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300일내 출산시 前남편 아이' 법조항 헌법불합치

입력 2015-05-05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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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하고 300일 안에 태어난 자녀는 전 남편의 아이로 추정하도록 한 민법 조항이 양성평등에 기초한 혼인 등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A씨가 민법 844조 2항이 위헌이라며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6(헌법불합치)대 3(합헌) 의견으로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5일 밝혔다.

헌재는 다만 당장 위헌을 선언하면 발생할 법적 공백을 막고자 해당 조항이 개정될 때까지 계속 적용되도록 결정했다. 그러나 개정 시한은 따로 정하지 않았다.

민법 844조 2항은 '혼인관계가 종료된 날로부터 300일 내에 출생한 자는 혼인 중에 포태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혼 뒤 300일 내에 태어난 아이는 출생신고 때 무조건 전남편의 아이로 가족관계등록부에 기재된다.

이를 피하려면 2년 내에 자신의 아이가 전남편의 아이가 아니라는 '친생 부인의 소'를 제기해 판결을 받아야 한다.

헌재는 "해당 조항은 당사자들이 원하지도 않는 친자관계를 강요하고 있다"며 "개인의 존엄과 행복추구권, 양성평등에 기초한 혼인과 가족생활의 기본권 등을 제한한다"고 밝혔다.

헌재는 "이혼 후 6개월간 여성의 재혼을 금지하던 민법 조항이 2005년 삭제되고 이혼숙려기간 제도 등이 도입되면서 이혼 뒤 300일 내에도 전남편의 아이가 아닌 자녀를 출산할 가능성이 증가했다"며 "사회적·의학적·법률적 사전변경을 고려하지 않고 예외 없이 300일 기준만 강요하는 것은 기본권 침해"라고 판단했다.

다만 "해당 조항을 단순위헌으로 결정하면 전남편의 아이가 명확한 경우에도 법적 지위에 공백이 발생한다"며 개선 입법이 있을 때까지는 계속 적용하도록 했다.

이 사건에서 이진성·김창종·안창호 재판관은 예외규정으로 소송을 통해 친자관계를 번복할 방법을 제시하고 있으므로 입법형성의 한계를 준수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합헌 의견을 냈다.

이들 재판관은 해당 조항은 자녀의 출생과 동시에 안정된 법적 지위를 갖추게 해 법적 보호의 공백을 방지하는 기능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합리성과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A씨는 2012년 2월 남편과 협의이혼하고 그해 10월 딸을 출산했다.

A씨는 딸이 전남편의 아이가 아니었고, 유전자 검사 결과도 명백했지만 민법 844조에 따라 소송을 내지 않고는 인정받을 수 없게 되자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 관계자는 입법시한을 따로 정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그간 헌법불합치 결정을 한 경우 개정시한을 넘겨 해당 조항이 위헌이 된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며 "이 조항은 당장 위헌이 되면 출생신고 자체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만큼 개정시한이 지났을때 발생할 법적 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부득이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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