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조9000억 R&D예산은 버리는 돈?…‘고가장비’수수방관하는 정부

입력 2015-03-2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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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연구개발(R&D)투자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고심하고 있지만 정작 이 비용으로 구입한 자산을 방치하면서 해마다 1조원이 넘는 혈세를 버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정부 부처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해마다 50조∼60조원 가량의 R&D자금을 투자해왔으며 이 중 정부가 공공재원 등을 통해 지원하는 R&D 예산은 전체 비중의 25%에 달한다.

이 같은 공공 R&D예산은 2008년 9조2493억원에서 2009년 10조원대로 넘어섰고, 2012년 13조8221억원, 2013년 14조2471억원, 2014년 17조7400억원으로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산하연구소 및 대학 연구실에 지원되는 예산 중 약 10%에 해당되는 ‘자본적 지출’부분이다.

자본적 지출에는 연구를 위해 필요한 토지, 기계장치, 소프트웨어가 주를 이룬다. 특히 이 가운데 기계장치 비중이 높다. 하지만 연구가 종료하면 자본적 지출 대상의 소유권은 연구실이 속한 대학이나 연구소에 귀속된다.

결국 올해 책정된 공공 R&D 예산(18조9000억원)으로 따진다면 약 1조9000억원에 달하는 '혈세'가 회수조치 없이 방치되고 있는 셈이다.

대학이나 연구소에 남겨진 고가의 기계장치들은 해당 연구외 목적으로 활용하기 어렵고 연구 종료 후엔 유지보수비를 지원받지 못한 까닭에 시간이 지날수록 효용가치를 잃게 된다.

또한 이를 처분할 경우엔 대학본부 등에서 재산처분이사회를 소집해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해 대부분 그대로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임의로 처분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한 연구원은 “고가의 장비인 데다 공간도 협소해 때에 따라 연구실 임의로 이베이 등에 내놓고 팔기도 한다”고 실토했다.

그나마 산업통상자원부의 경우 R&D자금으로 구입한 기계장치 등은 장관 승인을 겨쳐 팔수 있게 했지만 미래부 등 타 부처의 경우엔 이 같은 관리 규정도 전무하다. 미래부의 한 관계자는 “결국 소유권 문제 탓에 속수무책인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당초 소유권을 명확히 했다면 해마다 1조원이 넘는 비용이 버려지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R&D 성과를 논의하기 전에 투자비효율 문제부터 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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