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기강 외친 이완구 총리 “점심 후 1시 복귀”… 총리실, 출입증 통과시간 점검·출장 내역 요구
이 총리가 이날 밝힌 대로 세종 정부청사의 풍경은 한 달 전과 확연히 다르다. 그동안 정부청사 인근에 식당이 충분치 않은 탓에 세종시 외곽까지 점심을 먹으러 나가는 일이 많아 1시를 넘기기 일쑤였다.
그러나 최근 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실의 점검이 수시로 진행되면서 1시 전부터 인근 식당가는 적막하기까지 하다.
공직복무관리관실에서 전화로 담당 공무원이 자리에 있는지 확인하는 것은 물론, 출입증을 통해 출입문을 통과한 시간까지 체크를 하기 때문이다. 이에 자신이 근무하고 있는 건물이 아니라 가까운 건물에 일단 출입증을 찍고 들어가는 꼼수까지 생겼다. 각 부처 수장들의 내부 단속도 한층 강화됐다. 월요일 확대 간부회의에서 복무관리를 철저히 해달라는 장관의 말은 단골 멘트가 됐다.
세종 청사에서 상대적으로 멀리 떨어진 공주, 오송에 위치한 상권은 울상이다. 청사에서 차로 20분 거리에 위치한 한 식당 주인은 “지난달부터 공무원 손님들이 눈에 띄게 줄어 매출에 큰 타격을 입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식당 주인은 “예전에 비해 점심에 오는 손님이 80% 정도 감소했다”면서 “저녁 손님 수도 함께 줄었다”고 했다.
지난주부터는 공직복무관리관실에서 공무원들의 출장까지 단속하고 있다. 정부 부처 과장급 이상 공직자 중 출장 횟수가 많은 상위 20%에 대해 3개월간 출장내역과 구체적인 소명자료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제출한 내용은 청사 출입 기록 등과 일일이 대조해 확인 작업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 총리는 공무원들의 잦은 서울 출장에 따른 업무 비효율성 문제를 언급하며 “앞으론 국회 때문에 공무원들이 세종시에서 서울로 몰려가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고 했다.
달라진 관가 분위기에 공무원들은 탐탁지 않은 눈치다. 정부 부처 한 관계자는 “자부심을 갖고 일하는 공무원들을 상대로 너무 군기를 잡는 것 같다”면서 “이 총리가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방법으로 공직기강을 강조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