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완성차 등 190개사 참여 관람객 120만명 넘어 ‘사상 최대’
지난 9일 ‘2015 서울모터쇼’가 열린 경기도 일산 킨텍스 전시장을 찾은 박진영(29)씨는 이 같이 말했다. 박씨는 특히 현대자동차 연구진과의 소통 행사였던 ‘테크 토크’가 인상 깊었다고 지목했다. 그는 “평소 현대차에 부정적 인식이 있었는데 테크 토크를 통해 현대차의 기술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소감을 말했다.
◇신차, 관람객 모두 역대 최대 규모 = 올해로 10회째인 2015 서울모터쇼는 예년보다 흥행에 성공한 행사로 평가되고 있다. 우선 전시된 차량과 참가 업체, 관람객 수 모두 역대 최대다.
이번 모터쇼에는 현대차, 기아자동차, 쌍용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 한국지엠 등 국내 완성차 브랜드 9개와 BMW, 메르세데스 벤츠, 폭스바겐, 토요타, 포드 등 수입차 23개를 더해 모두 32개의 완성차 브랜드가 참여했다. 이밖에 부품 및 용품업체는 131곳, 튜닝업체 18곳, 이륜차 업체 4곳이 모터쇼에 전시장을 마련했다. 참가 업체는 총 190개로 1995년 1회가 개최된 이후 가장 많았다.
2015 서울모터쇼에서 공개된 신차는 57종에 달했다. 현대차의 콘셉트카 ‘엔듀로’, 쌍용차 ‘XAV’, 기아차 ‘신형 K5’, 한국지엠 ‘신형 스파크’ 등 7종이 세계 최초로 공개됐다. 이들 신차는 모두 국산차였다. 국내 완성차업체의 안방 시장 사수가 절박해지고 있는 만큼 이들에게 서울모터쇼의 중요성 역시 커지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국내 완성차업체 고위 관계자는 “서울모터쇼라는 큰 장에서 소비자에게 신차를 얼마큼 인식시키느냐에 따라 한해 시장의 판도가 뒤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공개되는 차량도 9종이었다. 기름 1ℓ로 100km를 가는 르노의 ‘이오랩’은 아시아 데뷔 무대로 서울모터쇼를 택했다. 시트로엥은 콤팩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C4 칵투스’를 선보여 관람객의 시선을 끌었다.
지난 열흘간 열린 2015 서울모터쇼의 누적 관람객은 61만5000명을 기록했다. 개막 이후 첫 주말인 지난 4~5일 이틀 동안에는 20만2000명이 킨텍스를 찾아 성황을 이뤘다. 이번 모터쇼의 누적 관람객은 지난번 2013 서울모터쇼보다 10%가량 늘어났다.
◇다채로운 행사 통해 서울모터쇼 차별화 모색 = 관람객의 증가는 전시된 자동차뿐 아니라 다채로운 행사가 많아진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9일 테크 토크를 열어 고성능차 개발 연구원과 관람객이 소통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혼다는 어린이들이 직접 차량을 소개하는 ‘키즈 큐레이터’ 행사를 열어 가족 관람객을 배려했다.
이외에 서울모터쇼조직위원회 측은 차량과 정보통신 기술의 융합을 소개하는 ‘자동차, IT 기술을 만나다’, 자동차의 디자인과 상품화 과정을 논의하는 ‘카 이즈 아트(Car is Art)’ 콘퍼런스를 열었다. 특히 7~8일 양일간 열린 ‘카 이즈 아트’ 행사에는 데일 해로 영국 왕립예술학교 학장, KBS ‘1박 2일’의 유호진 프로듀서 등이 참가해 다양성과 재미를 더했다.
경희대 산업디자인학과 이다실씨는 “일반적인 강연이 아니라 키워드와 스토리텔링식의 강연이어서 기억에 많이 남았다”며 “국내외서 활동하는 많은 디자이너를 만날 수 있어서 디자이너를 꿈꾸는 학생으로서는 좋은 기회였다”고 말했다.
◇수입차의 월드 프리미어 유치는 과제 = 2015 서울모터쇼의 ‘옥에 티’는 수입 브랜드 중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한 차량이 없었다는 점이다.
한국은 자동차 시장 규모가 작아 수입차업계는 다른 신흥 시장을 ‘월드 프리미어’를 선보이는 장으로 택하고 있다. 오는 22일에는 한국보다 내수시장 규모가 15배가량 큰 중국(연간 2300만~2400만대)에서 상하이모터쇼가 열린다. 중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이다. 이 때문에 대다수 업체가 상하이모터쇼에서 신차를 선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수입차의 더 많은 참여를 이끌어야 했다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인 지적이다.
물론 달라진 점도 적지 않다. 수입차업계는 지난 모터쇼보다 한국 최초 공개 모델을 두 배가량 늘렸다. 국내에서 수입차의 성장이 가파르다 보니 시장의 중요성도 커지는 셈이다.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국내 수입차 시장 규모가 연간 30만대까지 커지면 아시아 전략 차종을 한국에서 처음으로 공개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