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로서 많은 걸 보여줄 수 있어 쾌감이 컸죠.”
배우 김상경이 범죄 스릴러로 돌아왔다. 영화 ‘살인의 추억’과 ‘몽타주’에 이어 세 번째 형사 역할이다. 그런데 피해자다.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살인의뢰’의 김상경을 인터뷰했다.
“가족이 살인 당한 사실을 알게 된 후 3년 간 피폐해집니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 10kg 이상 체중을 뺐지요.”
극중 그가 맡은 태수는 여동생 수경(윤승아)이 살인마 조강천(박성웅)에 의해 끔찍한 죽음을 맞이한 뒤 전적으로 망가지고 마는 인물이다. 김상경은 입체적 변화를 드러낼 이번 역할에 기대가 높았다. 김상경은 짧은 시간 내 몸무게를 찌우고 감량한 것이다.
“기존 몸무게인 85kg에서 91kg까지 끌어올렸습니다. 촬영 끝나고 볶음밥을 먹는 등 항상 체기가 있는 상태로 지냈어요. 함께하던 스태프와 감독님이 제가 지나가면 몰라볼 정도로 배가 나오더라고요. 그 다음엔 죽자 살자 적게 먹으면서 운동했죠. 5일 만에 7kg을 뺐습니다.”
극적인 외모 변화를 준 김상경은 “‘살인의뢰’ 출연이 탐났던 이유 중 하나였다. 배우로서도 도전이었다”고 밝혔다. 한편으론 그는 “밤샘 촬영이 없었는데도 몸이 방전 되더라. 처음으로 보약을 먹어보기도 했다”고 고충을 내비쳤다.
외양뿐 아니라, 심리적 변화의 폭도 컸다. 능글능글하던 형사 태수는 가족을 잃고 정서적으로 무너진다. 김상경은 ‘헛껍데기’라고 비유했다.
“‘짬뽕이나 먹으러 가자. 당구나 치러 가자’라고 하던 태수는 완전히 다른 인물이 돼요. 3년 후 첫 장면에서 수감된 살인자 조강천을 면회하러 가죠. 태수를 연기할 땐 마치 시체가 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태수가 강천을 찾아가 초콜렛을 건네는 장면으로서 영화는 3년이란 시간 흐름을 표현한다. 김상경은 “실제로 초콜렛을 쩝쩝 거리며 먹는 그를 보는데, 정말 약오르더라. 살을 한창 뺄 때였기 때문”이라고 에피소드를 전했다. 인터뷰 내내 유쾌하고 가감 없는 매력을 내비친 김상경이었다. 작품에 대한 소회도 솔직했다.
“작품 전개가 촬영했을 때와 많이 달라졌더라고요. 앞뒤 편집 순서가 뒤바뀐 것이죠. 저도 작품을 봤지만, 생각하고 있던 것과 몹시 달라요. 감독님에게도 말했거든요. 까딱 하면 굉장히 못 찍은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말이죠. 제일 달라진 건 승현(김성균)이 감춰진 것이죠. 제 머릿속 생각을 싹 지우고 일반 관객의 입장에서 다시 보려고요.”
작품에서 역시 친숙하면서도 존재감 있는 연기를 선보인 그다. 김상경은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올해도 자체최고시청률 40%대를 훌쩍 넘긴 KBS 2TV 주말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를 끝마치며 흥행 주역으로 섰다. 이 같은 행보는 자신의 연기관과 맞닿아 있다.
“최근 누군가 제게 ‘라이벌이 누구냐’고 묻더라고요. 딱히 떠오르는 사람도 없고 해서, 그냥 브래드 피트라고 말했습니다. 영화 ‘퓨리’를 봤는데, 웃옷을 벗은 그의 식스팩이 굉장하더라고요. 사실 제가 가고자 하는 연기자의 길은 그것과 다르답니다. 저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일반 관객들의 가장 옆에 있는 사람이 되고 싶거든요.”
-김상경 “홍상수 감독, 영화만 찍으라고 하길래…” [스타인터뷰②]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