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근로자의 팀장 직위를 해제하고, 다른 업무를 담당하는 보직으로 발령을 낸 사실만으로는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부당노동행위는 사측이 근로자의 노조활동을 방해하기 위해 불이익을 주는 조치를 말하며,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의해 금지된다.
제주지법 민사2부(재판장 유석동 부장판사)는 고모 씨가 학교법인 한라학원을 상대로 낸 '전보발령 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한결했다고 13일 밝혔다.
재판부는 "근로자에 대한 전보나 전직은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권한에 속한다"며 "전보나 전직이 근로기준법에 위반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학교법인은 직급으로 직원들을 구분하고 있을 뿐, 직위로 부여되는 보직에 대해서는 직급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며 "팀장은 보직개념이어서 승진이나 강등과는 무관하고, 전보발령으로 인해 고씨의 직급이나 기본급에 변동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전보발령이 부당노동행위라고 보기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2001년 제주 한라대에 입사한 고씨는 2012년 7월부터 기획처 평가팀장으로 근무했다. 2013년 7월 학교법인은 고씨를 교무처 수업담당으로 전보발령 냈고, 고씨는 "전국대학노동조합 노조원이라는 이유로 아무런 경험이 없는 교무처 수업담당으로 인사발령한 것은 부당한 인사"라며 소송을 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인사조치나 해고 등 회사가 불이익을 주는 행위가 부당노동행위라는 점은 근로자나 노조가 증명해야 한다. 불이익한 조치가 있었다는 사실 뿐만 아니라 그 조치가 노조활동 때문에 이뤄졌다는 사용자의 '의도'도 입증해야 한다. 불이익한 조치가 있었어도 사용자의 의도가 불명확한 경우 부당노동행위로 단정할 수 없다는 게 대법원의 입장이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에도 10년 이상 사무직으로 일하던 KT근로자 원병희 씨가 노조활동 이후 현장 기술직으로 발령난 데 대해 불복해 낸 소송에서도 "사측의 인사권 남용은 인정되지만 부동노동행위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결했다.
노동계에서는 부당노동행위 의사를 입증한다는 게 매우 어려운 만큼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불이익 조치가 있는 경우 그것이 부당노동행위라는 점을 근로자가 입증하는 게 아니라 부당노동행위가 아니라는 점을 사측이 입증하지 않으면 노조법 위반으로 볼 수 있도록 법을 고쳐야 한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