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조원대 허위수출을 통해 사기대출을 받아 재판에 넘겨진 박홍석(53) 모뉴엘 대표가 대부분의 혐의 사실을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김동아 부장판사)의 심리로 27일 열린 공판기일에서 박 대표 측은 "범죄 사실을 모두 인정한다"고 밝혔다.
박 대표 측은 그러나 검찰이 공소장에 허위수출신고 제품으로 기재한 홈시어터와 PC가격의 원가를 다시 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원가를 8000원~2만원 선으로 잡은 것과 달리 실제 시장조사가격은 30만원~60만원 정도로 파악된다는 주장이다.
박 대표 측이 혐의를 모두 인정하고 제품 가격을 문제삼은 것은 유죄 선고를 받는 대신 최대한 낮은 형량을 받는 쪽으로 향후 변론을 전개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허위수출 사실은 인정하되, 제품 가격이 공소장 기재보다 높다는 주장을 통해 피해액을 줄여보겠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날 허위 수출 서류를 꾸며 시중은행 10곳으로부터 3조4000억원 가량을 불법 대출한 혐의(특경가법상 사기)로 추가 기소된 박 대표에 대해 사건을 병합해 심리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다음 기일은 오는 28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박 대표는 지난 2009년부터 최근까지 미국, 홍콩 등 해외지사를 통해 수출입 물량과 대금을 1조2000억원대로 부풀려 신용장 등 관련 서류를 허위로 작성한 혐의(관세법 위반)로 기소됐다. 또 같은 기간 해외지사에서 부품 수입대금을 실제보다 부풀려 서류를 꾸민 뒤 차액을 남기는 수법으로 361억여원을 해외로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재산 국외 도피)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