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프리티랩스타’ 남성우월주의 힙합을 그대로 하는 여성 래퍼들의 아이러니 [오예린의 어퍼컷]

입력 2015-03-09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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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넷 ‘언프리티랩스타’ 방송화면 캡처

“가슴 흔들며 말하겠지. Shake it. 그리고 물어봐야지. 오빠 나 해도 돼?”

국내 최초 여자 래퍼 서바이벌 엠넷 ‘언프리티 랩스타’ 5일 방송에서 공개된 타이미와 졸리브이의 디스전에서 나온 가사다. 여자 래퍼들이 자신의 곡을 앨범에 수록시키기 위해 매주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언프리티 랩스타’는 매회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힙합 음악은 남성 우월주의가 강하게 박혀있다. 모든 힙합 음악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힙합은 이러한 시각으로 여성을 다룬 가사들이 많기에 여성이 성적 대상으로 묘사되거나 혹은 부정적인 이미지로 형상화 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 힙합 듀오 다이나믹듀오의 노래 뱀(BAAM)에서는 “늦은 새벽에 불쑥 날 찾아와 술 사달라고 콧소리 내면서 내 맘에 불 붙였다가도 갑자기 정색하곤 해 오늘은 그만하자고, 그녀는 BAAAM BAAAM BAAAM 같은 여자”라며 여성을 ‘뱀’으로 표현하고 있다. 범키의 ‘갖고놀래’에서는 “ma lady 나 널 갖고놀래. 더 가까이와 널 꼭 안을래”라며 여성과의 스킨십을 ‘갖고논다’는 표현으로 나타내고 있다.

힙합은 비트를 중요시 하기에 무엇보다 가사 속 메시지가 음악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힙합은 원래 차별 당하고 있는 흑인들의 의식을 대변하는 음악이었다. 이러한 저항 의식은 힙합 문화에 이어져왔고, 과거에는 이를 따라 사회 비판이 깃든 가사의 곡들도 많았다. 그러나 지금 인기를 끌고 있는 힙합 곡들을 보면 자기 과시 혹은 디스라는 이름아래 무분별한 인신공격, 여성을 성적으로 비하 가사 들이 주를 이룬다.

사실 ‘언프리티 랩스타’를 보면서 여성 래퍼들만 모인 프로그램이기에 이러한 남성우월주의의 힙합문화에 문제의식을 갖고 비판하거나 혹은 올바른 여성상을 제시하는 곡을 보여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너무 큰 기대였을까. 이들 역시도 남성 우월주의의 힙합 문화를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오히려 이들이 방송에서 보여주고 있는 힙합 음악은 여성의 이미지를 더욱 왜곡시키고 있다. 무분별한 외모비하와 성적조롱이 난무하고 있는 ‘언프리티랩스타’의 디스가 진정한 디스인지도 의문이다.

이러한 왜곡된 힙합 문화에 문제의식을 가져야 할 여성래퍼들이 ‘나를 만만하게 보지 말아라’라는 가사는 외치면서도 오히려 정작 본인들이 여성의 격을 낮추는 가사와 욕설을 내뱉는다. 자신의 권위가 높아지길 바라면서도 아직도 문제의식 없이 남성우월주의의 힙합을 그대로 이어하는 ‘언프리티랩스타’ 출연자들의 모습이 아이러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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