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습기자 딱지떼기⑧] 부동산기자는 오늘도 달려간다~ 모델하우스를 향해

입력 2015-04-03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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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데이 8기 수습기자들. 왼쪽부터 정다운, 유지만, 오예린, 정경진 순. 장세영 기자 photothink@

“그럼 김포로 다녀와~.”

부동산부서로 배치받고 얼마 되지 않아 김포로 가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이게 웬걸? 김포에서 한 건설사가 모델하우스를 개관하는 탓에 분양 현장을 다녀오라는 임무였습니다. ‘김포…?’ 김포가 멀지는 않지만, 경기도 일산에서 자라서 수도권을 그리 벗어나 본 적이 없었던 초짜 수습기자에게 주말 내 김포로 다녀오라는 지시는 마치 해외 출장(?)을 다녀오라는 사명감으로 다가왔습니다.

주말에 일한다는 생각보다는 드디어 현장 기사를 쓴다는 생각에 사명감을 갖고 김포 한강신도시로 출발했습니다. 처음 가보는 현장이기에 무엇을 어떻게 취재해야 하는지 선배께 수없이 물어보며 수첩을 손에 꼭 쥐고 김포로 달려갔습니다.

도착한 모델하우스 앞에는 사람들의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습니다. 함께 그 줄에 서서 사람들의 하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스파이가 된 듯한 기분으로 “앞으로 여기가…” 등등의 이야기를 귀를 쫑긋 세워 들으며 휴대폰을 하는 척 일일이 적는 것도 빼먹지 않았습니다.

분위기를 파악한 이후 직접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인터뷰에 나섰습니다. 명함을 한 움큼 들고 줄 서 있는 사람부터 모델하우스 내부에서 유닛을 구경하고 있는 사람들, 휴게실에서 쉬고 있는 사람들에게 명함을 건네며 인터뷰를 시도했습니다.

모델하우스는 보통 1층은 접수 및 신청을 하는 곳과 아파트 모델을 전시해놓는 곳으로 이뤄집니다. 2층에는 집 내부를 꾸며놓은 유닛이 평형별로 이뤄져 있습니다.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이 들어가면 혼잡하므로 각 유닛 앞에는 정장을 말끔히 차려입은 남자들이 한 명씩 서서 인원 제한을 합니다. 이 줄이 꽤 오래가기 때문에 바로 ‘이때가 기회다’라는 생각에 기다림에 지친 사람들을 물색해봅니다.

목표를 정한 뒤 자신 있게 명함을 내밀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투데이 기자…”라는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어머~ 전 안해요 그런 것”이라며 거절을 받았습니다. 사명감에 불타올랐던 마음은 ‘푸시시’ 소리를 내며 쪼그라듭니다.

쪼그라든 간을 다시 피면서 ‘인터뷰를 할까 말까…’ 수십 번의 내적 고민을 한 후 다시 한 번 다른 아주머니께 인터뷰를 시도했습니다. 지친 듯한 표정의 아주머니는 마치 언제 그랬냐는 모습으로 랩을 하듯 빠른 속도로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투자 목적으로 오셨다는 그 아주머니는 그 지역 이야기부터 다른 지역 이야기까지 수많은 얘기를 한 뒤, “근데 난 신문 이런 데 나가는 거 별로인데~”라며 유닛 쪽으로 유유히 떠났습니다. 그 이후로도 몇 번의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절반의 성공과 절반의 실패로 마무리됐습니다.

▲정경진 8기 수습기자가 인생 처음으로 방문한 모델하우스. 발 디딜 틈 없이 꽉 찬 모델하우스 내부 1층에서 아파트 모형설명, 상담, 경품추천 등이 진행되고 있었다.

모델하우스는 특성상 그 지역에 들어서는 아파트를 홍보하는 곳이기에 단점보다는 장점을 부각하기 때문에 냉철한 시각이 필요합니다. 기사는 홍보하는 글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유닛을 구경할 때에도 꼼꼼히 살펴보고 단체로 구경하는 무리에 섞여 반응을 하나하나 살핍니다. 주변이 시끄러운 탓에 귀를 크게 열고 무슨 말을 하는지, 무엇이 불만인지, 어떤 점을 만족스러워하는지를 점검하며 분위기를 살핍니다.

모델하우스 관계자의 설명을 끝으로 집으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인터뷰할 때의 떨림과 취재한 내용을 어떻게 써야하느냐는 고민을 안고 첫 현장기사를 마무리했습니다.

오늘도 저를 부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경진아, 동탄 다녀와라~” “경진아, 광명 다녀와라~” 그렇게 저는 차에 몸을 싣고 현장으로 달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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