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생각] 4월 5일 植松望亭(식송망정) 소나무를 심으며 정자를 생각한다

입력 2015-04-05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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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생각] 4월 5일 植松望亭(식송망정)

소나무를 심으며 정자를 생각한다

임철순 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

한문의 묘미는 해석이 다양한 점이다. 띄어쓰기와 구두점이 없으니 정반대로 풀이되는 경우도 있다. 춘한노건(春寒老健)은 ‘봄추위와 노인의 건강은 오래가지 못한다’는 뜻이지만, ‘봄추위에도 노인은 건강하다’고 새기지 못할 것도 없다.

1910년 경술국치 당시 일제의 조선 병합조약 문서에 내무대신 김윤식(金允植·1835~1922)이 不可不可(불가불가)라고 썼다. ‘안 되오 안 되오’ 하고 결사 반대한 건가? 그게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찬성’[不可不 可]이라고 읽을 수도 있다. ‘불가하다고 함은 불가하오’[不可 不可]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식송망정(植松望亭)이라는 말을 따져보자. 문자 그대로는 ‘소나무를 심고 정자를 바란다’는 뜻이다. 다른 나무보다 성장이 더딘 소나무를 이제 심었는데 언제 정자를 지으랴! “우물에 가 숭늉 찾는다”는 속담처럼 몹시 성급하거나 앞날의 성공을 이루기 어렵다는 뜻이다. 소나무가 자라는 걸 볼 수 없을 만큼 짧은 우리네 인생을 한탄하는 말일 수도 있다.

그런데 ‘소나무를 심으며 정자 지을 생각까지 하라’고 해석하면 어떨까. 작은 일을 하면서 먼 장래를 내다보는 원대한 계획이라는 뜻이 된다. 사업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해석이 더 좋을 것이다.

같은 말이지만 ‘송남잡지’(松南雜識)에는 재송망정(栽松望亭)이라 돼 있다. ‘동언고략’(東言考略)에는 양송견정자(養松見亭子)라고 나온다. ‘소나무를 길러 정자를 본다’는 뜻이다. 송남잡지는 조선 후기에 조재삼이 편찬한 유서(類書)이며 동언고략은 우리말의 어원을 풀이한 조선 말기의 한문 서적이다. 박경가(朴慶家)가 지었다는 설이 있다.

오늘은 식목일이며 청명. 실제로 나무를 심지 못하더라도 그 정성과 자세를 생각해 보자. 정송오죽(淨松汚竹), 깨끗한 땅에는 소나무를 심고 지저분한 땅에는 대나무를 심는다고 했다. fusedt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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