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투자 세미나]"뜨겁게 집중하고 유쾌하게 공감한 3시간"

입력 2015-05-01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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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후 7시.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불스홀은 마치 입시 설명회를 연상케했다. 옆 사람과 대화를 하거나 스마트폰을 꺼내든 사람조차 찾기 힘들었다.

이날 사회를 맡은 최준철 VIP투자자문 대표가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 이상진 신영자산운용 대표,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와 가치투자에 대해 이야기하자 참석자들의 시선이 5인방에 고정됐다. 남녀를 가리지 않고 사람들 얼굴에는 진지함이 묻어났다.

가치투자란 무엇이냐는 최 대표의 질문에 이상진 대표는 “가치투자는 크게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어요”며 “현재 가치는 낮지만 매년 가치를 더해가는 종목, 혹은 현재 가치가 대단하지만 투자자가 알아보지 못 하는 종목이에요”라고 말문을 열었다. 뒷줄에 앉은 한 참석자는 펜을 들고 꼼꼼하게 필기를 시작했다.

이 대표는 20년 전 롯데칠성에 투자했던 경험을 꺼냈다. 롯데칠성은 당시에도 거래량이 없어 힘들게 3주, 5주씩 매집했단다. 당시 7만원에 샀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주가가 쉬이 오르지 않아 결국 2년 뒤 10만원에 팔았다. 롯데칠성은 현재 240만원대까지 올랐다. 이 대표는 “인내심, 기업 가치가 끝까지 반영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가치투자의 절반”이라고 강조했다.

40여분이 지났을 무렵 늦게 들어온 참석자 2명이 허겁지겁 자리를 찾다 결국 뒤쪽에 서서 들었다. 어수선함도 잠시 IMF와 글로벌 금융위기 때 명성이 더 빛났던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이 마이크를 잡자 시선이 일제히 그에게로 쏠렸다.

강 회장은 가치투자 투자에 대해 “주식의 관점이 아니라 기업을 사는 것이고, 재무제표를 벗어나 비스니스 모델에 투자하며, 인기를 벗어나 좋은 펀드(주식)를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야기가 깊어질수록 열기는 뜨거워졌다. 에어컨이 가동되고 있었지만 곳곳에서 부채질을 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강 회장은 중국본토보다 한국 증시를 더 좋게 평가했다. 그는 “중국에 투자한다면 세 가지를 고려할 것”이라며 “중국에서도 삼성전자가 등장할텐데, 화웨이가 될지 샤오미가 될지 모르지만 중국의 ‘삼성전자’에 주목해야해요”고 말했다. 이어 “내수에서 확고한 시장을 갖고 있는 소비재 기업, 혁신기업 중 리딩 컴퍼니를 찾아야합니다”라며 “저라면 주가와 관계없이 이 세 개 기업을 찾을겁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최근 가장 인기가 많은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주식 투자에 대한 태도를 지적했다. 그는 “카지노에서 부자 된 사람 하나도 없어요”라며 “그런데 대부분의 주식투자행위는 도박과 차이가 없지요”라고 꼬집자 객석에서는 일제히 고객를 끄덕였다.

특히 최 대표가 요즘 코스피지수가 오르는데 주식 투자에 적절한 시기냐고 묻자 존 리 대표는 “잘못된 질문”이라며 타박을 줬다. 그는 “투자시기가 적절하냐는 질문은 이미 주식 투자에 있어 도박에 경지에 오른 것”이라고 질타하자 참석자들이 웃었다. 존 리 대표는 “10년, 20년 보유해 100배, 200배 벌려고 사는데 지금 20% 오른 것은 중요하지 않아요”며 “가치투자란 강 회장 말대로 ‘비즈니스 모델’을 사는거니까요”라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저성장 저금리 시대에 어떤 기준으로 투자해야하는지에도 관심이 많았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은 “이 시대를 관통하는 핵심 이슈가 저성장이기 때문에 성장에 대한 목마름이 강해져요”라며 모든 업종에서 성장성이 유망한 기업을 눈 여겨보라고 조언했다. 또 자산가치 측면에서 저평가된 지주사, 현금상 자산이 많은 저평가 기업, 업황이 안 좋아도 턴어라운드가 가능한 저PBR 경기민감주를 투자 대상으로 꼽았다.

세미나가 진행되며 진지한 분위기는 가치투자가 5인방의 재치있는 입담에 웃음으로 가득차기도 했다. 이상진 대표가 “영어 이름으로 된 상장사만 피해도 투자에 성공할 수 있어요”라며 “‘내츄럴엔도텍’, ‘바이오’, ‘테크’라는 이름이 들어가면 일단 고민해봐야지”라고 말하자 일제히 큰 웃음이 쏟아졌다.

2시간으로 예정된 투자세미나는 9시가 훌쩍 넘어 끝났다. 가치투자에 대한 이해부터 대한민국의 장기적인 시장 전망까지 가치투자자 5인방의 이야기에 참석자들은 집중의 끈을 놓지 않았다. 이날 적극적인 질문으로 모두의 시선을 받았던 이경근 순천향대 대학생(26)은 “단기 수익을 위한 투자대회가 만연한데 투자의 정석에 대해 이야기 들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며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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