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경제통] 강석훈 “디플레 경고등… 경제활성화·구조개혁 두개의 창 들어야”

입력 2015-04-02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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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인하 긍정적이지만 기업 투자환경 개선 뒷받침돼야… 경제 비관론 거둬야 소비도 증대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이 31일 오전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중심으로 한 박근혜 정부 2기 경제팀이 내놓은 여러 경제활성화 대책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는 좀처럼 어두운 터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소비심리는 잔뜩 위축됐고 체감실업률은 역대 최고인 12.5%를 찍으며 ‘고용한파’를 증명하는 등 각종 지표들이 경제의 민낯을 드러냈다.

이런 상황에서 이투데이는 지난달 31일 새누리당의 대표적인 ‘경제통’ 강석훈 의원을 만나 현 경제상황에 대한 분석과 해법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강 의원은 이날 인터뷰에서 현재 사실상 디플레이션 우려가 높은 상황이라는 견해를 밝히면서도 사회 전반에 깔린 경제 비관론에 대해선 경계의 목소리를 냈다. 그러면서 경제활성화 법안을 활용해 경제 성장에 집중할 때라고 강조했다.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디플레이션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 이 같은 우려가 과장됐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데 디플레이션 우려의 실체와 대안은.

“현실적으로 우리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진 것은 아니지만 우려가 상당하다. 구조적으로 성장률이 점점 떨어지는 등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 구체적으로 데이터도 ‘소비자물가상승률’의 경우 전년 동월과 비교해 실질적으로 마이너스 상태다. 올해 1월 전년 동기대비 0.8% 상승했는데 담뱃값 인상효과를 제외하면 0.2%포인트 상승에 그치고 있다. 또 2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0.5%포인트 상승했는데 여기에 담뱃값 인상효과 0.58%를 빼면 실질적으로 마이너스다. 지난해 2분기, 3분기의 ‘GDP 디플레이터’(종합 물가지수)가 거의 제로수준에 있었고 지난해 4분기의 GDP 디플레이터가 마이너스도 나올 수 있는 상황이어서 여러 가지 놓고 보면 디플레이션 우려가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디플레이션 정책은 쉽지 않다. 장단기 대책이 같이 나와야 한다. 단기적으로 경제활성화 정책이 나와야 하는데 확장적인 거시 금융 정책과 재정 금융정책이 있다. 또 근본적으로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높이기 위해 구조개혁을 동시에 시행해야 한다.”

△디플레이션과 관련해 금리인하 압박이 있었고 한국은행이 1.75%로 금리를 인하했는데 어떻게 보시는지.

“금리인하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금리가 인하되면 가계가 소비를 증대시키고 기업이 투자를 증대한다’는 논리적 백그라운드 가지고 있지만 현재 그 채널이 잘 작동되고 있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금리인하에만 너무 의존하지 말고 기업 투자를 확대하기 위한 각종 투자환경을 좋게 만드는 것도 같이 만들어야 한다. 또 가계 소비를 위해서는 우리 경제의 미래에 대해 지나치게 어두운 견해가 있는데 이처럼 비관적인 부분은 ‘expectation control’(기대통제)을 통해 긍정적인 미래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하는 작업도 병행돼야 한다.”

△금리인하로 인해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가계부채 문제는 큰 틀에서 매크로(거시적) 접근과 마이크로(미시적) 접근이 있다. 매크로 접근에서 경계해야 할 부분은 가계부채 절대액을 줄이겠다고 하는 것이다. 이는 매우 위험한 정책이다. 현재 가계부채는 1089조원 정도인데 이를 줄이겠다고 자산을 팔거나 소비를 줄이면서 오히려 축소 지향적으로 디플레이션을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 우리가 통제해야 할 것은 소득분의 부채이다. 그래서 부채 증가속도를 완만하게 하되 소득의 증가속도를 빠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이크로 접근의 경우 가계부채 구조가 변동금리 후 거치 후에 만기일시상환식으로 돼 있는데 만기가 오게 되면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다. 한 번에 갚게 되면 임팩트가 크기 때문에 금리를 고정식으로 바꿔주고 분할상환 식으로 바꿔주는 작업을 계속하는 게 중요하다. 금융위원회의 안심전환대출은 긍정적으로 평가받을 부분은 있다. 다만 안심전환대출은 이론적으로 정책적인 면에서는 매우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지만 형평선 측면에서 고려가 덜 됐기 때문에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다.”

△국토교통부가 그동안 부동산 활성화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일각에서는 전월세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어떻게 보고 있나.

“정부 정책을 통해서 부동산 거래가 되살아난 것은 중요한 일이다. 최근 추세는 정상화의 좋은 시그널을 보여주고 있다고 판단한다. 다만 문제는 결국 전셋값이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보다 많은 분들이 싼 자금으로 전세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정부의 대책이 강화돼야 한다. 보금자리 대출 등을 완화하고 대상을 확대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중장기적으로 인구구조가 바뀌고 있으니까 전월세 주택 공급량을 늘려야 한다.

전셋값 상승은 금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금리가 떨어진다는 것은 달리 말해 시장원리에 따라 전셋값이 올라간다는 것이다. 전셋값이 오르는 것은 시장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이어서 이걸 막을 정책수단은 제한적이라는 것을 국민들께서 이해해 주셨으면 하고 아마 이해하시더라도 갑자기 5000만원 더 내라고 하면 납득이 안 갈 것이다. 그런 일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어려운 분들을 위해 저리의 자금을 가용해 드리고 전세물량이 나올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복지와 재정문제는 영원한 화두이다. 새누리당의 경우 유승민 원내대표가 ‘중부담 중복지’를 주장하기도 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지금 복지와 재정에 관한 논의를 하기 적절한 타이밍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복지와 재정 이슈보다 더 크고 중요한 문제가 디플레이션 우려를 비롯한 전반적인 경제성장의 경쟁력 하락 문제와 잠재 성장력을 어떻게 끌어올릴 것인가가 집중해야 할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경제에서 우선 순위는 답을 찾기 어려운 ‘복지와 재정’ 논의보다는 경제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에 대해서 논의를 진전시켜야 하는 부분이다.”

