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한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16일 긴급회동이 오히려 반발 여론만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중남미 4개국 순방에 앞서 김 대표를 청와대로 불러 오후 3시부터 40분간 독대했다.
김 대표는 이 자리에서 3000만원을 수수한 의혹을 받은 이완구 국무총리의 사퇴 요구, 검찰 수사에 압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는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 우병우 민정수석 등의 직무정지 요구 등 당 안팎의 여론을 박 대통령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이와 관련한 즉답을 하지 않고 “(순방을) 다녀와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회동 전 정치권에선 대통령이 해외 순방 전 여당 대표와 독대를 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점에서 ‘특단’의 결정이 있을 것이란 관측이 있었다. 하지만 기대 이하의 발언에 새누리당 내에서도 볼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사실상 ‘내가 돌아올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말고 조용히 있으라’는 지침을 내린 것”이라며 “당 지도부도 불쾌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고 전했다.
이완구 총리도 기자들과 만나 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흔들리지 말고 열심히 하라는 말씀”이라고 해석했다.
야당에서도 “검찰 수사 대상인 이 실장이 참석한 가운데 친박 비리 게이트에 대해서 논의한 것은 대책회의로 보일 수밖에 없다”고 반발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영록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의 시간끌기 회동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도피성 해외 출장을 앞두고 면피용 회동으로 모양새를 갖추려 한 것 같다”고도 했다.
서영교 원내대변인도 “이완구 총리의 뇌물사건과 되풀이되는 거짓말을 듣고도 아무 대책을 내놓지 않을 거라면 도대체 왜 만났느냐”며 “박 대통령은 ‘내가 외국 다녀올 동안 조용히 있으세요’라고 지침을 내리는 것 같다. 새누리당 대표는 그런 지침을 들으러 갔나. 자존심 상하지 않나”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