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드라마 왕국' 아닌 '막장 드라마 제국!' [오예린의 어퍼컷]

입력 2015-03-23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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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MBC는 한 때 ‘드라마 왕국’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었다.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로 시청률을 독식하던 MBC였지만 현재는 과거의 타이틀이 무색하게 막장 드라마가 판을 치고 있다.

MBC가 현재 방송 중인 드라마를 살펴보면 막장이 아닌 드라마를 찾기가 힘들다. 우선 일일 아침드라마 ‘폭풍의 여자’는 한 남자의 아내이자 아이의 엄마로 평범한 행복을 꿈꾸던 여자가 어느 날 남편에게 배신을 당하고 딸이 학교 폭력의 피해자가 되면서 부와 권력이라는 폭풍에 맞서 싸우기 위해 스스로 폭풍이 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제작발표회에서 연출을 맡은 이민수PD는 “막장 없는 아침 드라마”라고 강조했지만 결국 불륜과 학교폭력, 이중납치에 복수까지 이전과 다를 바 없는 아침 드라마 특유의 막장 코드로 매일 아침 시청자에게 막장 스토리를 선사하고 있다. 일일드라마 ‘압구정 백야’도 막장 드라마의 대모 임성한 작가의 작품답게 개연성 없는 전개와 뜬금없는 장면들로 연일 시청자의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MBC의 막장은 주중에만 멈추지 않고 주말까지 이어진다. 특히 가족들끼리 함께 시청하는 시간에 방송되는 주말드라마 ‘장미빛 연인들’은 초반 순수한 20대 남녀의 사랑을 다루는 것 같았지만 출생의 비밀, 혼전임신, 아이유기, 납치, 감금도 모자라 가짜 자식행세까지 하며 막장에 막장을 더한 꼴이 돼버렸다.

14일 첫방송한 새 주말드라마 ‘여왕의 꽃’ 역시 막장의 향기가 난다. 첫 장면부터 폐건물에서 만난 레나정(김성령)과 김도진(조한철)은 실랑이를 벌이다 건물 아래로 김도진이 추락하는 사고가 났다. 또한 레나정(김성령)과 강이솔(이성경)의 출생의 비밀이 암시되면서 역시 막장드라마의 전개가 예상된다.

과거 MBC가 드라마의 왕국이었던 이유는 높은 시청률 때문도 있었지만 참신한 내용의 작품들로 시청자의 이목을 끌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나친 상업주의로 인해 눈앞의 시청률에만 급급하게 되면서 참신한 아이디어가 사라졌고, 전문적 작가의 양성에도 소홀해졌다. 매년 시행하고 있는 ‘극본공모’를 통해 신진 작가를 육성한다고는 하나 MBC에서 방송되는 대다수의 드라마가 기성작가들에게 비롯된 막장 드라마이니 큰 의미는 없다.

MBC는 막장드라마를 통해 지금도 높은 시청률을 얻고 있지만 결코 이전과 같은 드라마 왕국의 명성을 얻을 수 없다. MBC는 이미 드라마 왕국의 자존심을 버렸기 때문이다. 진정한 드라마 왕국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서는 시청률이 우선이 아닌 자존심부터 회복해야 할 것이다. MBC에 대한 시청자의 신뢰가 처참하게 무너져 내린 것에는 막장 드라마 편성도 책임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위기를 느끼지 않으면 머지 않아 드라마 왕국이 아닌 막장드라마 방송국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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