△정부가 재정적인 문제에 부딪히고 있어 세제를 확보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연초에 담뱃값 논란도 있었지만 성과가 좋지는 않다. 어떻게 평가하나.

“올해 세제에서 가장 큰 특징은 ‘가계소득증대 3대 패키지’가 아닌가 생각된다. 기업의 자금이 가계로 흘러들어가도록 디자인해서 첫 시행하는 연도이며 적절한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우리 세제의 기본적인 문제점은 너무 복잡하고 개별체계로 가면 소득세를 안 내는 사람이 너무 많으며, 또 여전히 지하경제가 있고 국민들도 그렇게 느낀다. 세제 공평성과 형평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정치적 공방과정에서 기업들의 미래 R&D(연구개발) 투자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갔는데 미래를 위해서 늘리는 쪽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의문이 들고 재검토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R&D 세액공제 혜택을 대기업이 많이 받는다는 논리 때문이지만, 반대로 대기업이니까 R&D에 투자하는 것인데 특혜성으로 보는 정치적 논리가 미래를 위해서 맞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청년을 비롯해 실업문제가 큰 문제로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부에서도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회복이 어렵다.

“일자리 문제는 중요하지만 각국에서 ‘이거다’ 하고 나오는 해답은 없다. 몇 가지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우선 노동시장에 구조개편이 있어야 한다. 기업들이 신규 채용할 수 있도록 노동시장에 유연성이 확보돼야 하고 임금피크제 등을 전향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두 번째로 청년들이 좋아하는 금융과 문화 등의 분야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많이 창출될 수 있도록 서비스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당에서는 ‘서비스산업발전법’ 통과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공급측면에서는 청년들 스스로 안정된 직장만 찾기보다 국내나 국외에서 새롭게 스타트업을 시작하도록 채용시장의 구조도 창업 경험을 우대하는 식으로 바꿔가면서 활성화하는 방향도 있다. 결국 경제 성장의 잠재력을 높여서 활성화하지 않고는 근본적으로 일자리가 나오지 않는다.”

△경제활성화법이 이제 9개 남았는데 중요한 법안을 꼽는다면.

“‘서비스산업기본발전법’을 통해서 청년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또 우리나라에 탁월한 인재들이 대부분 의대 쪽으로 가는데 인적자원을 활용해 경제성장에 기여토록 해야 한다.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기 위한 의료 관련법들과 ‘국제의료산업지원법’ 등이 있다. 의료산업지원법은 보험사가 해외환자 유치를 허용하거나 외국어 표기 의료광고를 허용한다거나 외국인 환자를 대상으로 해외 원격의료를 도입하는 내용이다. 또 매년 늘어나는 관광객들을 위해 호텔 건립을 위한 ‘관광진흥법’이 중요하다. 이 밖에 소액창업자들의 자금 마련을 촉진하기 위한 ‘크라우딩 펀딩법’이 있다.”

△국제의료산업지원법은 야당에서 의료민영화를 들어 반대하고 있지 않나.

“이 법은 정부가 발의한 의료법과 김희국 의원이 발의한 의료법을 통합해 이명수 의원이 발의한 것인데 야당은 과거부터 의료민영화를 이유로 반대하는 입장이다. 우리나라가 자랑하는 공적의료 시스템을 정부가 깨트릴 이유가 없고 발전시켜야 한다고 믿고 있다. 그런데 야당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논리로 반대하고 있어서 답답한 심정이다.”

△공무원연금 개혁 대타협기구가 시한 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여당에서 불만이 클 것 같다. 또 공적 연금들의 개혁에 대해서 전반적으로 어떻게 전망하나.

“개혁안을 양보할 수 있다는 의견까지 표현했고 전향적인 자세로 논의를 몇 개월이나 했는데 야당에서 안을 내놓지 않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이른 시일 내 타협해 5월 6일 본회의에서 통과돼야 한다. 야당은 공무원단체와 국민들 사이에서 자기 행보를 못 정하고 있는 것 같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께서 지난달 12일 청와대 회동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의 필요성을 인정했고 수십년 동안 바뀌지 않을 개혁을 약속했다. 문 대표께서 적극적인 역할을 해주셔야 한다. 또 공적연금과 관련해 당은 공무원 연금에만 집중하고 현재 다른 계획은 없다.”

△개인적으로 주요하게 다룰 법안이나 정책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지금은 연말정산 소급입법을 해야 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 위원장으로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스럽고 연말정산 소급입법을 하게 되면 혜택을 받는 분들도 있고 혜택을 못 받으시는 분들도 있다. ‘나는 왜 안 돌려주냐’고 불만이 있으실 것 같고 돌려받으신 분들도 ‘왜 이것밖에 안 돌려주냐’ 불만일 것이다. 야당은 가능한 많이 돌려달라고 할 것이고 중간에서 머리가 아픈 상태이다. 5500만원 이하의 소득자에 대해서 가능한 세 부담을 적게 드릴 수 있도록 이번 세제개편안인 소득세법개정안을 준비하는 것으로 머릿속에 꽉 차 있다. 정부 시뮬레이션 결과가 조만간 나올 것 같다. 결과를 바탕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4월 국회에서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윤곽은 늦어도 다음주 초까지는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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