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호 전 회장은 누구...진로 전성·몰락기 함께한 인물

입력 2015-04-05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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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해외도피...사망 전날 지인에게 “힘들고 괴롭다” 전화

10년간의 도피생활 끝에 지난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숨진 장진호 전 진로그룹 회장은 진로그룹의 전성기와 몰락기를 함께한 인물이다.

장 전 회장의 전성기는 ‘진로의 전성기’다.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79년 진로에 입사했다. 선친인 장학엽 회장에 이어 1988년 제2대 회장에 취임해 진로의 사세 확장을 이끌었다. 진로그룹은 한때 계열사를 20개 넘게 거느리며 재계 19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후 진로그룹은 1997년 외환위기 속에서 자금난에 빠지면서 몰락하기 시작했다. 무리한 사세 확장으로 경영이 악화된 탓이었다. 결국 진로그룹은 2003년 법정관리와 계열사 분할 매각으로 공중 분해됐다. 이어 하이트맥주가 2005년 진로를 인수했다.

장 전 회장은 분식회계, 비자금 횡령 등으로 구속기소돼 2004년 10월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검찰은 그가 1994∼1997년 자본이 완전 잠식된 진로건설 등 4개 계열사에 이사회 승인없이 6300억원을 부당지원하고, 분식회계를 통해 금융기관에서 5500억원을 사기대출받은 혐의 등을 적용했다.

2004년 4월 법원의 정리계획안 인가에 따라 장 전 회장의 진로 지분 전량이 소각됐다. 또 그의 재산도 대부분 법원에 의해 가압류됐다. 모든 것을 잃은 장 전 회장은 진로를 되찾으려는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외자를 유치하거나 자신이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다른 기업을 앞세워 진로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도 일각에서 제기됐다.

그러나 장 전 회장은 분식회계와 사기대출 등으로 거액의 공적자금을 낭비한 책임이 있는 범죄자인데다가 정서적으로도 다시 경영활동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경영인으로 복귀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고 진로를 되찾기도 어려워졌다. 결국 그는 집행유예로 풀려나고서 2000년대 중반부터 기약 없는 해외 도피 생활에 들어갔다.

그는 10여년간 캄보디아, 중국 등을 떠돌며 생활했다. 외국에서 은행, 부동산 개발회사, 카지노 등을 운영하며 재기를 노렸지만 별 성과를 내지 못했다. 2013년에는 기업 회생을 위해 마련했던 거액의 자금을 횡령했다며 옛 진로그룹 임원을 검찰에 고소하기도 했다.

장기 도피 생활로 몸과 마음이 지친 장 전 회장은 평소 지인들에게 자신에 대해 잘못 알려진 점이 많다고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진호 전 회장이 사망 전날 한국의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힘들고 괴롭다”고 말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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