 '교육'과 그 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있는 독자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