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렛 경쟁은 끝났다… 요우커 바람타고 면세점에 사활 건 유통계

입력 2015-04-22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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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대기업 간 대전(大戰) 무대가 아웃렛에서 면세점으로 이동했다. 각종 규제와 장기 불황으로 저성장의 늪에 빠진 유통업체들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떠오른 아웃렛 사업에 잇따라 뛰어든 가운데, 이제는 아웃렛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면세점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면세점은 중국인 관광객 덕에 매년 고성장세를 유지하면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떠오르고 있으며, 이를 선점하기 위한 유통 대기업들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황금알을 낳는 면세점… 롯데 VS 신라 ‘함박웃음’= 국내 면세점 시장은 호텔롯데와 호텔신라의 양강체제가 구축되어 있다. 양사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81.3%에 달한다.

1위 업체 호텔롯데가 운영하는 롯데면세점의 지난해 매출액은 4조2170억원으로 전년 대비 18% 증가했다. 2위 업체 호텔신라의 신라면세점 역시 2조5376억원으로 21.4% 급증했다. 매출의 일등공신은 이른바 ‘요우커’로 지칭되는 중국인 관광객들이다. 금융위기 이후 씀씀이가 커진 중국인 관광객이 국내로 몰려들면서 면세점도 두 자릿수 이상의 고성장을 지속중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전체 외국인 방문객 10명 중 4명(43%)은 중국인이다. 지난해 중국인 613만명이 한국을 찾았다. 중국인 관광객 1인당 쇼핑지출액은 1431달러로 미국인(344달러)이나 일본인(340달러) 관광객의 4배가 넘었다. 이런 ‘큰 손’ 중국인 관광객 10명 중 6명(61%)이 찾는 곳이 시내면세점이다. 요우커를 등에 업은 국내 면세점 시장은 올해 10조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와 신라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계속 품기 위해 면세점 사업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올 초 인천공항 면세점 입성에 성공한 신세계, 면세점 사업에 신규 진출하기 위해 3년 전부터 준비한 현대백화점, 제주에 면세점을 운영하는 한화갤러리아, 용산역에 아이파크몰을 운영하고 있는 현대산업개발 역시 모두 면세점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들이 면세점에 집착하는 이유는 불황을 돌파할 수 있는 유일한 신성장동력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신규 출점 효과를 배제할 때 백화점과 마트의 매출 증가율이 2∼3%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면세점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롯데쇼핑의 지난해 매출은 28조996억원, 영업이익은 1조4853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0.4%, 20% 줄었다. 롯데쇼핑의 매출 감소는 상장 이후 처음이다.

현대백화점과 신세계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현대백화점의 매출은 3분기 누적 기준 1.2% 증가한 1조1203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10.6% 감소한 241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신세계는 매출 1조5020억원, 영업이익 1900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2.7%, 6.5% 감소했다.

특히 호텔롯데와 호텔신라 회사의 본업은 호텔이지만, 수익은 면세점에서 거두고 있다. 호텔롯데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호텔사업 비중은 10% 안팎에 불과하다. 호텔롯데 매출의 85% 가량은 면세점에서 발생하고 있다. 호텔신라도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면세점 비중이 지난해 90%에 달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기존 유통 사업에 비해 매년 두자릿수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면세점은 불황의 유일한 돌파구로 평가되고 있다”며 “기존의 마트와 백화점, 아웃렛 등과의 사업 시너지도 노릴 수 있어 업체들이 잇따라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알짜’ 시내면세점… 유통공룡 줄줄이 출사표, 여행ㆍ건설도 눈독= 유통 대기업들은 물론 건설사와 여행사 등 다양한 업체가 서울 시내면세점 진출에 출사표를 던졌다. 시내면세점은 공항 내 면세점보다 수익성이 높아 알짜로 꼽힌다.

오는 6월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 3곳의 신규 허가는 14년 만에 처음이다. 서울은 2000년 이후 신규로 시내 면세점을 허용하지 않았지만, 요우커가 급증하면서 이번에 3곳(대기업 몫 2개 + 중소기업 몫 1개)의 허가를 내주게 됐다.

유통은 물론 건설사와 여행사 등 다양한 업체가 사업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서울 시내 대기업 면세점 특허권(2곳) 신규 입찰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기업은 현재까지 현대산업개발-호텔신라 합작법인, 현대백화점, 롯데면세점, 신세계, SK네트웍스(워커힐), 한화갤러리아 등이다.

현대산업개발-호텔신라 합작 면세점의 후보지는 현대산업개발이 운영하는 용산 아이파크몰로 결정됐다. 현재 워커힐면세점을 운영 중인 SK네트웍스도 지난달 25일 “신촌·홍대 등 서쪽 지역과 SK 건물들이 있는 도심지역을 서울 시내 면세점 유력 후보지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9일에는 현대백화점그룹이 “서울 시내 면세점 유치에 성공할 경우 삼성동 무역센터점에 면세점을 설치하겠다”며 출사표를 냈다. 현대백화점은 5월 중 별도 법인을 세워 유치전을 본격 준비할 계획이다. 이 법인에는 모두투어 등이 참여한다.

독점 논란을 의식해 머뭇거리던 롯데도 단독 입찰을 추진키로 했다. 면세점 입지로는 김포공항(롯데몰)ㆍ동대문(롯데피트인)ㆍ신촌ㆍ이태원ㆍ신사동 가로수길 등을 검토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21일 “면세점 사업을 위한 별도 신규법인 신세계디에프를 세워 서울시내 면세점 특허 입찰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화갤러리아는 여의도63빌딩, 압구정동 명품관 등 후보지로 검토하면서 단독 입찰을 추진한다. 유진기업은 중소기업이 가져갈 한 장에 대해 출사표를 던졌다. 유진기업은 여의도동 옛 MBC 문화방송 사옥에 시내면세점을 설립하고 MBC와 함께 관광사업 활성화 및 문화콘텐츠 사업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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