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권택 102번째 영화 '화장', 안성기ㆍ김규리ㆍ김호정이 낳은 '사실감'

입력 2015-03-19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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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권택 감독과 배우 김규리, 김호정, 안성기가 17일 서울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화장’ 언론시사회에 참석해 포토타임을 갖고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영화 ‘화장’(제작 명필름, 배급 리틀빅픽처스)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17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화장’은 ‘거장’ 임권택 감독의 102번째 영화로 죽어가는 아내와 젊은 여자 사이에 놓인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다. 세월만큼 한층 더 깊어진 시선, 삶과 죽음, 사랑과 번민이라는 보편적인 감정과 공감, 시대와 소통하는 감각적이고 세련된 작품으로 임권택 감독 특유의 격조를 보여준다.

임권택 감독은 “기존 작품과는 다른 영화를 탄생시키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영화를 완성하고 편집과정을 거치며 ‘내가 찍은 영화가 관객에게 어떻게 다가갈 것인가’하는 것이 가장 궁금했다. 100개가 넘는 영화를 찍은 감독이지만 아직도 관객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가늠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화장’은 2004년 제28회 이상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김훈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아내의 암이 재발됐다. 그 사이, 나는 다른 사랑을 꿈꿨다’라는 카피가 죽어가는 아내와 매혹적인 젊은 여인 사이에서 고뇌하는 중년 남성의 심리를 그려내며 보는 이들로 하여금 드라마틱한 스토리에 궁금증을 유발한다.

임권택 감독은 “‘김훈의 힘차고 박진감 넘치는 문장을 어떻게 영상으로 옮길까’하는 점이 대단히 큰 과제였다. 그걸 해내지 못했을 때 오는 스스로의 열등감은 클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영화를 찍었다”며 “남편으로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과 남자로서 유혹에 빠지는 모습을 다 보여주고 싶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사내로서 욕구는 흔한 일이지만 부끄러워 드러내지 못한다. 사실감을 가지고 관객에게 다가가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안성기는 주인공 오상무 역을 맡아 특유의 깊이 있는 연기와 감성적인 분위기로 중후함을 내뿜는다. 좋은 남편, 신뢰받는 상사이지만 여인의 유혹에 흔들린다. 안성기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서글픔과 끓어오르는 갈망에 휩싸인 한 남자의 복잡한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김규리는 극 중 오상무의 욕망을 일깨우는 여인 추은주로 분해 고혹적인 매력을 드러낸다. 여성적인 아름다움이 한껏 드러난 이미지는 ‘생의 한가운데 가장 빛나는 여자’의 의미를 각인시켜 준다.

안성기는 “오상무라는 사람은 고통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의 표상이다. 화장품 회사의 중역으로 스트레스가 대단하며, 하나 밖에 없는 딸은 외국에 가서 살겠다고 한다. 본인은 이미 중병이 된 전립선 비대증을 앓고 있어서 분출하고 싶어도 분출하지 못하는 고통이 늘 내재돼 있다. 무엇보다 사랑하는 아내가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는 아픔이 있다. 감정 연기가 쉽지 않았다. 단선적 표현들이 없으니 굉장히 힘들었다”고 말했다.

죽어가는 아내 역의 김호정은 캐릭터와 혼연일체 된 듯 열연했다. 그녀는 이번 영화를 위해 과감한 삭발 투혼과 혹독한 체중감량을 하는 등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로 ‘죽음 앞에 스러져 가는 여자’를 완성했다.

이에 김호정은 “고통을 잘 표현하고 죽음을 향해 가는 역할이다. 촬영에 들어가서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다만 이 역을 하겠다고 결심할 때까지 좀 망설였다”며 “캐릭터 속 아내는 죽지만 배우 김호정에게 이 영화는 큰 의미로 다가온다. 새로 마음을 먹게 된 작품이다. 오랜만에 영화를 찍었고 연기를 아주 행복하게 잘 할 수 있다는 용기를 북돋아준 작품이다. 꿈같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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