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 박병엽 부회장 "일터에서 죽겠다"

입력 2006-12-12 11:34수정 2006-12-12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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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 인트라넷 통해 기업개선작업 성공의지 피력

호출기 제조회사로 출발해 매출 3조원에 이르는 대기업의 신화창조를 이뤄낸 박병엽 팬택 부회장이 12일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워크아웃에 대한 비장한 각오를 드러냈다.

박병엽 부회장은 직원들에게 현대건설, 하이닉스 등 기업개선작업을 통해 이전보다 높은 경쟁력과 부가가치를 가진 기업들이 탄생했음을 강조하며 “일터에서 죽겠다는 각오로 기업개선작업을 성공시키겠다”고 말했다.

팬택은 지난 1년 동안 자금악화설에 시달리면서도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해 왔다. 하지만 강도 높은 구조조정 추진, 본사 사옥 매각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섰던 팬택은 결국 채권단과 협의를 통해 워크아웃을 추진하고 있다.

◆ 무리한 투자가 부른 자금악화

3조원의 매출 신화로 휴대폰 업계에 이목을 집중시켰던 팬택이 워크아웃을 추진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뭘까.

업계에서는 해외시장 개척, SK텔레텍 인수 등 무리한 투자를 이유로 들고 있다.

중소 휴대폰 제조업체로 코스닥에 상장해 이름을 날렸던 스탠다드텔레콤, 세원텔레콤, VK 등이 최근 몇 년 사이에 잇따라 쓰러지는데도 팬택은 공격적인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그동안 팬택을 급성장시켰던 박 부회장 특유의 공격 경영이 이번에는 먹히지 않았다.

팬택은 스카이 인수로 내수 시장을 강화하고 공격적인 투자로 해외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팬택은 중국, 대만, 미국, 브라질, 멕시코, 칠레 등 해외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매년 1000억원이 넘는 돈을 쏟아 부었지만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장기적인 측면에서 해외시장에서의 자체 브랜드를 고집했지만 해외시장은 만만치 않았다. 특히 해외시장 공략에 집중할수록 마케팅 비용 등 투자액은 연간 1000억원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팬택은 현재 전세계 30여개국에 약 1600만대의 휴대폰을 공급하는 세계 10위권의 휴대폰 메이커로 성장했고, 국내에서도 20% 수준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덩치는 커졌지만 실속이 없었다. 지난해부터 증권가를 중심으로 자금악화설이 나오고 팬택은 급기야 지난 3분기 대규모 적자를 기록해 경영악화가 가중되자 구조조정 실시 등 급처방을 내렸지만 부채는 계속 쌓여만 갔다.

응근히 믿고 있던 SK텔레콤도 “지원 계획 없음”으로 일관해 팬택의 위기는 부도설까지 번졌었다.

◆ 히트 브랜드 없이 모델만 다양화

팬택은 브랜드를 강화하는 차원에 지난해 12월 SK텔레텍을 2924억원에 인수했다. 내수시장에서 팬택앤큐리텔 브랜드로는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어렵다고 판단해 ‘스카이’를 인수하며 도약을 꿈꿨지만 아직까지는 효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특히 팬택은 스카이를 포함해 매년 30여개의 신규 모델을 출시했지만 별다른 히트 상품이 없었다는 것도 경영악화의 원인 중에 하나다.

팬택앤큐리텔은 초창기 디자인과 기능을 강조한 다양한 신규 모델을 출시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지만 LG전자 초콜릿폰, 모토로라 슬림폰과 같은 히트 상품은 만들어 내지 못했다.

스카이 인수를 통해 내수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팬택의 계산도 맞아 떨어지지 않았다. 시간이 필요했지만 자금악화는 계속 이어져 워크아웃 추진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 박 부회장, “위기를 다시 기회로”

박 부회장은 지난 8일 채권단 회의에서 직접 회사 상황을 설명하고 워크아웃 추진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부회장은 이번 워크아웃을 통해 팬택을 더욱 경쟁력 있는 기업을 재탄생시키겠다는 각오다. 채권단의 도움을 통해 현재의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보고 팬택이 현금 유동성 문제가 있지만 기술력과 기업 경쟁력, 기업 가치 등에서 충분한 경쟁력과 잠재력이 있기 때문에 반드시 회생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박 부회장은 "작은 기업에서부터 커오면서 갖게 된 근성과 하면 된다는 자신감으로 위기를 다시 한번 기회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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