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금융인 릴레이 인터뷰]“본사 근무 20년만에 영업점 발령, 아픈만큼 성숙한 시기”

입력 2015-04-01 10:19수정 2015-06-12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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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경 KB국민은행 북부지역본부장, 일반상품 판매경험 없어 단순 입출금 업무 ‘굴욕감’

‘생각보다 행동이 우선이다. 용기를 내어라. 두려워하지 마라.’

김해경 KB국민은행 북부지역본부장이 인터뷰 도중 보여 줄 자료를 찾으러 간 사이 내 눈에 들어온 벽에 붙어 있는 문구다.

첫 문장은 모 그룹 총수의 말이고, 두 번째는 성경 구절이다. 평소 메모를 자주 하느냐고 묻자 김해경 본부장은 ‘메모하는 습관’은 항상 직원들에게 들려주는 말이라고 답했다.

▲김해경 KB국민은행 북부지역본부 본부장이 20일 오후 도봉구 도봉로 KB국민은행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myfixer@)

◇메모의 여왕 = 김해경 본부장은 “기억의 포화상태이기 때문에 메모가 중요하다”며 “지점장이 되고 나서부터 매일 업무 일지를 썼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2004년 2월 9일 첫 점포장 발령 때부터 써놓은 일지 10여 권을 보여주며 “세 가지 노트를 두고 업무를 정리한다”고 강조했다. 업무일지는 전반적인 업무 관련 사항을, 다른 노트에는 전화해야 할 상대를, 다이어리에는 만나야 할 사람 등을 꾸준히 기록하고 확인하는 것이다.

그는 “간간이 다이어리를 보면 ‘어떻게 일했나’ ‘누구를 만났나’가 머릿속으로 스쳐 지나간다”며 “이런 것들을 버리기 아까워 보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무일지 중간에 선을 그어 한 페이지를 나눠 썼다. 이렇게 하는 이유에 대해 묻자 김 본부장은 “효율적으로 쓰기 위한 것도 있지만 돈이 아까워 아껴 쓴다”며 웃었다. 그는 “메모는 직원들에게 늘 하라고 한다”며 “서무 업무를 하면서 이런 것들이 몸에 밴 것 같다”고 말했다.

◇험난한 지점장의 길 = 1978년 입행한 김해경 본부장은 서울 광진구 화양동 지점 3년, 서울 광진구 구의동 지점 1년을 거친 게 영업점 근무 경력의 전부다. 이후 주로 본점 국제부, 국제영업부, 외환업무부 등을 2000년까지 20년가량 맡았다. 그러다 고(故) 김정태 행장 시절 여의도 지점에서 3년 영업점 경력을 쌓았다.

가장 힘든 시절에 관해 묻자 김 본부장은 “여의도 지점 시절 제일 힘들고 어려웠다”고 주저없이 답했다. 그는 사직도 결심해 보고, 선배 여자 점포장과 상담하며 고충을 쏟아내기도 했다.

김 본부장은 “그 선배의 ‘이것도 못 이기면 안 된다’는 답을 듣고 마음을 고쳐먹었다”고 말했다. 여의도 영업점 근무 시절 그는 고객 응대를 무척이나 두려워했다고 한다. 특히 낯선 고객과의 시선이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그는 “책임자급으로 가서 뒷자리에 앉아 있으면서 손님과 눈을 못 마주쳤다”며 “그렇게 2년이나 흘렀다”고 말했다.

일반상품에 대한 지식과 판매 경험이 없어 온라인 단순 입출금 거래만 담당할 때는 자존감에 상처를 많이 받았다고 털어놨다.

업무에서도 자신감이 떨어진 상황이다 보니 동료와의 대인관계도 힘들었다. 김 본부장은 “내가 나 자신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아 다른 직원과의 관계도 원만치 못했다”고 말했다.

◇능력보다 태도가 중요 = 김 본부장은 국제부 업무와 동시에 영업본부 비서 업무와 서무 업무도 맡았다. 이때 그는 모시던 영업부장들에게 ‘영업은 사람의 마음을 가장 잘 알아야 한다’는 철학을 배웠다.

김 본부장은 “특별히 업무에 대해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사람의 마음을 이해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도 잘 알지 못한다”며 “알려고 노력할 뿐”이라고 했다.

은행 이사나 부행장을 앞둔 영업부장들에게 배운 점 중에서도 특히 마음가짐과 태도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 김 본부장은 “능력보다 업무를 대하는 태도와 자세, 그리고 사람을 대하는 태도 등의 중요함을 깨달았다. 능력은 그 다음이었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잘 풀리지 않는 일이 있을 때 최선을 다하는 것을 ‘몸부림’에 비유했다. 그는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온 몸에 열이 나도록 몸부림쳐 봤는지 되돌아본다”며 “그렇게 했는데도 안 되는 일이 있다면 그건 하늘의 뜻이다”고 말했다.

최선을 뛰어넘어 ‘몸부림’이 있다면 성공은 자연스레 따라온다는 게 김 본부장의 지론이다. 그는 “한 가지 일을 추진할 때 몸이 굉장히 힘들면 성공에 좀 가까워진 것이고, ‘참 편한데’라는 생각이 들면 결과가 좋지 못하다”고 설명했다.

김해경 본부장은 “‘김해경이라는 사람에게 맡기면 걱정할 게 없다. 책임감을 가지고 다 하더라’는 말을 듣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약력

▲1978년 국민은행 입행 ▲2001년 서강대 국제경제학 석사 ▲2004년 개인영업점장 ▲2004년 청담북지점장 ▲2007년 방배 PB센터장 ▲2012년 여의도영업부장 ▲2013년 강동지역본부장 ▲현재 북부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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