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종사자 23만명 백수…UBS 등 IB 금융맨, 경험·자산 바탕으로 핀테크 등 창업 나서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창업전선에 뛰어드는 금융맨들이 늘고 있다.
UBS,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 도이체방크 등 글로벌 투자은행(IB)이 사업을 축소하거나 중단하자 은행을 떠나 ‘핀테크’ 창업에 도전하는 금융맨들이 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금융권에서 쌓았던 지식과 자금을 기반으로 새 길을 개척하는 것이 트렌드로 자리 잡은 것이다. 핀테크란 ‘금융(financial)’과 ‘기술(technique)’의 합성어로 개인자산관리, 크라우드 펀딩 등 정보기술(IT)을 기반으로 한 금융 기술을 일컫는다.
금융맨들의 창업열풍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줄곧 이어온 고용 불안정성과 IT 기술의 발달에서 비롯됐다. 지난 2008년 발발한 금융위기 여파로 금융권 종사자 23만명은 직장을 잃었고, 이 과정을 곁에서 지켜본 이들이 창업을 결심한 사례가 늘어난 것. 금융전문 헤드헌팅 업체 옵션그룹에 따르면 유럽계 은행에 다니고 있는 직원 51%가 전직할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IT 기술의 발달이 창업열풍에 열기를 더했다. 다국적 회계감사 법인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가 은행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86%가 “IT기술이 금융업에 엄청난 영향을 주고 있다”고 답할 정도로 IT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에릭 브린욜프슨과 앤드류 맥아피도 공동집필한 ‘제2의 기계시대’를 통해 “컴퓨터, 로봇 등 디지털화 기기들이 기존 기술과 능력을 습득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전통적인 기술이나 능력만 갖고 있다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은행, 보안업체는 작년에 IT 분야에 4880억 달러를 쏟아부었다. 올해는 5000억 달러까지 그 비용이 치솟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인재관리컨설팅 전문업체 이곤젠더인터내셔널에서 금융기술을 담당하고 있는 에릭 앤더슨은 “10명 중 7명은 지금은 은행권에 종사하고 있지만 언젠가 IT쪽에서 직장을 가질 것이란 생각을 항상 갖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