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돈 3만원에…" 도쿄 가부키초 호객꾼 난무, 믿었다간 '봉변'

입력 2015-04-19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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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천 엔(약 2만7천원)에 1시간 동안 무제한 마실 수 있어요", "예쁜 아가씨 있습니다."

18일 밤 일본 최대 유흥가인 도쿄도(東京都) 신주쿠(新宿)구 가부키초(歌舞伎町)에서는 호객꾼의 제안이 난무했다.

말끔한 정장을 입은 일본 청년, 영어와 일본어를 번갈아 쓰며 말을 건네는 흑인 등이 메뉴 책자 등을 들고 끈질기게 따라붙었다.

호객행위가 불법이라는 경찰의 안내방송이 일본어·한국어·영어 등으로 나오고 있었지만, 소음과 엉성한 발음 때문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알아듣기 쉽지 않았고 호객꾼은 주저하지 않았다.

오히려 미소를 띤 표정으로 몇 번이고 자세히 설명하는 이들의 여유 있는 태도에서 현지 사정을 잘 모르는 방문자가 악의(惡意)를 감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여겨졌다.

이들을 믿어도 될까.

100%는 아닐지 모르지만, 이 가운데는 호기심에 따라온 손님을 제대로 등쳐 먹으려는 이들이 꽤 포함됐다는 것이 경찰과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신주쿠경찰서에 따르면 가부키초에서는 호객꾼을 믿고 유흥업소에 따라갔다가 피해를 보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으며 수법도 다양하다.

싼 가격에 여성 종업원과 술을 마실 수 있다는 말을 믿고 따라갔다가 여종업원이 마신 음료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게 청구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또 성인 비디오에 출연하는 유명 여배우와 동석하게 해준다며 보증금 명목으로 거액을 요구해 빼앗거나 시키지도 않은 주류를 제공하고 추가 요금을 청구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어떤 곳은 독한 술을 권해 만취하게 한 뒤 돈이 부족한 손님이 금전출납기(ATM)에서 현금을 인출하도록 유도해 일단 비밀 번호를 알아내고 가게로 데리고 돌아간다.

이후 손님이 쓰러져 잠들게 한 후 카드를 훔쳐 돈을 출금하는 사례도 있다고 현지 경찰은 경고하고 있다.

최근에는 돈이 없는 손님을 협박해 지불 각서를 받고 신분증까지 복사하는 사례도 알려졌으며 청소 등을 시켜 몸으로 때우게 하는 사례도 있었다.

호객꾼은 일본인 외국인을 가리지 않고 노린다.

실제로 도쿄의 한국총영사관은 이달 초 한국인 관광객 2명이 서툰 한국어를 쓰는 호객꾼에게서 '1인당 6천 엔에 술을 마실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따라갔다가 맥주를 조금 마신 뒤 16만 엔을 청구 당한 것으로 파악했다.

항의했더니 덩치 큰 사내 4∼5명이 나타나 위협적인 분위기를 조성했고 치안 강국 일본을 믿고 있다 뒤통수를 맞은 이들은 할 수 없이 거금을 내고 가게를 빠져나왔다.

총영사관은 이들이 경찰에 신고하도록 안내했으나 억울하게 날린 돈을 되찾을 가능성은 극히 작다고 현지 상황을 잘 아는 이들은 입을 모은다.

당국은 외국인 피해자의 약 30% 정도가 한국인인 것으로 추정한다.

경시청은 최근 손님을 위협해 26만엔 가량을 뜯어낸 혐의 등으로 가부키초 소재 '갸바쿠라'(일본식 유흥주점의 일종) 종업원 2명을 체포했다.

경찰은 이 업소에서 부당요금을 청구 당했다는 신고가 65건에 달하자 수사에 착수했는데 당국의 노력만으로 강도질에 가까운 해묵은 바가지 영업을 근절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하려고 해도 유흥업소 밀집지역에서 취중에 호객꾼을 따라간 가게가 어디인지 알기 쉽지 않고 부당행위를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만취상태에서 당했거나 외국인이면 피해 사실을 호객꾼이 누구인지, 가게 구조가 어떠했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기억하거나 설명하기 어려워 신고조차 쉽지 않다.

이 때문인지 경시청 통계를 보면 2013년에 '바가지 방지 조례'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이들은 16명에 불과했고 이 가운데 업소 관계자 등이 구속된 것은 2명뿐이었다.

정상적으로 영업하는 상인 가운데는 바가지요금 때문에 일대의 이미지가 나빠질 것을 우려해 경찰과 협력해 합동 순찰을 하는 이들도 있지만 18일 둘러본 가부키초는 여전히 호객꾼의 천국이었다.

한국총영사관 관계자는 "가부키초를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이 피해를 보는 사례도 적지 않다"며 "절대로 호객꾼을 따라가지 마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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