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ㆍ부서장실 면적 절반 뚝… 임직원 복지공간 10배 늘려
한국농어촌공사에 지방이전의 의미는 다소 남다르다. 단순히 혁신도시로 본사의 보금자리를 옮기는 것뿐만 아니라 일하는 방식까지 새롭게 바꿔 공간과 업무환경, 조직문화의 혁신을 꾀하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이른바 ‘스마트워크’ 혁신으로 빛가람나주시대로 새로운 100년을 활짝 연 농어촌공사는 올해 ‘행복한 농어촌을 만드는 글로벌 공기업’이라는 새로운 비전 아래 농수산업인의 행복과 농어촌지역의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
◇공간의 혁신…임원실 대폭 줄여 창의ㆍ협업 공간 확대 = 지난달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차로 2시간여 달려 전남 나주 빛가람 혁신도시에 도착하니 농어촌공사 건물이 한눈에 들어왔다. 신청사는 부지 11만5466㎡, 건축 연면적 4만3370㎡, 지하 1층· 지상 18층 규모로 지어졌으며 본사 직원 73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독특하면서도 깔끔한 외관도 눈길을 끌었지만 정문을 지나 건물 내부로 들어선 순간, 곳곳에서 공사가 진행 중인 신도시의 바깥 풍경과 사뭇 달랐다. 마치 구글이나 애플 등 외국계 IT기업의 본사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었다. 농어촌공사는 작년 9월말 47년간 근무했던 경기도 의왕을 떠나 광주전남혁신도시로 본사 이전을 완료했다. 공사는 이를 계기로 경영 전반에 ‘스마트워크(Smart Work)’를 본격적으로 도입했다. 본사 이전을 조직문화 혁신의 모멘텀으로 삼겠다는 복안인 것이다.
‘스마트워크’란 정보통신기술(ICT)을 이용해 시간이나 장소의 제약 없이 언제, 어디서나 일할 수 있는 유연한 근무방식을 말한다. 농어촌공사는 이를 더 포괄적인 의미로 해석했다. 조직ㆍ사무 공간ㆍ정보통신기술 인프라 등 신사옥 공간은 물론 경영 전반에 스마트워크를 실현해 하나의 기업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 그것이다.
‘빛가람 나주’에 자리한 농어촌공사 신사옥의 테마는 ‘혁신ㆍ창조ㆍ개방’이다. 직원들의 창의성을 이끌어내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는 사무공간 구석구석에 녹아들었다. 우선 당초 설계보다 사장 집무실의 경우 기존 122㎡에서 59㎡로, 감사 집무실은 85㎡에서 48㎡로 줄여 불필요한 공간을 제거했다. 대신 기존 사무ㆍ휴게ㆍ복지 등의 단일 기능 공간들을 융합하는 작업을 통해 직원 간 협업을 촉진하고 창의성을 높일 수 있도록 했다. 직원들이 자유롭게 토론하고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은 9개에서 49개로 늘어났고, 휴식을 취하면서 아이디어 구상을 할 수 있는 복지공간도 230㎡에서 2374㎡로 확대됐다. 또한 사내에서 여러 사람들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공용업무 공간과 원거리에서 일할 수 있는 공간인 스마트워크센터 10곳(111석)도 새로 만들어졌다.
실제 각 회의실은 테마별로 각자의 개성을 자랑했다. 어떤 곳은 카페 같은 분위기가 물씬 풍겼고, 또 어떤 회의실은 여러 사람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개진하는 브레인스토밍에 최적화된 공간으로 꾸며졌다. 특히 소통과 협업을 위한 공간은 벌집형으로 공간을 배치한 것이 눈에 띄었다.
홍보실에 근무하는 정보현 대리는 “이전에는 늘 회의공간이 부족해 부서마다 회의실 예약이 전쟁이었지만 신사옥의 다양한 창의공간과 회의실을 활용해 보니 직원과의 교류와 소통이 훨씬 원활해지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고 말했다.
◇스마트워크로 일하는 방식도 혁신…비용ㆍ시간 획기적으로 절감= 스마트워크 시스템은 이상무 농어촌공사 사장의 머릿속에선 이미 구체화된 그림이었다. 지방 이전에 의한 지리적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선 기존의 업무방식, 근무여건, 조직문화에 대한 전반적인 변화는 필수적이라는 판단도 섰다.
이 사장은 본사 이전을 일하는 공간과 방식을 동시에 혁신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보고 취임 직후부터 지속적으로 스마트워크를 조직문화 전반에 적용하는 작업을 추진해 왔다. 작년 6월에는 스마트워크 시스템의 체계적, 전략적 추진을 위해 ‘스마트워크추진단’을 신설하기도 했다.
전국적으로 산재돼 있는 지방 부서와 해외사업 현장도 쉽게 회의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전자회의와 영상회의 시스템도 도입했다. 올해까지 클라우드 연결 전용 모니터를 기존 200대에서 800대로 4배 늘려 멀티 디바이스 사용자가 언제 어디서나 접근, 데이터 공유가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 사장은 또 생산성을 높여 경영혁신을 이루는 방향으로 일하는 방식을 바꿔 나기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직원들의 인식 전환이 중요하다고 보고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캠페인을 전사적으로 추진했다. 집합회의 축소, 배석 문화 없애기, 아이디어 창출 중심의 회의진행 등 회의 프로세스 개선과 대폭적 권한 위임, 이메일(e-mail) 보고 활성화 등 보고문화 개선에 주력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 결과 CEO 대면결제 비율이 기존 95%에서 15%로 줄어 총 2000만원, 470시간의 비용과 시간의 절감 효과를 봤으며 모바일앱을 통한 1페이지 온라인 보고문화가 정착되는 성과도 거뒀다. 작년 10월 전자회의, 영상회의 시스템 구축을 통해서는 불필요한 집합회의도 확 줄어 연간 15억원(8900시간)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종이문서 없는 스마트워크 시스템 실현 차원에서는 개인별ㆍ부서별 사용량을 체크해 종이 사용을 줄이는 데 힘쓰는 동시에 각종 보고서, 지침도 이북(e-book) 형태로 사내망의 ‘지식농장’을 통해 전 직원이 공유하고 있다.
제도적 측면에서는 시행시차 출ㆍ퇴근제,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 등 유연근무제로 스마트워크 도입의 시너지를 높이고, 일과 삶의 조화(일家양득)를 추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공사는 이를 통해 출퇴근 시간 낭비를 막고 자동차 운행으로 인한 탄소배출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사 기금관리처에 근무하는 김해영 과장은 “유연근무와 재택근무가 점차 활성화돼 직원들의 이용이 늘고 있다”면서 “앞으로 가사나 육아에 탄력적으로 대처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미 공사는 일과 삶의 조화, 가족친화 경영, 조직문화 개선 등 미래 지향적 스마트워크를 성공적으로 정착시켰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지난해 말 공사는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주최한 ‘2014 스마트워크 우수사례 공모전’에서 공공부문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됐으며, 경기도청, 국립공원관리공단 등 20여개 기관이 농어촌공사의 스마트워크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